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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시선이 머문 '그 남자의 책 198쪽'

  • 나이도 상황도 상관없이 가을이면 찾아드는 얄궂은 기류의 감정은 참으로 심란하다.
    뭐라고 딱히 내세울만한 감정이나 내용도 없으면서 공허함을 따라 가라앉고 있는 내속의 또 다른 나를 금년에도 맞이하고 있는 나를 본다.
     '나? 역쉬 나! 나가 문제야....'
    그리고... 알수없는 이 희한한 혼란을 잠재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풍성한 감성으로 물들이는 이 계절이 싫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버거운 가을임을 탓하는 또 다른 나를 느끼는 모순을 안고 시선을 보낸다......
    '그 남자의 책 198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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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가 찾는 책 198쪽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놓친 것일까?
    가을영화로 내가 선택한 '그 남자의 책 198쪽'에 머문 내 마음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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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은
    2006년 가을로http://blog.daum.net/wittytoto/8694002
    2007년 행복http://totobox.tistory.com/25 에 이어 금년 2008년 내가 본 가을영화로 기억하고 저장하려 하는 영화다.

    윤성희씨의 소설 '거기, 당신?'에 수록된 단편 '그 남자의 책 198쪽'이 원작이며, 제27회 이상문학상 추천작으로 20쪽 남짓한 아주 짧은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는 것과, 영화로는 2008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이었다는 것도 영화를 본 후에야 알게 된 내용이며, 내가 읽지 않은 책이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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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인이 남긴 쪽지의 사연을 찾기 위해서 매일 도서관에 가서 198쪽만을 뒤적이며 책을 찢는 남자 준오(이동욱), 그러다가 결국에는 사서(은수/유진)에게 들켜서 혼줄이 나고...
    실연의 아픔으로 신경성 위염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살아가는 도서관 사서 은수는 198쪽의 사연을 안은 남자를 도우면서 자신도 사랑의 상처를 치유받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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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한 간격유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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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 이런 정서가 예전의 우리모습 같아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잔잔하게 빠져들게 하였던 화면은 맑은 수채화를 보는 듯한 편함과 소박한 순수함이 좋았다.

    심지어 영화포스터에 삽입된 장면조차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좀 의아했고, 일식집 사장인 그 '남자의...' 주인공 준오가 마음의 치유로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칼을 다시 잡고 은수를 위해서 손수 회를 떠는 감동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등장한 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역의 손으로 너무 돋보이는 바람에 거슬렸음이 매우 아쉽긴 했다. 무척 방해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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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198쪽을 봐. 너에게 주고 싶은 내 마음이 거기에 있어…"
    무슨책인지 알수 없도록 찢어진 쪽지의 198쪽을 찾아 은수와 준오는 도서관에서 밤을 새고 그 경험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어 온돌방 도서실을 만들자는 제안서를 올리게 되는 은수의 소박함이 좋고,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거나 혹은 더 과한 혼전관계를 당연한 듯이 연출하는 요즘 영화들에 비해 순수하고 서정적인 면이 너무 좋았다.
    너무 과한 사랑을 욕심내지 않는 관객이라면 볼만한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가을과 어울리는 영화가 해마다 만들어지는 것이 관객으로써 참 고맙다.
    '그 남자의 책 198쪽'은 간단한 내용이지만 책과 관계된 사연과 직업을 등장시켜서 가을과 참 잘 버무려놓았다고 생각된다.
    은수가 잠시 정차하는 역에서 옥수수를 사고 거스름돈을 못받아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경운기를 타고 가며 듣게 되는 '책과 애인의 공통점'을 던지는 아저씨의 대사가 참 인상적이다.

    첫째, 함께 있으면 자고 싶다.
    둘째, 침을 묻히면 잘 넘어간다.
    세째, 가을에 더 필요하다

    사랑의 기억은 남아도 아픔은 세월따라 사라진다며 조용히 조언하면서 사고로 죽은 남자의 애인을 남자마음을 통해서 느끼는 넉넉한 마음이 이뻐보였다.
    사랑한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젊은이의 치유과정이 참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를 보고 나를 돌아본다.

    내가 기억해야 할 사랑은?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따로 있는게 아니었다. 살아온 연륜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기억해야하며 또한 베풀고 나누어야 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을터널을 차분한 마음으로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