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솔직히 불안했다. 대회 초반 김연아선수 못지않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던 러시아선수 리프니츠카야가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보면서 안심이 됨도 잠시, 뜻밖의 복병이 나타나면서 불안을 이어갔다.
여자피겨스케이팅 쇼트경기에서 김연아선수가 1위를 했지만, 근소한 차의 2위로 러시아선수인 소트니코바에게 매겨진 후한 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남은 프리경기에 대한 러시아텃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세계속 한국의 위상을 떠올려 보거나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의 텃세로 볼 때에, 김연아선수의 불리함을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선수로써 산전수전 다 겪은 김연아선수도 이 점 예상하고 있었을 것임을 느끼며 경기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김연아선수는 메달색보다는 선수생활을 마감하며 준비한 이번 경기를 완벽하게 보여줌으로써 후회없기를 바랐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팬인 우리가족은 착지에서 실수를 보인 소트니코바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들여야함이 너무 속상했고 슬펐다. 우리 모녀는 약속이나 한듯이 억울한 탄성과 함께 소리내어 울었고, 점잖은 남편의 입에서 순간 튀어나온 불만어린 짧은 단어를 들은 우리모녀는 놀라면서도 흥분하여 함께 거들었다. 러C8
김연아선수는 그야말로 국보급이다. 아니 인간문화재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간 보여준 훌륭한 경기와 태도에 진심으로 찬사와 존경을 보낸다.

선수로써 보이는 마지막 경기로 올림픽무대를 준비하면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올리브빛이 살짝 감도는 노란색 드레스를 처음 선뵈었을 때, 잘 어울린다는 반응보다 이상하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면서 의상디자이너의 홈피를 초토화시키는 팬들의 관심에 대처하는 그녀의 태도도 참 멋졌다.
그녀는 의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선수의 실력임을 강조하며 논란을 잠재우더니, 이번에는 점수는 선수의 몫이 아닌만큼 자신이 보여주려고 연습하고 노력했던 모든 것을 다 보여줬음에 만족함을 드러내므로써,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녀의 대장부같은 태도를 볼 때마다 나는 몹시 부끄럽다. 어쩌면 저 나이때에 저런 생각과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도 아쉽고 속상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임을 토크쇼를 통해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관리를 무척 잘하는 것 같다.
그녀의 수식어로 여제. 여왕, 여신 그 어떤 표현으로도 그녀를 다 표현할 수 없음을 느낀다. 단단한 강철같아 보이는 그녀의 강점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다양한 반응에 대해 대범하게 대처함이 참 멋지다. 누구탓도 하지 않고 그 누구도 거론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추구한 대로 온몸으로 경기하고, 판단은 자신이 아닌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우리는 그녀의 마지막 경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많은 아쉬움으로 인해 긴 여운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녀로 인해 우린 행복했다. 감사했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그리고 아쉬움에 분노도 했으며 또한 많은 이들이 피겨스케이트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을 익히게 된 계기도 되었고 안목도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모범이자 우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길이 되었다.
피겨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고유의 것이었다면 충분히 인간문화재급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다독일 줄 아는 그녀의 품성은 감동을 주고도 남을 만큼 훌륭하게 여겨진다. 김연아선수는 진정한 스포츠인이다.
김연아선수가 힘겹게 뿌려놓은 여자피겨계의 씨앗이 잘 자라서 우리 나라의 보배로, 김연아선수의 보람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김연아선수와 함께 풍미했던 다른 선수에 대해서도 소감으로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아사다 마오.

김연아선수와 늘 비교되던 동갑내기 선수로써 아사다 마오에 대한 나의 감정은 한마디로 안쓰러움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간사한 위상에 힘입어 아사다 마오는 언론이나 나라의 힘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닌 인형같은 인상을 풍기곤 했다. 그녀에게 과연 진정한 아사다 마오가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 인물이다. 무척 예민하여 주변의 관심과 시선에 쉽게 좌지우지 흔들리며 상처받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로 보이면서 꼭두각시같은 느낌을 애처롭게 풍겼기 때문이다.
경기때마다 보인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님을 우리는 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실수많은 요소를 끝내 고집하며 소치올림픽에서도 야심찬 꿈을 꾸었지만 그녀는 쇼트경기 후 이방인이 되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상상밖의 성적으로 말미암아 일본언론에서조차도 외면을 받아야 했던 아사다 마오의 입지가 너무 불쌍해 보여 그녀를 다독거려 주고 싶을 정도로 안타깝고 안쓰럽게 느껴졌던 그녀가 프리경기를 통해 실수를 만회했다.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따라 눈물이 났다. 가녀린 새같았다.
이상이 아사다 마오에 대한 나의 소감으로 착각일 수도 있을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게서 당찬 모습을 기대해본다.

