본문 바로가기

감사

남편을 향한 콩깍지가 여전히 건재한 나 제가 사는 고장은 좁은 곳이라 웬만하면 걸어서 다니는데, 시간이 급하거나 낯선 곳인 경우엔 택시를 이용하게 됩니다. "어서 오십시요.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분이 인사로 맞아주시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OO에 갑니다." 딱 한문장 말했는데 눈치빠른 기사분이 "여기분이 아니신가 보네요.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묻습니다. 지역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섞여 사니까 굳이 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될텐데 손님과의 대화를 이끌고자 하시는 기사분의 친절함을 느끼면서, 경상도 특유의 억양이 금방 탄로났음에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20년이 넘도록 삶의 터전을 이곳에서 보내도 고쳐지지 않은 이유로는 뭐 제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 큽니다. "대구에서 왔어요." "초행이십니까?" "아뇨. 결혼과 동시에 이곳에 왔으니 20년.. 더보기
넉넉한 인심과 자연이 준 선물, 오디에 취한 날 몇 년전 우연히 산길에서 발견한 뽕나무 열매인 오디 맛에 매료된 울집의 父女가 맞이하는 6월은, '오디따는 날'을 정해놓고 기다릴 정도로 기대에 부풀어서 맞이하는 달이 되었음을 일주일전에서야 저는 알았습니다. 고3딸에게 휴일이라곤 매달 마지막 일요일뿐이라 좀처럼 시간내기가 쉽지 않기에 딸과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던 남편이, 일주일전부터 오디따러 갈것이라며 계속해서 저에게 알리는 것을 보고...^^ 싫다고 하는 저에게 따지않아도 좋으니 동행만 해달라는 부탁에 어쩔수없이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근처에 도착하니 이틀전 세찬 비바람에 떨어져 얼룩을 만들고 있는 오디를 쉽게 볼수 있었고, 간간히 산딸기도 수줍은 빨간빛으로 고개를 내밀며 반기니, 오디따는 것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했던 제 다짐은 봄눈녹듯 사라지고.. 더보기
'내조의 여왕' 천지애다운 결말이 멋진 이유 인기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해피엔딩으로~! 혹시나 요즘 트랜드에 편승하여 불륜드라마로 전락할까봐서 약간의 염려를 하면서도, 제가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난 부부로 알콩달콩 사는 것처럼 그려질 것임을 확신했던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고 천지애가 지닌 특유의 뚝심으로 산뜻하게 막을 내려서 기분이 좋습니다. 호감가는 얼굴에 착하고 여리며 순한 성품으로 온달수와 너무도 흡사한 울남편, 그리고 온달수를 좋아한 은소현의 언행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천지애의 상황까지 비슷했던 우리 부부 이야기가 드라마로 재현됨으로 인해, 어두컴컴한 제 기억창고를 더듬게 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보여준 결말은 확실한 제 편이었습니다.^^ 십여년 전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제가 올린 글을 보고, 근.. 더보기
나는 못한 인사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어버이 날, 멀리 떨어져 사니까 자주 가 뵐수는 없고... 평상시처럼 전화로 안부를 대신합니다. "여보세요. 엄마, 따알.ㅎㅎㅎ" "그래 내딸." "오늘 어버이 날인데 가보지도 못하고 죄송해요. 엄마, 친구랑 맛있는 거 사 드세요. 못가서 죄송해요. 오빠는?" "멀리서 어떻게 오남. 오빠는 지난 일요일에 미리 다녀갔다." "바빠도 오빠는 휴일이용해서 방문하니 딸보다 아들이 좋네요.^^" "아들이고 딸이고 다 좋지 뭐. 그래 너흰 다 건강하냐? 애들 아빠도." "예 다 괜찮아요. 엄마는?" "나야 건강해. 네가 문제지. 신경 좀 그만 쓰고 책그만 보고 컴퓨터도 하지 말고..." 엄마의 부탁이 이어집니다. "됐어. 엄마. 그러면 난 뭐하고 살아. 가만히 놀기만 하라고?" "젊은 네가 건강해야지. 내 .. 더보기
군복무중, 여자친구가 있는게 좋을까? 없는게 좋을까? 아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졌음을 눈치챈 후, 나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우리딸 표현처럼 내가 실연당한 것처럼 너무도 아팠기에 아들도, 아들의 여자친구였던 그애도, 몹시 아팠을 것이란 짐작을 해본다. 좋아했던 만큼 아픔도 컸으리라 여기며, 내 아픔만큼 그들의 아픔도 이겨낼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시간이 약이 되기를 믿고 흘러가길 기다렸다. 그렇게 7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이유는, 군에 있는 아들이 안쓰럽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울 아들 일병휴가 나왔을 때의 일이다. 일병휴가니 짧게 다녀가는 포상휴가의 기간보다는 긴 휴가를 다녀가면서 울아들은 여친과 헤어지고 귀대했다. 귀대하던 그날, 아들은 인사를 씩씩하게 하고 집을 나섰지만 나는 아들을 보내놓고 소리내어 .. 더보기
내조의 여왕, 천지애와 비슷한 일 겪었던 나 내조의 여왕 MBC(월, 화) 오후 09:55~ 직장생활 이야기가 아니고, 남편에게 불어닥친 바람(?)에 관한 경험담입니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 간이 크진 사모님(은소현)이 달수선배 좋아했노라고 아내인 지애에게 고백하고 사라진 뒤에 부부는 갈등을 겪게 되고, 제가 겪은 갈등이 생각나 천지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 울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아리송하게 마무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일은 흔히 주변사람이 먼저 알고, 당사자(천지애/김남주)는 제일 나중에 알게 되는 황당함... 상대방을 너무 신뢰하면 숲은 안보이고 나무만 보는 시선이 되나 봅니다. 남이 먼저 눈치채고는 '당사자에게 알려줄까? 말까?' 본의 아니게 고민시키는 요상시런 이런 사건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유부남인 줄 알고.. 더보기
엄마의 기지(機智)가 번뜩이는 '엄마의 은행통장' 엄마의 은행통장 캐스린 포브즈(지은이), 이혜영(옮긴이) / 반디출판사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취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재테크와 관련된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셨다면 제대로 속은 것입니다.^^ 저도 빗나간 추측으로 살짝 어이없음을 경험하면서도 저에게 유익한 깨달음을 준 이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모처럼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하므로 이룬 행운이며 감사입니다. 신청동기/두남매의 엄마로써 제가 가진 은행통장의 의미와 비교하면서 부족한 점을 깨닫고 싶은 마음. 아내로... 엄마로... 저도 나름대로 은행통장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살지만, 책속에 등장한 주인공엄마의 지혜로운 처방앞에서는 부끄럽기 그지없는 존재임을 깨달으며 내자녀, 아니 특히 내딸에게 저는 어떤 엄마로 기억속에 남을지... 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