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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종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간직한 국내 유일 종박물관

 

 

각기 다른 타도시에서 지내고 있는 아들과 딸의 모습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안내판을 통해 진천에 있는 국내 유일의 종박물관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속에 찾은 종박물관엔, 관람객이 별로 없어서 한산했는데요. 울남편 이런 분위기를 걱정하며, 지방 곳곳에 특색있는 다양한 박물관이 마련되는 것은 좋으나, 관람객이 별로 없어서 유지비충당도 안될 것 같다는 말에 제가 살짝 움츠려 들었는데요. 이는 남편과 제가 느끼는 면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 종박물관이 진천군에 자리잡은 이유

진천 석장리에서 고대 철 생산 유적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야철 유적지가 있다는 것은 주조 여력이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며, 금속공예의 제작도 가능하였다는 의미로 이곳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규모는 아담한 편이며, 유리로 만들어진 종모형이 박물관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 종의 쓰임

종은 금속으로 만든 타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국악기로는 '편종'이 있고, 서양에서는 핸드벨로 연주를 하지요.

 

악종. 시종. 경종. 범종 등 그 범위가 넓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종은 주로 '범종'을 말하고, 이 범종은 절에서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을 모을 때, 또는 의식을 행하고자 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중생을 구제하는 종교적 기능을 갖게 되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 서양의 종과 한국의 종이 다른점

우리나라의 범종은 세계적으로 '한국종'이라는 학명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이라고 합니다.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울림소리가 웅장하여 동양 삼국(한.중.일)의 범종 가운데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힙니다. 특히 범종은 표면에 치는 자리를 만들고 그 부분을 당목으로 쳐서 소리를 내므로써, 종 안에 추를 매달고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되어 있는 서양종과는 다른 점입니다.

 

* 삼국(한.중.일)의 범종을 살펴보면

ㅣ. 한국의 범종

종신의 외형은 마치 장독을 거꾸로 엎어 놓은 것 같이 위가 좁고 배 부분이 불룩하다가, 다시 종구쪽으로 가면서 점차 오므라든 형태로 매우 안정감이 있습니다.

용뉴는 한 마리의 용이 목을 구부리고 천판을 물고 있으며, 그 뒷부분에는 둥근 대롱 형태의 음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신에는 상.하대의 문양대가 있고, 연곽과 그 속에 9개의 연뢰를 정연하게 배치하였으며, 배 부분에는 당좌와 주안천인상 등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ㅣ. 일본의 범종

상,하가 거의 평행을 이루듯 통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며, 용뉴는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쌍룡이며 음통은 없습니다.

전체적인 문양은 단순화된 십자문 띠로 구성되어 있고, 선으로 구획한 내부 또는 다른 여백 부분에 일정하지 않는 많은 수의 종유를 장식하였다고 합니다.

ㅣ. 중국의 범종

외형은 종구 쪽이 나팔형으로 벌어졌으며, 구연대 부분은 6릉, 8릉 등으로 처리되어 있고, 용뉴의 모양과 형태가 일본의 범종과 같으며, 중국의 범종 또한 음통이 없습니다.

종신 전체를 위 아래로 여러개 띠로 결박한 듯이 종 횡선대로 구획하여 장식하였습니다.

 

* 좋은 종소리란?

범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로, 좋은 소리란

첫째,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인데, 잡음이 없고 귀에서 아름다운 소리로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종의 여운이 길어야 하고,

셋째, 뚜렷한 맥놀이가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세 요소는 종에 사용한 합금, 쇳물의 냉각 속도, 종의 형상, 두께 분포, 문양 배치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구리와 주석의 함량이 중요한 데, 주석 함량이 12~18% 정도일 때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하며, 주석량이 10% 이하가 되면 재질이 연하여 종소리가 나쁘거나 잘 나지 않으며, 주석량이 너무 많으면 경도는 크나 쉽게 깨지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니 참으로 예민한 것 같습니다.

* 한국의 범종이 좋은 소리를 내는 이유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며 감탄하게 됩니다.

ㅣ. 당좌의 위치

종을 치는 자리를 '당좌'라 하는데, 당좌는 종구에 가까운 종 하부를 타종하였을 때 종소리가 가장 크고, 상부로 올라갈수록 소리가 작아짐을 이용하여, 당좌가 종구의 밑에서 가장 불룩한 부분에 위치하도록 배려하여 이 부분을 가격할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ㅣ. 비대칭 구조가 만드는 맥놀이

한국 범종의 특색은 맑고 청아한 음색을 가지며, 긴 여운과 뚜렷한 맥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맥놀이란, 비슷한 진동수를 가지는 2개의 주파수가 합성되어 서로 간섭하면서 진동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이에 따라 소리 역시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종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면 맥놀이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종 표면에 다양한 무늬가 조각되면서 종에서 비대칭성이 발생하면서 맥놀이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ㅣ. 잡음을 제거하는 음통

우리나라 범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 음통에 있습니다. 이 음통의 내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아래쪽이 종신 내부에 관통되도록 구멍이 뚫려있어서, 종을 칠 때 격렬한 진동을 신속히 걸러 내 충격을 신속히 제거함으써, 소리의 일부를 공중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즉 음통이 없다면, 가격음의 상태가 길어지고 그만큼 충격을 오래오래 끌게 되어 종에 무리를 가하게 된답니다.

ㅣ. 땅바닥에 설치한 움통

우리나라의 범종은 종각에 걸 때 높게 걸지 않고, 지상에서 낮게 띄워 걸려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종구 아래쪽에는 땅을 움폭 파거나 이곳에 큰 독을 묻은 경우도 있는데, 이는 종구 쪽으로 빠져나온 공명이 메아리 현상으로 다시 종신 안으로 반사되어 여운이 길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또한 위에서 내려온 진동을 반사함으로써 새로운 진동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한국의 범종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음통과 움통이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으로, 종소리를 더 깊고 은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 종을 만드는 방법

ㅣ. 밀랍주물법

밀랍(벌집)과 소기름을 적당히 배합하여 만든 밀초를 사용하여 만드는 방법을 말합니다.

