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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맛집

고향친구가 보내준 매실과 시름한 날

매실이 열리는 고장도 아닌 곳에 사는 고향친구가, 지인으로부터 많은 매실을 받았다면서 혹시 매실엑기스를 담지 않았다면 보내주겠노라고 하더니 20kg이 넘는 매실을 박스에 가득담아 보내 주었습니다.
불과 며칠전, 남편과 오디열매를 함께 따서 오디엑기스를 준비해 놓은지 며칠되지 않았기에 평소에 살림으로는 게으른 주부인 저인지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에 제 손길은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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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야 말이 20kg이지 엄청난 양이었고, 일단 어디에 담아야할지 고민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체로 이맘때면 일년치 기호품으로 집집마다 매실엑기스 담는 주부들의 손이 바쁠때지만 저는 그동안 얻어먹기만 했을뿐^^ 실제로 담아보게 된 것은 금년이 처음이기에 마땅히 담을 용기가 없었던 게지요.

그러나 예전에 된장, 고추장을 직접 제손으로 담갔던(한때는 저도 부지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시절에 사용했던 장독이 있었기에 깨끗이 씻어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택배로 늦은 저녁에 받은 매실을 깨끗이 씻어서 밤새 물기를 말린 후, 다음날 오전내내 덜 떨어진 꼭지를 이쑤시개로 일일이 다 떼내는 작업으로 시간을 보냈고, 오후엔 아이들을 맞이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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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에 재우는 시간은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매실은 흑설탕보다는 황설탕이 좋다고 하여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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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죠.
※ 매실엑기스 만드는 방법^^
저같은 불량주부도 이론으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정도로 주부들 사이에 관심과 인기가 높은 식품이지요.
① 매실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립니다.
② 꼭지가 있으면 쓴맛이 난다고 하니까 일일이 깔끔하게 다 떼냈습니다. 이쑤시개로 살짝만 건드리면 떨어집니다.
③ 그리고 소주를 분무기에 넣어서 분사시킨 후, 말립니다. 금방 마릅니다. 이렇게 하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네요
④ 담을 용기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립니다. 끓는 물을 부어 살균한 후 말리는 것이 더 좋겠지요.
⑤ 준비된 매실:황설탕을 1:1양으로 장독에 한켜씩 번갈아 가면서 넣습니다.(매실, 설탕, 매실, 설탕...)
⑥ 남은 설탕으로 맨위에는 매실이 보이지 않도록 덮습니다. 설탕이 녹으면서 맨위에 매실이 뜨면 곰팡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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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렇게 잘 여며서 장독뚜껑을 닫아서 서늘한 곳에 둡니다.(▲요거 고무장갑 떨어진 것을 잘라두었던 것인데 아주 요긴합니다)
⑧ 보름~한달쯤 지난후, 바닥에 녹지 않고 가라앉은 설탕이 있으니 바닥의 설탕이 녹도록 저어줍니다.
⑨ 시작에서 엑기스로 발효때까지의 기간은 약 3개월입니다.

★ 앞으로 3개월후에 엑기스를 체에 받쳐서 분리한 후에 매실건더기로는 매실주와 매실쨈으로 활용하면 됩니다.(요 과정도 나중에 다 실천해 보고 사진으로 올리겠습니다. 처음해보는 거라 쪼꿈 들떴습니다.ㅋㅋㅋ)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매실의 씨로는 말려서 베개속에 넣어서 베개를 만들면 좋다고 하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요것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친구 덕분에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지만, 크고 작은 장독 4개를 채우고 보니 뿌듯합니다.^^
여기서 잠깐!!
될수 있으면 한곳에 담는 것이 더 쉽고 편합니다. 저는 체중계를 이용하여 매실 무게와 설탕무게 따지느라고 수고를 좀 더 했습니다.(친구의 고마운 마음과 정성을 생각해서 실패하면 안되는디...)
 
※ 매실장아찌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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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g을 훨씬 초과한 매실.
단단한 초록색만 골라서 장아찌에 도전해 보려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실장아찌가 맛있다고들 하는데 비해, 저는 몇해전에 얻어먹었는데 맛있다고 못느꼈거든요.
그래서 정말 맛있는지...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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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디...
이틀간 시간날 때마다 매실에 매달려 시름한 듯한 수고에서 얼른 벗어나고파 큰 그릇에 매실을 넣고 방망이로 때려서 씨를 분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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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마구잡이로 두들긴 바람에 씨가 제대로 안빠져서 고전 좀 했는디요... 세로로 세워서 꼭지부분을 때리면 씨가 더 잘 빠진다는 것을 끝날쯤에야 터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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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씨를 말려서 작은 간이용베개를 만들어 볼려고 씨만 남기기 위해서 여기도 설탕을 넣어 버무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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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분리하기 전에 3kg으로 시작했는데 씨를 분리하고 재어보니 딱 반 1.5kg이 되었습니다.
굵은 소금을 반주먹 뿌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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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간 후에 물기를 빼냅니다.(빠질 물기도 별로 없더군요^^) 이때 절대로 물로 씻는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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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용기에 담아 설탕을 넣어 재웁니다. 이때 설탕의 분량은 굳이 1:1 아니라도 됩니다.
씨를 분리한 매실:설탕을 1:0.5~0.8정도 해도 됩니다. 저는 대충 0.6정도로 재웠는데 다음날 아침에 위의 설탕이 다 녹았기에 가라앉은 설탕을 위로 올리기 위해 저으면서 한개 맛보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더라구요.

장아찌처럼 오래 묵혀두고 먹는 발효식품은 손수 장만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매실장아찌 맛이 예전에 얻어먹었던 그 맛과 전혀 달랐으며 새콤달콤한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매실과 시름한 이틀간의 제 모습을 본 울남편이 하는 말
 "내가 이 많은 매실을 구해다 줬다면 아마도 당신은 짜증냈을거야^^"
 "당신말이 맞아.ㅎㅎㅎ 하지만 금년에 제대로 성공해서 당신도 나도 잘 먹으면 내년부터는 내가 구입해서 해마다 담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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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6월 18일) 되는 날, 뚜껑을 열어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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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장아찌로 일주일 지난 모습입니다. 색깔이 많이 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