한 번의 올림픽 출전도 꿈인 선수들이 많은데, 캐롤리나 코스트너는 3회 출전으로 드디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심을 담아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눈도 크고 입도 큰 서양인으로 드물게, 치아가 조금 돌출되어 좀처럼 다물어진 입을 보기 힘든 선수로, 항상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표정을 보인다. 피겨선수로 키까지 커서 엉성해 보이기까지 했던 그녀를 보노라면 키 큰 시골 처녀같은 인상을 받곤 했다. 그리고 분명 상위권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쟁에 밀려 있음과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꾸준히 선수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근성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녀가 드디어 해낸 것이다. 잔잔한 실수를 자주 하던 그녀에게서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그녀의 노력이 느껴질 만큼 실수가 확실하게 줄어든 것을 봄으로써 노련미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
표정을 통해 아사다 마오와 대조를 이룬 그녀다. 아사다 마오는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듯한 어두움을 읽을 수 있었다면, 캐롤리나 코스트너의 표정에서는 그녀의 속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는 순수한 웃음 그 자체를 느꼈던 거 같다.
이제 이들도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때가 된 것 같아, 추억하기 위해 올려보았다.

지난달에 친구들과 홀연히 떠났던 나들이를 통해, 오대산 자락까지 가서 점심을 맛나게 먹기 위해 행복한 고민을 했던 일을 회상해본다.

산자락이라 그런지 별별 버섯과 나물들이 많았고 가을볕에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이름을 듣고서도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였지만, 잠시나마 가족을 떠나 우리만의 나들이였던 탓에 홀가분한 기분에 들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타지에 가면 그 고장의 특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에 관심을 갖고 식당을 찾게 된다. 하지만 정작 비슷한 메뉴의 여러 식당이 즐비한 장소에서는 어느 곳이 진정 맛집일지 잘 모르기 때문에 식당 고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언젠가부터는 대부분의 식당이 방송출연을 했다고 홍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 믿기도 힘들어졌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타인이 경험한 글을 토대로 맛집을 찾아보게 되지만, 입맛이 각기 다른점을 상기해 볼 때 이 방법 또한 명쾌하진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순전히 각자의 판단이 중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식당을 선택할까?
어느 식당이 맛있을지 모를 경우엔, 손님이 많이 붐비는 곳을 선택하면 대부분은 적중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식당앞에서 고민하던 그 시각은 점심식사치고는 좀 이른 시각이었기에 손님들이 없었으므로 이 방법을 적용시킬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나름대로 선택하게 된 기준은,
첫째, 손님맞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곳,
둘째, 문이 열린 곳 중에서도 일하시는 분들의 바쁜 움직임이 있는 곳,
셋째, 그나마 내부가 조금이나마 깨끗한 느낌을 주는 곳,
이상 우리의 선택기준에 합당한 식당으로 압축시킨 두 군데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그리고 식당 고르기에 나름대로 진지했던 우리의 선택이 현명했음에 행복감을 느꼈던 까닭은,
첫째, 우리가 맛나게 먹었다는 것과,
둘째, 식당을 나설 때 보니 어느새 꽉찬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손님이 많이 붐비는 곳이 맛집일 확률이 높으니까.
타지에서 즐기는 고유음식은 우리 아낙들에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의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써가 아닌, 나로 돌아와 나를 위해 즐기는 호사이기 때문에, 맛난 음식을 음미함에 있어서 부여되는 의미가 많으므로 꽤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여유를 갖게 해 준 남편과 가족에 대한 감사와 행복을 곁들인 식사이기에 맛나지 않으면 실망이 그만큼 더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채정식과 도토리묵, 그리고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옥수수 막걸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설렘이 참 좋았다.
도토리묵과 막걸리가 먼저 차려지고 이어서 바로 산채정식이 놓이기 시작했는데... 나물 가지수가 꽤 많아 호사를 누리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막걸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옥수수로 만들었다는 이 막걸리는 달달하니 내 입맛에 맞았다. 꽤 괜찮은 편이었다.

