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우연히 산길에서 발견한 뽕나무 열매인 오디 맛에 매료된 울집의 父女가 맞이하는 6월은, '오디따는 날'을 정해놓고 기다릴 정도로 기대에 부풀어서 맞이하는 달이 되었음을 일주일전에서야 저는 알았습니다.
고3딸에게 휴일이라곤 매달 마지막 일요일뿐이라 좀처럼 시간내기가 쉽지 않기에 딸과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던 남편이, 일주일전부터 오디따러 갈것이라며 계속해서 저에게 알리는 것을 보고...^^
싫다고 하는 저에게 따지않아도 좋으니 동행만 해달라는 부탁에 어쩔수없이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근처에 도착하니 이틀전 세찬 비바람에 떨어져 얼룩을 만들고 있는 오디를 쉽게 볼수 있었고,
간간히 산딸기도 수줍은 빨간빛으로 고개를 내밀며 반기니, 오디따는 것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했던 제 다짐은 봄눈녹듯 사라지고
자연이 준 선물의 신기함에 취해 제 마음은 어느새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우연히 따기 좋은 자리에 있는 뽕나무를 알게 되었는데, 근처에 살고계신 어르신의 승낙에 마음편하게 딸수 있었기에 감사의 표현으로 막걸리와 부침개 그리고 커피를 준비해 가서 드렸는데 좋아하시면서 잊지않음에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남편을 따라 저도 부지런히 땄습니다.
꽤 많이 땄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길건너 언덕위에서 다른 어르신이 부르시기에 달려갔더니, 어르신이 계신 밭 주변에도 오디가 많이 열렸음을 알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넉넉한 인심에 감사하며 가까이 갔더니
할아버지께서 낫까지 내미시며
"이 나무 다 자르려고 하니 낫으로 가지를 치면서 마음껏 따가시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 이렇게 좋은 걸 왜 베어내려고 하세요. 따서 드세요 몸에 좋은거래요."
"나도 좋은 줄 알아. 하지만 이걸 누가 따누 일손도 부족한데... 자꾸만 걸리적거려서 베려는 거니까 많이 따가요."
어르신은 정말로 낫을 내놓시곤 모습을 감추셨고, 우리부부는 갈등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은 진심으로 들렸지만, 차마 낫을 댈수가 없어서 망설이다가 확인차 내년에 다시 발걸음을 할때는 오디주를 들고 어르신을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오디에 붙었던 이름모를 벌레들이 덮어둔 뚜껑위로 많이 올라와 있군요. 이름모를 벌레와 잔나뭇가지의 긁힘을 겪으며 가려움을 겪었지만 열매따는 일은 참 재밌었습니다.
팔이 긁혔습니다. 따갑지만 언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수없을 만큼 정말로 열심히 매달렸던 거 같습니다.
오디 양이 작년의 3배정도는 될것 같습니다. 남편이 골라내고 있습니다.
설탕과 오디를 같은 비율로 맞춰서 버무린 후
뜨거운 물로 소독한 병에 담습니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난 후, 꼭 짜서 엑기스와 찌거기를 분리해서 엑기스에 물을 타서 마시면 오디쥬스가 되고, 담근술을 타면 오디주가 됩니다.
금년에는 따로 쨈을 만들지 않고, 엑기스로 짜고 남은 찌꺼기로 쨈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년에 쨈을 따로 만들어서 다 먹은 후(☞오디로 만든 쨈과 야채곁들인 샌드위치), 찌거기를 이용하여 쨈을 만들었더니 그 맛도 괜찮았습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오디로 알뜰하게 활용했습니다.
작년에 만든 오디주입니다. 큰 쥬스병으로 두개를 만들었고, 한병은 지인들과 나눠마시고 남은 한병으로 남편과 가끔씩 마시는데... 오디의 효능으로 알려진 내용을 옮깁니다.
어제 오후내내 저희 부부가 뽕나무열매인 오디와 함께 보낸 시간입니다^^▶ 변비를 예방한다(울딸이 바로 효과봄)
▶ 오장을 보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
▶ 간장을 튼튼하게 하고 정력을 좋게 하며 풍을 가라앉힌다.
▶ 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롭다.
▶ 백발을 검게 만들고 노화를 방지한다.
▶ 부종을 억제하고 숙취를 제거하며 대머리를 예방 및 치료한다.
▶ 오장과 관절을 이롭게 하고 혈기를 통하게 한다.
▶ 갈증을 해소하고 불면증과 건망증에 효과가 있다.
▶ 칼슘, 칼륨, 비타민C는 사과에 비해 각각 14배, 2배, 18배 이상 함유.
▶ 철분 다량 함유 및 항산화 작용이 탁월하다.
일주일 지나서(6월 15일) 열어보니 위의 설탕은 이미 다 녹았더군요. 나무주걱을 넣어 아래에 녹지않고 있는 설탕이 녹도록 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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