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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의 불편한 진실

 

 

청주시 우암산 아래 자리잡은 수암골 벽화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언덕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마을을 이룬 곳입니다.

 

 

2007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은 각 고장으로 퍼졌고, 청주 수암마을에도 꽃을 피웠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제천)에도 벽화마을(동화속 이야기가 들리는 듯한 정감어린 골목길)이 있기에 비교가 되더군요.

규모는 수암골이 넓고, 골목은 우리 고장에 있는 벽화마을보다 좁은 편이나, 우리 고장에는 없는 공중화장실이 수암골에는 있습니다. 그리고 수암골에는 드라마 촬영지가 많아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하여 '카인과 아벨' 그리고 '영광의 재인', '캡틴'... 꽤 많은 드라마가 수암골 벽화마을과 주변에 새로 지어진 카페나 분식집이 촬영지로 이용되었습니다.

 

소소한 곳까지 시선을 끄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방문객을 반깁니다. 

 

 

그 무더웠던 지난 8월에 다녀왔는데요.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사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수암골 언덕위에 주차장이 따로 있음은 나중에야 알았고, 우리부부는 좌측으로 '벽화마을', 우측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배경이 되었던 팔봉제빵점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벽화마을을 둘러본 후, 팔봉제빵점에서 팥빙수와 빵을 사먹었습니다.

내부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관련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주인공이었던 소지섭과 한지민씨의 모형이 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수암골 아주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식당이 있습니다.

 

 

벽화마을 입구입니다.

 

 

 

현대식으로 수리가 된 수암골사진관이자 카페 아래벽엔 수암골 골목지도가 그려져 있고,

 

 

벽면에 걸린 사진을 통해 이곳은 '카인과 아벨' 촬영지였음을 알립니다.

 

 

닮았나요^^

슬프게도 하나도 닮지 않은 소지섭과 한지민. 하지만 상징적인 공간이긴 합니다. 

 

 

 

수암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아 벽을 장식한 갤러리입니다.

이 벽화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추억을 선사합니다.

 

 

 

 

다양한 벽화에 취해 골목을 기웃대는데, 어디선가 북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골목축제라도 열리는 줄 착각했었는데요. 그 북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수암골에는 조상들의 심적의지가 되었던 무속신앙을 모신 곳이 몇군데 눈에 띄였습니다.

 

 

 

 

벽화마을로, 혹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이 늘어났음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요. 늦은 시간에도 관광객들이 찾아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유쾌하지 않음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손 부조도 장식되어 있구요.

 

 

드라마에서 탁구를 사랑했던 유경이 살던 자취방 외벽도 볼수 있습니다.

드라마에 관심없는 관광객에겐 흥미거리도 안되겠지만요^^

 

 

골목들 사이로 통일감 있는 화분들이 즐비한 것도 특이했는데, 화초대신에 키우고 있는 작물로 고추인 것까지 같아서 흥미로왔습니다.

 

 

텃밭과 화분을 대신한 파란색 비닐포대로 만든 화분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듯 합니다. 담장아래 일렬로 나열해 놓아 깔끔해 보입니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나즈막한 지붕위에는 잘 익은 빨간 고추가 햇볕에 말려지고 있습니다.

 

 

도시속의 시골같은 풍경을 느끼게 합니다.

 

 

 

 

각 고장마다 많은 벽화가 그려지지만 천사의 날개그림(소재는 같으나 표현은 다 다름)을 제외하곤, 거의 겹쳐지는 모습이 없을만큼 다양한 그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깜짝 놀랄 부조입니다. 담장아래 하체가 따로 있어서.^^ 충격적이며 신선했습니다.

 

 

 

 

 

천사의 날개, 표현은 각기 다르지만 벽화로 인기있는 소재입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이불빨래 말릴 때마다 아쉬워하는 자유로운 빨랫줄을 이곳에서 봤습니다.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빨래는 얼마나 상쾌할까요^^

 

 

벽과 전봇대를 이용하여 조화롭게 잘 그려진 벽화입니다.

 

 

피아노 건반으로 표현된 계단이 참 인상적입니다.

 

 

피아노 계단 옆에 자리잡은 집엔 대문이 없습니다.

대문역할을 해야 할 이 강아지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짓지도 않고, 도리어 방문객을 구경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녀보시면 아시겠지만, 벽화마을은 대부분 낙후된 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바빠야만 할 것 같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세계를 보는 듯한 소박함과 여유로움이 전해집니다.

무채색의 단조로운 벽을 채운 어린아이의 환한 얼굴처럼 미소가 늘 넘치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벽화가 풍기는 이야기를 감상하며 좁은 골목길을 드나들다보니, 문득 학창시절 친구집이 생각났습니다. 그야말로 제겐 추억의 골목길을 회상한 곳입니다.

지금은 개발되어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변신했지만, 대구에도 남산동 언덕자락에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정착하여 만들어진 동네가 있었고 그 곳에 살던 학창시절 친구가 있었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집과 좁은 골목으로 인해, 그 친구집을 방문할 때마다 한번에 찾아가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어서 늘 헤매던 일과, 좁은 집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던 불편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낡은 집들 사이로 현대식으로 새로 지어진 집도 있고 또 허물고 새로 짓는 집도 보였지만, 이 마을을 한옥마을처럼 보존할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이 곳도 개발붐을 타고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은 집이 많았습니다.

 

 

담장이 허문 집.

 

 

이 벽화가 그려진 집은, 아예 지붕도 없을 뿐더러 마당엔 잡초가 무성한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딘 슬레이트 지붕의 부분 변화가 안타깝게 눈에 띕니다.

 

 

이 집도

 

 

그리고 여기도

 

 

 

비록 벽화로 치장을 하긴 했지만, 오래된 집은 낡아서 벽에 금이 가고 지붕은 이미 고쳐야 할 시기를 놓쳐 아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큰도로를 사이에 두고 수암골 너머에는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여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두 지붕 사이로 보이는 현대식 높은 건물은, 드라마 '캡틴'에서 카페 실내를 등장시킨 풀문카페건물입니다.

 

 

수암골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습니다. 처음엔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여겼다가 학창시절 친구집을 방문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때 이 공중화장실은, 집에 화장실이 없는 마을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용공간임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관광객들도 사용가능한 곳이긴 하지만요.

 

벽화가 그려졌다고 해서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 곳이 염려스러웠던 점은,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에 있는 일부 새집을 제외하곤 오랜세월을 감내하느라 금이 간 벽과 또한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붕, 그리고 잡초가 무성한 마당으로 폐허가 된 집을 보는 것은 아슬아슬하고 불안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