제작하고자 하는 범종 모양과 동일한 밀랍 모형을 만든 후, 열에 강한 분말 상태의 주물사를 반죽하여 표면에 수차례 바릅니다.

일정한 두께를 준 뒤 이를 완전히 건조시킨 후 은근히 열을 가해 내부의 밀랍 모형을 제거하고, 쇳물을 부어 범종을 제작하는데, 작업 공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제작 기간이 소요됩니다. 실패율이 높으나 성공했을 경우, 다른 주조 방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섬세한 문양과 깨끗한 표면,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를 얻을 수 있답니다.

ㅣ. 사형주물법

지문판을 사용하여 외형에 문양을 찍어 새기는 방법으로, 철제 범종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주조 순서는 우선 지문판을 제작한 뒤 외형틀과 회전판을 제작하고, 주물사를 다져 넣은 다음 회전판을 돌려 범종의 내. 외형을 완성하고, 다시 외형틀에 문양을 찍은 후 주물하는 방법입니다.

종의 표면이 곱지 못하고 투박한 단점이 있는데 일본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박물관 2층 전시실에는, 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형으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습니다.

전시실은 시원했으나 바깥 날씨가 워낙에 무더웠던 탓인지, 이들의 수작업과 협동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그 수고로움이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 범종의 각 명칭

 

 

ㅣ. 용뉴

종을 매달 수 있도록 용머리와 휘어진 목으로 만든 고리부분의 조각을 용뉴라 하는 데, 일본 범종과 중국 범종은 하나의 몸체로 이어진 쌍룡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범종은 한 마리의 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용뉴의 문양이 대부분 다르다는 것을, 전시된 다양한 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ㅣ. 음통

용뉴뒤에 둥근 대롱 형태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음통은 우리나라 범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 대부분 내부가 비어 있고 아래쪽이 종신 내부에 관통되도록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ㅣ. 천판

종의 윗부분 판을 일컫습니다.

ㅣ. 상대

천판과 연결된 종신 상부의 문양띠를 상대라 합니다.

시대에 따라 보상화무늬, 연당초무늬, 범자무늬 등으로 다양하게 장식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ㅣ. 연곽과 연뢰

연꽃봉오리 형태로 돌출된 장식을 연뢰라 하고, 그 장식을 싸고 있는 방형곽을 연곽이라 합니다.

연뢰는 시대에 따라 크기나 형태면에서 약간의 변화를 보였으나, 서른여섯 개를 장식하는 것은 항상 지켜졌답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각 시대별로 새긴 무늬는 조금씩 변화했답니다. 

ㅣ. 종신부조상

당좌와 당좌 사이 앞. 뒷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 범종은 주로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천인상이, 고려시대 범종은 비천상, 불.보살좌상이, 조선시대 범종은 보살입상 등이 장식되었습니다.

ㅣ. 하대

종구에 연결되는 아래 문양 띠를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상대와 동일한 문양으로 장식되었답니다.

ㅣ. 당좌

종을 치는 자리를 '당좌'라 하는데, 당목(종을 치는 나무)과 직접 닿는 부분인 당좌는 종신의 하대 위에 별도로 마련되어 도드라지게 배치되어 있으며, 원형의 연꽃무늬로 장식되었습니다.

ㅣ. 움통

종구 아래쪽 땅바닥이 움푹 파여진 곳이 움통입니다.

 

 

전시된 다양한 종을 보면, 각 시대별로 용뉴와 종신부조상이 조금씩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사찰의 종각에 걸린 범종을 봤을 때랑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으며, 기억되지 않던 범종의 각 명칭은 가까이서 직접 보며 비교하노라니 확실하게 기억되었습니다.

종이라는 한 종류만 전시해 놓은 아담한 공간에서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제 스스로 유식해진 듯 뿌듯함을 맛보았습니다.

 

 

작은 규모긴 해도 세계 여러 나라의 종이 전시되어 있어서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종이 많음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겁고 투박해 보이는 범종외에, 서양에서 만든 아기자기한 장식품의 예쁜 유리종도 볼 수 있었습니다.(사진촬영은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는 조건으로 가능하다고 하기에 담아보았습니다.)

 

 

 

 

 

 

 

 

 

 

 

 

 

 

 

 

 

 

 

 

동화적인 요소와 자연물을 아름다운 색깔과 다양한 모양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이 같은 유리종은, 하정희.이재태 부부교수가 수년에 걸쳐 외국에서 수집한 것으로써, 진천종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과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물관 입구 거푸집에 마련된 종

실내 전시실에서 범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접한 후, 남편이 박물관을 벗어나기 전에 또 한번 타종을 하였습니다. 전시실에 입장하기 전에 무작정 타종해서 들었던 종소리와는 느낌이 달랐던 이유는, 종소리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비중이 더 큼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울려라 천년의 종소리

진천에 자리한 종박물관은 종의 역사, 종에 담긴 정신과 문양, 소리 등 범종에 관한 모든 자료를 집대성하여 체계화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 전문박물관으로 유일한 곳이라고 합니다.

범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널리 홍보하는 수준 높은 문화관광 자원으로 거듭나길 기원함과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의 울림이자, 깨우침의 울림이 세계로 울려 퍼져 많은 관람객이 찾아들길 또한 기원합니다.

각 지방에 특색있는 다양한 박물관을 일일이 다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상황을 누릴 수는 없지만, 한번 방문한 곳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음은 참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