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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내조의 여왕, 천지애와 비슷한 일 겪었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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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MBC(월, 화) 오후 09:55~

직장생활 이야기가 아니고, 남편에게 불어닥친 바람(?)에 관한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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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 간이 크진 사모님(은소현)이 달수선배 좋아했노라고 아내인 지애에게 고백하고 사라진 뒤에 부부는 갈등을 겪게 되고, 제가 겪은 갈등이 생각나 천지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 울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아리송하게 마무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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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일은 흔히 주변사람이 먼저 알고, 당사자(천지애/김남주)는 제일 나중에 알게 되는 황당함...
상대방을 너무 신뢰하면 숲은 안보이고 나무만 보는 시선이 되나 봅니다.
남이 먼저 눈치채고는
 '당사자에게 알려줄까? 말까?'
본의 아니게 고민시키는 요상시런 이런 사건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유부남인 줄 알고서도 덤비는(?), 그러니까 감정을 흔들었던 사람은 괜찮은데, 그 흔들림에 잠시라도 흔들렸던 사람이 더 혼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상에서도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사장아내인 은소현이 선배인 온달수에게 기대고 싶어서 먼저 접근했으며 감정을 노출시켰지만 그야말로 온달수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다가 잠시 감정흔들림을 겪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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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천지애가 묻지요
 "솔직하게 다 말해."
저도 그랬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온달수는 자신이 살짝 흔들렸던 감정까지도 아주 솔직하게 말하는 바람에 오히려 천지애를 더 화나게 했지만, 제남편은 절대로 아니라고 부정했습니다. 더구나 남편의 감정을 흔들었던 그녀랑 삼자대면한 자리에서 그녀는 솔직하게 고백하자고 눈물보이며 덤비는데, 울남편은 무슨소리하냐고 절대로 아니라고 말한후, 입을 다물었습니다.

진실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 지금도 아리송한 사건입니다. 남편이 확실한 답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일은 꼭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함으로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가 정말로 교훈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객지로 시집와서 무척 외로웠던 제가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였던 연하의 친구로, 주말부부였던 그녀를 가엾게 여기고 무척 잘해줬었는데 감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나중에 타인의 지적과 충고로 인해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제가 울남편과 그녀를 소개시키고 연결해준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에 깊이 반성하고 제 잘못으로 돌리고 다 덮었던 사건입니다.
천지애도 그랬지요. 직장상사의 부인과 가깝게 지내라고 오히려 남편을 부추켰지요.

그리고 모든 아내들이 다 믿고 싶듯이(?) 세상의 다른 남편들이 다 바람을 피우고 불륜을 저지른다고 해도, 내남편만은 절대로 그럴리없다는 신뢰로 살아가고 있음 또한 똑같습니다.
그러니 배신감에 치를 떨수 밖에 없는 절망감,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한 저로써는 천지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함께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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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염려하고 위로해주는 주변사람들의 심리도 참 요상합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적들이 있다는 것, 특히 천지애 주변인물을 보면서 지애가 참 많이 가여웠습니다.

제 경우는 천지애와 달랐습니다.
친한 친구는 다들 타지에 있었기에 알리도 없었고,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는데... 용케 저의 갈등을 눈치챈 몇분이, 울남편의 곧은 성품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부부 사이를 부럽게 여긴 그녀가 혼자서 꾸민 자작극에 불과하니 속지말라고 저를 다독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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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하지 못한 남편의 행동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아내의 심리...
저도 그런 심정이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본 것은 없었으나, 제 心證(심증)에 넘어온 그녀의 독기품은 고백이 저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바람에 알게 되었던 일로, 이런 일은 차라리 모르고 사는게 오히려 좋습니다.

