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비해서는 채소값이 상승했지만 한때 황당할 정도로 폭등했던 시기에 비하면, 이제 어느 정도는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추와 상추가 금추가 되자, 식당 상위에는 배추김치 대신에 다른 반찬이 대체되고, 고기집에서의 상추리필을 부탁하며 눈치보는 상황은 벗어났으니 말입니다. 저는 그간에 몇차례 모임을 통해 식당을 이용하며 그렇게 느꼈었는데... 실상은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며칠전에 갑작스럽게 마련된 모임이 열린 식당에서의 일입니다. 정기적인 모임이었다면 아마도 좀 더 알아보고 장소를 선택했을테지만, 그야말로 갑자기 열린 자리라 총무는 장소가 넓은 곳에만 중점을 두고 고른 식당이었나 봅니다.
우리일행은 삼겹살을 주문해 놓았더군요. 채소쌈은 여자들이, 매운풋고추와 마늘은 대부분의 경우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더 즐기는데, 이 식당에서는 상차림에 풋고추가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종업원의 실수로 여기고 한 회원이
"아줌마, 여기 고추 좀 주세요."
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다른 시중은 들어주는데 고추는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주문을 못 들은 것으로 여기고 다른 회원이 다시
"아주머니, 여기 고추 좀 주세요."
하고 또 부탁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무반응입니다. 부부모임 회원들간에 웅성거림이 일었습니다.
"아줌마가 우리 일행을 무시하는 거 아냐"
"설마 그럴리가..."
"그런데 왜 고추 좀 달라는 말에 대답이 없냔 말이야."
"두번이나 부탁했으니 바쁜 일 끝나면 갖다주겠지. 좀 기다려봐..."
하지만 갖다주지 않았습니다. 모임의 총무가 벨을 통해 서빙하는 아주머니를 불렀고, 아주머니가 왔습니다.
"아줌마, 우리상에 풋고추가 없길래 아까부터 고추 좀 달라고 했는데, 왜 못들은 척 안 갖다주는 거예요? 이 식당을 모임장소로 선택한 제가 참 곤란해지네요..."
"죄송합니다. 으... 저희식당에서는 쇠고기주문에만 고추가 나갑니다..."
"예? 뭐라구요? 그럼 우리상은 삼겹살이라서 안준다는 겁니까"
"......"
"이러지 마세요.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모임때마다 삼겹살만 먹겠습니까? 그리고 또 다른 사람하고도 이용할 수도 있고 그런데 삼겹살이라서 고추를 못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시겠지만 고추값이 워낙 올라서..."
"그래도 이건 아니죠. 정 그러시면 사장님께 제가 직접 말씀드리죠."
"아 아닙니다."
드디어 고추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상은 3갠데 한접시에 3개씩 3접시도 아니고, 딱 한접시에 고추는 달랑 3개였던 것입니다. 고추가 담긴 접시를 받은 남자회원이 고맙다고 말한 뒤,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것을 부인이 말렸습니다.
어이없었지만 더 이상 고추에 대한 주문은 하지 않았고, 회원들이 한조각이라도 나눠먹을 수 있도록 고추는 이리 저리 옮겨지면서 아껴 먹게 되었습니다.
상추가 금추가 되었던 시기에 밉상손님 되지 않기 위해 서로 정보를 나누긴 했어도, 풋고추가 식당에서 돼지고기주문이냐? 쇠고기주문이냐?에 따라 대접이 다르다는 것은 미처 몰랐기에 우리 모두 황당했던 날입니다.
주문에 따라 차별화를 둔 식당주인은 해명이 없는데, 갑작스럽게 잡힌 모임일정으로 말미암아 이 장소를 선택했던 총무가 회원들에게 미안해하며 편한 식당을 물색하지 못했음을 사과하는 해프닝을 치뤘습니다.
손님입장에서는 이런 식당이, 식당입장에선 우리같은 손님을, 서로 밉상으로 여기며 외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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