주부 아니랄까봐서 하나씩 상에 올려지는 나물마다 이름을 묻고,

요리법을 묻는 친구는 요리에 관심도 많고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산채는 담백한 맛과 소화가 잘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웰빙식품으로 한식을 떠올리게 되는 대표음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 앞에 차려진 반찬을 사진으로 남기고 먹는 중에, 옆에 앉은 친구가 자꾸만 그녀앞에 놓인 반찬을 내 앞접시에 갖다놓으며 먹어보라고 권한다.
맛나게 잘 먹고 있으니 너도 어서 먹어라고 했더니 내앞에 놓인 반찬과 그녀앞에 놓인 반찬이 각기 다르므로 골고루 먹어보라고 권한 것이란다. 난 그런 줄 몰랐다. 단순히 상이 길어서 같은 반찬을 두접시로 나누어서 차려놓은 줄 알았기 때문이다.

중복되지 않은 각기 다른 반찬으로 차려진 산채정식, 김치와 깍두기를 제외하곤 대부분 나물반찬이다. 그리고도 이어져 나오는 반찬은 접시위에 놓였다.

시중에 파는 두부랑은 차원이 다른 두부

재료가 각기 다른 부침전 1.

부침전 2.

그리고 굴비구이. 이어서 된장찌개가 나오면서 마무리가 된 밥상에서 우리는 웃음꽃을 피웠다.
타지에서의 식당고르기가 쉽지 않을 때, 당신은 어떤 점을 고려하시나요?
이번 해외여행을 함께 했던 동행인의 구성원은, 결혼생활 최소 15년~26년차 부부로 맺어진 6쌍의 남편 동료로 이루어져, 최소인원 15인이 되지 않아 한국인 가이드 경비부담을 감수하긴 했어도 낯선 사람이 없어서 만족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센스가 지나쳐(?) 거북한 점이 다소 있긴 했으나, 부부여행을 통해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 한국인 가이드의 이벤트로 말미암아 뜻밖의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호텔에서는 공연이 이어지고, 도로와 해변가에서는 불꽃놀이의 폭죽소리가 밤풍경을 그려내고 있을 때, 파타야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연말연시에만 있는 갈라디너를 즐긴 후 소망등을 들고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새해소망을 적은 등을 정성스럽게 밤하늘에 띄워보내고 돌아서려는 아내를 불러
품속에서 장미꽃을 내밀며 포로포즈 하는 남편들...
충청도 남정네는 혼자 할 용기가 없어 단체로 이같은 마음을 전하고자 짠듯이
같은 수로 준비한 장미꽃 2송이와, 감춰둔 곳이 가슴이었다는 것으로 아내인 우리를 충분하다 못해 배아프게 웃겼고, 꺼내든 장미꽃을 무릎꿇고 전하는 뜻밖의 프로포즈에 놀라면서도 고맙고 흐뭇했을 뿐만 아니라 감동 그 자체였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당연히 청혼이벤트를 준비하지만, 강산이 변한다는 시절을 훌쩍 넘기며 살아온 중년의 부부에게는 이색적인 프로포즈에 대한 추억이 없었기에 해외여행을 통한 남편의 프로포즈가 감동을 불러 일으키며 새삼스레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했습니다.
"또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은 저와 결혼해 주시렵니까?"
라는 물음에 주저함없이
"예"
라는 대답이 흘러나옵니다.
우리들만의 뜻깊고 의미있는 해외여행으로 인해 배우자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더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행복한 결말을 보여 참 보기 좋았습니다.
탁구는 빵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며 팔봉빵집으로 돌아가기전, 큰누나 구자경을 대표로 올리고자 했고, 이에 구마준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굳이 1인자의 삶, 2인자의 삶으로 선을 그어놓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아온 한실장이 늘 불쌍했었는데, 자신의 잘못된 생각탓은 안하고 끝까지 남의 탓, 특히나 탁구를 원망하며 죽이려고까지 한 태도를 보여 몹시 가여웠습니다.
불륜으로 낳은 아들을 아들이라고 불러보지도 못하면서, 아들 구마준을 위해 거성이란 회사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온갖 술수를 다 부렸던 한승재의 가엾은 몸부림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이 바로 구마준이었다는 것에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서여사와 한실장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아무래도 핏줄은 못속일 거라고 여겼던 제 선입견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마준이 마지막회에서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한실장이 그동안 저지른 악행이 마준을 위한 일임을 알기에 괴로웠지만, 마준은 신고를 했고 면회를 통해 아들로써 애잔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버지인줄 알지만 그동안 봐온 악행으로 아버지가 하나도 존경스럽지 않고, 하물며 용서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며 흘린 구마준의 눈물앞에 한승재도 눈물을 보였습니다. 끝까지 한실장을 아버지라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들 부자는 다 통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마준은, 엄마에게 엄마가 바라는 아들모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전한후, 집을 나섭니다. 마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시원함을 느낍니다.