남자들이란, 백이면 백. 몽땅 여자를 보호해야한다는...
그리고 여자가 접근해오면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하는 부성애? 의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에게 모성애가 있듯이 그런 감정을 제어한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된 도리가 아니라는 모순성에 기대어 힘들었던 제 자신과의 싸움을 어렵사리 중단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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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믿었던 남편 온달수의 잠시 흔들렸던 감정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지애
그리고 지애옆에서 백수건달처럼 빙빙도는 태영이라는 남자(사장/허태준)의 정체에 대해선 전혀 관심없는 천지애...
위로한답시고 녹음실로 데려가 노래를 불러주면서 지애의 감정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태영의 마음을 엿보며 이런 마음을 천지애가 알게 되면 어떻게 할까?
시청자로써 궁금증을 만들어 보면서, 제가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을 때 이런 남자가 있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상상해 보게 되더군요.
맞바람(?)으로 대처?
아니면 지금의 지애처럼 무관심?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남자가 없으니까요.ㅎㅎㅎ

흔들렸던 남편의 감정을 알고 충격받은 드라마상의 내조의 여왕 '천지애'는 앞으로 감정정리를 어떻게 할지...
그 아픔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기를 바라며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그동안 띄엄띄엄 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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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무릎까지 끓은 온달수의 모습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처량하게 보였습니다.
이미 끝낸 사모님의 감정처리처럼 남편을 더 이상 내몰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제 생각은 범생이같은 이런 남자를 더 몰았다가는 점점 더 초라해 질 것 같은 안쓰러움 때문입니다.
울남편은 절대로 잘못했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미안하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울남편도 잠시였지만 온달수처럼 감정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천지애처럼 남보다 훨씬 늦게서야 깨닫는 바람에 오히려 타인이 저를 안타깝게 여겼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극중에 나온 초기증상
1. 어느 순간 핸드폰의 비밀번호가 걸려있다.
2. 갑자기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를 곧 잘 낸다.
3. 어느 순간 연락도 없이 집에 늦게 귀가한다.
4. 그리고 뜬금없이 '미안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위와 같은 증상은 없었지만
 "가끔 나는 사랑은 두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들었던 거 같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이렇게 드라마로 비슷한 상황을 대하면서 제가 푸념삼아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그제서야 우쨌던 미안하게 되었노라고 아주 간단하게 한마디 내비추므로써 결국엔 제가
  '아~  내남편도 감정이 흔들렸던 것을 늦긴 했어도 시인하는구나'
할 뿐...  그리고 저는 남편의 이런 사랑을 '애꾸눈사랑'이라고 표현하며, 제 감정을 안간힘 쓰면서 달랬습니다. 한쪽 눈이 아파서 잠시 안대를 했다가 완쾌되어 안대를 풀게 되었다는 뜻으로 말입니다.

그때는 참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절대로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정하는 데도 믿음이 한순간에 다 날아가는 경험을 하고는, 결혼해서 어려운 일을 겪을때마다 어떻게 극복했는데 남편이 이럴수가 있나 하는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천지애의 넋두리처럼 주절주절 되뇌었던 시간이 있었으며, 또한 당분간 남편을 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추스리려고 장문의 편지를 써놓고 사라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 밝혔지만... 친정엄마한테 가서 다른말은 하지 않고, 집에서 연락오면 안왔다고 해달라고 하고는 2박3일 지내다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제 감정이 정리된 후에 그때 왜 갑자기 친정엄마한테 갔는지 말했더니 친정엄마 눈치 10단^^ 예감했지만 아무말 하지않던 제 심정을 헤아리고 함께 침묵했다더군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빠져 있으면 주변사람들이 아무리 남편의 불륜이나 바람에 대해서 눈치를 채라고 암시를 줘도 모르는 게 아내인가 봅니다. 천지애와 제 상황이 너무도 비슷해서 과거의 일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남편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떠안게 된 당장의 감정으로는, 이혼을 생각하게 되지만...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그간의 삶에 대해 곰곰하게 반성하며, 되짚어보게 되는 계기를 맞아,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았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는 감사의 시간이 주어지더군요.
가정이란 울타리에 무조건적으로 다 올인했던 아줌마가 여자로 재탄생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평범한 일상에 길들여졌던 자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자기愛에 대한 자각을 하면서 변신을 꾀하게 되더군요.
자신의 일을 만든다거나...
자신에게도 투자를 한다거나...
인생을 리모델링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ㅎㅎㅎ

망가진 자존심을 내세워 이혼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남주기에는 정말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남편이었기에 절대로 아니라는 남편의 말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지하고 싶었던 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잘 극복하였고, 현재 새콤달콤한 닭살부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