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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수능치르는 학교앞에서 수험생 엄마와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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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과 선배를 둔 후배들의 관심어린 격려와 응원으로 수놓았던 학교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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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도 원래의 모습으로 정리가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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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 떠난 학교앞을 저도 떠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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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엄마가 가지 않고 교문앞을 서성입니다.
 "걱정되셔서 못 가고 계시나 보네요?"
1년 후면 겪게 될 제 상황을 떠올리며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예, 첫째아이때보다 더 긴장되어서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요."
 "하루 종일 교문앞에서 기도하는 분도 계시다는데... 혹시?^^"
 "아니예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갈거예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들어오는 질문과 답은 생략하고 수험생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옮겨보려고 합니다.

대학진학을 앞둔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지방에 살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녀가 지방대에 머물지 않고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알려진 일류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서울소재지의 대학만이라도...
그도 안되면 수도권 대학에라도 진학할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 대학졸업 후의 취업과 연관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큰애는 지방대에 다니다 군대에 갔지만 저와 이야기를 나눈 엄마는 서울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애는 수도권대학에는 진입을 했더군요.(부럽부럽) 오늘 시험을 치르는 둘째아이는 집안의 경제상황이 첫째아이때보다 나아서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투자(?)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며 긴장하고 있는 엄마였습니다.
 "뿌린 만큼 거두겠지요^^"
 "OO아~~ 오늘 시험 제발 잘 보기를 기도하마. 너는 내꿈이야."
학교를 바라보며 외치는 엄마.
 "......"
이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제가 반성할게 많았습니다.
저는 아들이 수험생이었을 당시와 그리고 현재 고2인 우리딸에게도 별로 정성을 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수험생이라고 해서 아이위주의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만의 시간을 갖지 않는 것도 아니고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평소대로 할 것은 하면서 즐기고 있는 거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뿐만 아니라 서울이 아닌 지방의 대학교 출신으로는 알아주는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것부터가 힘들다는 소문에(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학교가 실력이다 본께로^^)... 마냥 걱정을 하고 있는 수험생엄마의 마음이 읽어집니다.
오늘은 수능을 잘 보기를 바라며 긴장하고 있지만, 점수가 나오면 대학진학문제로 또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그리고 몇년 후, 대학졸업을 앞둔 자녀를 바라보며 취업문제로 걱정하게 될 부모라는 미래가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니, 지방에 있는 대학이니 하면서 편가르는 현실도 우울하고, 대학졸업을 앞둔 학교에서 취업을 희망하면서 고사를 지내게 된 현재의 우울한 사회는 더 가슴아픕니다.

저..
저도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됩니다만...
대기업 취업은 점점 더 꿈같은 일이 되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느끼면서 저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취업으로 나서는 것은 초보적인 생각이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이 즐기면서 할수 있는 일을 찾아서 소득과 연관지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더니 여유있는 생각이 부럽다면서 놀라더군요.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제가 더 부럽습니다. 울아들은 지방대생이고 울딸도 서울로 진학할 실력은 못되는 듯하기에 이미 체념을 한 엄마로써 아이의 능력에 눈높이를 맞추고 여유있는 척 할 뿐이지요.

'훌륭한 아이는 나라에서 데려가고, 우수한 아이는 기업에서 데려가고, 아무 능력도 없는 아이는 부모차지가 된다'는 말에 동감을 표했습니다.
수험생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학교를 한바퀴 또 한바퀴 도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첨엔 몰랐는데... 소원을 빌면서 탑돌이하는 대신에 학교의 담장을 따라 도는 다른 수험생엄마를 보았습니다.
엄마의 정성이 아이를 멋지게 성장시킬 것을 기대하며 수능날 아침풍경을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