마준의 미래를 위해 노심초사하면서 온갖 비리를 다 저지르며 지키고자 했던 아들이었건만, 아들은 변했고 또 집을 떠납니다. 서여사는 충격을 받지만 쓰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은 거성의 안주인임을 다시금 각인시키며 끝까지 애착을 보여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구마준이 한실장이나 서여사보다 훨씬 더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살리라 기대됩니다.
결혼만 했을 뿐이지 부부로써 행복한 삶을 외면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던 생활을 청산하려는 진심어린 고백을 마준이 함으로써, 유경과의 갈등도 풀었습니다. 그리고 마준의 진심을 알게 된 유경도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으로 똘똘뭉쳐 악행을 저지르던 부모님과 달리, 경쟁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일과 행복을 찾아나서려는 마준의 변화에 격려와 칭찬을 보내며, 제빵왕 김탁구가 보여준 밝고 정직한 모습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마준을 통해서도 실감했습니다.
호평과 혹평으로 나뉜 영화 '하녀'를 보고나니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이 이해되었다.
내 소감은... 실망스럽고 불쾌하다로 요약이 된다.
뭘 기대했는가?
소재가 신선하지 않음은 미리 알았기에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선배하녀 병식(윤여정)의
아.더.메.치.유의 불평을 통해 뭔가
반전을 기대한 것이
내 실수였다.
대저택의 주인부부가 간섭을 심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병식의 아들이 검사됨을 축하하며 돈을 건네는 친절함까지 베푸는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안에 오래 머문 베테랑 하녀가 불평함으로 인해, 나는 병식이가 훈(이정재)이나 혹은 훈의 집안에 대해 한맺힌 무슨 사연(아들과 관계 된)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언제쯤 병식의 고백으로 이런 비리가 밝혀질까? 하는 나의 앞선 추측이 무너지므로 실망하게 되었다.
"이 집안사람들이 어쩌구..."
할 때마다 뭐가 있나? 하고 상상한 내 탓이다.
흔한 공식처럼, 부와 권력을 쥔 쪽은 강자가 되고, 약자는 한없이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전제하고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병식의 불평이 그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넋두리가 아니라 그 집안과 관계된 이유있는 아더메치유로 여기며, 나는 병식의 연기에 몰입되었다. 왜냐하면 병식역을 맡은 윤여정씨의 연기가 꽤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속의 병식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음에 실망했다.
두번째, 따져보면 유산의 아픔을 겪은 은이만이 피해자는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주인집 남자가 자신의 방에 찾아와서 관계를 맺었다고는 하나, 유부남의 유혹에 거절없이 받아들인 은이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한약으로 강제낙태시킨 안주인에 대한 복수로
선택한 방법도 몹시 불만스러웠다.
복수를 꿈꾸며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미친사람처럼 행동할 때 나는 또 뭔가를 기대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어쩌면 그리도 빨리 사라져야 했는가? 이왕에 미친사람 연기를 할려면 좀 더 오랫동안 그들 곁에 머물며 괴롭히던지... 뜻밖의 복수에 충격을 받긴 했으나 은이가 선택한 방법이 허무하여 실망했다.
재력에 의해 새로 생긴 현대판 신분계급 사회가 형성되고 있음을 몰랐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급 재력가의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하녀로 그려진 점은 씁쓸했고, 은이의 복수는 어린 나미의 시선을 의식한 듯했지만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많이 아쉬웠다.
