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2학년 딸, 오늘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이른 귀가시간을 이용하여 친구의 지난 생일을 챙기게 되어 조금 늦게 집에 돌아올 것임을 알리고 아침에 등교했습니다.
저녁 8시쯤이면 귀가할 것이라고 했던 딸은 그 시간이 한참 지나도 소식없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핸드폰에 문자를 넣어도 답이 없고 이어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딸,
'아마도 진동으로 해놓고는 못느끼고 있나보다.'
생각하고 좀 더 기다려보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딸에게서는 소식이 없고 슬그머니 걱정으로 조바심이 났습니다.
"야가 늦으면 중간에 한번쯤 전화해서 알려주는데 오늘은 소식 깜깜이네."
"올때되면 오겠지. 당신답지 않게 왜그래? 걱정을 다하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으면서 전화도 안받으니까 그렇지."
"별 걱정을 다하네. 아들 키울때는 강하게 키운다면서 전혀 안하던 걱정을 하니까 우째 당신같지 않네."
"당신은 걱정안돼?"
"나는 우리딸을 믿으니까"
"나도 믿지만 세상이 하도 험하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걱정하는거지."
"아들이 알면 서운해 하겠네. 그 녀석은 아무리 하교시간이 늦어도 걱정안하더니..."
"걱정했다구. 겉으로 안 드러냈을 뿐이지."
남편이 저를 보고 표현한 '당신답지 않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독립적으로 자립심있게 키운다고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도록 지켜본 것이 꽤 강하게 인식되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저는 애들 걱정을 하지 않는 어미로 여겼다는 것?
제 속에 숨은 여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가슴앓이를 하거든요.ㅋㅋㅋ
한참 후 다시 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에도 받지 않으면 딸의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제 전화를 받은 딸이 하는 말이 저를 더 기막히게 합니다.
"딸 지금 어디야?"
"집으로 가는 중이예요."
"왜 전화를 안받어? 엄마가 걱정했잖아^^"
"집에서 전화올리 없다고 생각하고 진동으로 해놓고는 잊고 있었어요. 엄마가 전화를 다 하시고 놀랍기도 하고 기분도 좋네요^^"
"올 시간이 지났는데 오지 않으니까 걱정되잖아. 그래서 전화를 여러차례 했는데 받지도 않고..."
"ㅎㅎㅎ 우리집은 오빠나 저를 강하게 키우는 편이라 역시 전화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걱정된다며 전화를 해주니까 뜻밖이네요.^^"
"딸~! 어느부모가 자식 걱정 안하겠냐? 더구나 딸은 아들보다도 더 마음쓰고 있다는 거 새기길 바래^^"
"예 알겠습니다. 집에 다 와가요."
귀가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돌아 온 딸, 아주 밝습니다. 친구랑 셋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노라니 이리저리 많은 길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헤어짐을 아쉬워했다네요. 내일이면 학교에서 또다시 만날 친구들인데... 저역시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큰애인 아들은 고교 졸업식 전날에 마련해 주었던 핸드폰을 딸은 여고입학과 동시에 제가 아쉬워서 먼저 마련해 주었던 어미의 심정을 이해해 줄것을 딸에게 부탁했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를 패러디한 말로 '자는 딸도 다시보자'는 표현을 딸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번졌을 정도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딸과 아들키움에는 어찌할 수 없는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울친정엄마도 더구나 하나뿐인 딸로 저를 키우시며 노심초사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감사의 은혜가 더 깊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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