은이를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하고 불쌍하게 여긴 훈의 딸 나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던 은이가, 어린 나미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감행한 행동은 무척 잔인하고 충격적이었다.
친절했던 나미에게 배려는 커녕 은이는 불친절한 기억으로 자신을 남기고 만 점도 실망이다.
★ 영화 '하녀'가 불쾌했던 이유
먼저, 대저택의 남자주인 훈(이정재)을 표면적으로 너무 멋지게 그려놓은 점은
함정이다.
대저택의 남자주인 훈(이정재)
어쩌면 이리도 완벽하게 다 갖춘 자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영화니까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가진자라 하더라도 사업상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때도 있을 것이지만, 영화에 등장한 훈에게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잘 생겼고 돈많고 그렇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난 모습이 잠깐 비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온화한 표정과 매너갖춘 사람처럼 보이고 당당하다. 아침이면 피아노연주까지 멋지게 하는 훈은, 꽃밭(?)에 날아다니는 나비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첫째, 이 저택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훈의 시선에는 다 하녀로 보인다?
은밀한 관계를 맺은 훈의 흔적이 은이의 몸속에 나타났다. 이 일로
장모가 불만을 드러내자 오히려 장모를 나무라기까지 하는 훈의 뻔뻔하고도(?) 당당한 태도로 말미암아 장모는 물론, 비록 아내이긴 하나 해라도 훈의 시선에는 '하녀'로 비쳐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다 가진 남성의 우월감에 여성들이 하찮게 그려짐이 불쾌했다. 아무리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둘째, 은이(전도연)는 왜 훈을 거절하지 않았나?
분명한 꿈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사는 것도 아닌, 마냥 해맑아 보이는 은이는 약간 맹해보이기도 한 이혼녀다. 이혼녀였기 때문에 남정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자신의 삶에서 보기 힘들었던 부류의 남자였기 때문에 가슴이라도 설랬단 말인가. 거절함없이 수동적인 척하면서도 능동적인 행동을 보인 은이로 말미암아 그집 남자가 여자를 쉽게 넘보는 시선에 동조를 한 여인처럼 그려진 점이 불쾌했다.
'난 주인이고 넌 하녀잖아.'
'예 주인님 저는 당신의 소유물이옵니다.'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셋째, 하녀탈출을 꿈꾸는 병식(윤여정)
은이와는 대조적으로 저택에 오래 머문 선배하녀 병식은 늘 불만스러운 듯 푸념을 한다. 아더메치유로 중얼중얼 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고, 주인처럼 와인을 즐겨 마시며 때론 은이를 자신의 하녀로 취급하기도 한다. 충성스럽게 일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불평하는 병식의 양면성을 보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했다.
싫으면 하녀생활을 청산하면 될 것이지, 고자질할 것 다하고 돈챙길 것 다 챙기면서 왜 저러고 사나. 이왕에 하는 일이라면 은이처럼 군말없이 하면 될 것을...
넷째. 안주인 해라(서우)
젊고 이쁘다. 미모로 훈의 아내가 된 것 같고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훈은 아내라고 특별한 애정이나 존중을 나타내는 남편은 아닌 것 같다. 해라는 많은 자녀를 두려하는데 남편의 관심을 사기 위한 방패같은 느낌을 풍겨서 불쌍해보이는 여인이다. 남편으로 인해 누리게 된 부의 울타리를 지키려 애쓰는 것이 훈의 눈에도 비쳤을 것이다.
'넌 내가 뭔짓을 해도 내곁을 떠나지 못할거야. 이미 돈맛을 봤으니까...'
강자인 훈의 속내가 들려오는 듯 하다.
다섯째. 해라 친정모(박지영)
위선이 눈에 보인다. 교양있는 척 귀부인처럼 굴지만 싼티를 줄줄 흘리는 해라모친은 사위앞에서 꼼짝을 못한다. 아니 사위가 지닌 부의 권력에 기생한다고나 할까. 이런 수를 훈이 다 알고 있기에 장모라고 어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서 하인이 되고 하녀가 된 삶을 살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데 비해, 영화속의 훈은 절대권력자처럼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여인들 간의 난투극을 보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정리를 마치며.
대부분의 여성관객을 불쾌하게 만든 이 영화가 친절을 베푼 것이 있다면?
→배우 이정재씨의 멋진 몸매를 보여준 것이라고나 할까 ㅋㅋㅋ
그리고 윤여정씨의 인상깊은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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