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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솔직한 대화가 우리부부와 닮은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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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있어? 평생 한사람만 사랑할 자신"
영화포스터에 사용된 이 표현을 우리부부는 오래전에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없는디요.ㅋㅋㅋ 배우자 모르게 찾아드는 사랑은 손가락질 받는 불륜으로 상대방을 배신하는 행동으로 보이니  행여나 그런 바람이 찾아오면 절대로 나 모르게 알아서 해결해 주면 좋겠어. 그게 배우자에 대한 예의거든요^^"
 "아니 나 몰래 바람이라도 피겠다는 거야?"
 "ㅎㅎㅎ 그게 아니고 만약에...라는 가정법으로 물은거 아냐?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하는 말인데요. 거의 집안에만 있는 나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당신에게 일어날 확률이 훨씬 많아서 알려주는 건데 왜 화내고 그래?"
물어본 사람도 남편이고 화를 낸 사람도 남편이었으며 그리고 한참 후~ 한눈을 판 쪽도 남편이었습니다.
영화는 2년전, 책으로 대했을 때( 또다른 사랑을 인정받겠다는 '아내가 결혼했다')와의 느낌이 다른 부분을 많이 떠올리게 했습니다. 기억속 저 밑바닥에 있었던 옛일을 돌이켜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음을 느끼며 그동안 많이 너그러워진 저를 느끼며 웃음을 흘렸습니다.ㅋㅋㅋ

이 영화는 위기를 잘 넘긴 우리부부가 꼭 함께 봐야할 영화라고 여기며 남편과 꼭 함께 볼 것을 희망했지만 좀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혼자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여우같은 마눌하고는 살아도, 곰같은 마눌하고는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울남편의 삶에 꼭 필요한 양념이자 최대 골치거리는 바로 저입니다. 오늘이 내일같고 내일도 오늘같을 정도로 한결같은 울남편의 성품에 비해서 저는 하루에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변덕쟁이거든요. 그래서 울남편 여우같은 마눌이 좋다 사랑스럽다고 하면서도 아주 골치가 아프다고 푸념을 하면서 널뛰기가 심한 제 마음 잡기가 제일 어렵다고 합니다.^^
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마음을 제가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인인 나 몰래 철이란 넘이 들었다 나갔다 하는가 봅니다.ㅋㅋㅋ

저 결혼해서 첨엔 이러지 않았습니다.(믿거나 말거나^^) 참 조신했지요. 여자니까 여우기질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맞선으로 결혼한 사이인지라 낯선 분위기에 조심했는지 처음엔 여우로 살지 않았던 거 같고 살림은 일반적인 주부처럼 가족들을 우선으로 챙기는 여자였지요. 언제부터 여우로써 표나게 변하기 시작했는지 곰곰히 따져보니 울남편도 한때는 한눈 판적이 있었던 때를 지나고부터인 거 같습니다.ㅜ.ㅜ(요 야그는 좀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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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 내가 봐도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아는 참 매력적인 여자입니다.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을 때는 제 상상으로. 영화를 본 후에는 배우 손예진씨를 통해서.
맹한 듯, 청순한 듯, 순진한 눈망울로 상대를 바라보고 작은 가슴으로도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지적인 듯, 섹시한 듯, 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아리송함을 매력으로 지닌 여자, 특히나 축구에 관한한 관심있는 남자 못지 않게 박식해서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그리고 헌책을 모으는 취미를 지닌 여자.
 "헌책을 좋아해요. 헌책을 사온 후, 깨끗이 닦아서 햇볕에 말려요. 그리고 꽂아 둬요. 가끔 꺼내서 냄새를 맡으면 참 좋아요."
헌책 내음이 좋다는 인아(여주인공)의 말에 공감하는 나, 꼭 헌책이라기 보다는, 그리고 책이라기 보다는, 종이냄새를 저는 좋아합니다.

데이트 첫날인가? 축구이야기로 내용을 온통 덧칠하고는 헤어짐이 아쉬워서 집으로 초대해놓고서 함께 듣는 음악에 심취된 듯.. 하는 말이 엉뚱한 재치덩어리로 상대방과 관객들을 웃음짓게 했는데
 "덕훈씨, 이 음악을 듣다보면 배가 고프다고 꾸룩꾸룩 소리를 내요^^"
의아해하는 덕훈의 귀에 정말로 음악 자체에서 꾸룩꾸룩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돋보이는 미모에 지적인 매력과 함께 유머러스한 재치의 말과 애교까지, 이 여인에게 빠져드는 건 당연지사~! 정말 멋진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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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마다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종족이 있다는 것을 알리며 덕훈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말하던 인아는 나뭇잎을 떼어서 선물이라고 건네며 나뭇잎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당신과 나 사이의 가벼워진 사랑이라는 뜻이랍니다."
이 남자 고민합니다. 갱상도 말로 억수로 애간장이 탔지예. 인아의 말에 짜증을 내면서도 이 여자에 대한 사랑에 굴복하고 그 나뭇잎을 책에 꽂는 소심남이 참 성실해 보입니다.
먼저 전화하고 먼저 찾아가고 먼저 이별선언을 하고 그리고 괴로워하면서 술을 마치고 바닥에 뒹굴고 넘어지고...그러다 다시 찾아가 재회를 갈구하고...

이 여자는 나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사랑 하는 것이다.

인아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듯이... 그러나 친구가 조언한 대로 결혼은 무덤이다를 지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나만을 사랑하는 아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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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대회 열기로 이 땅을 열정으로 바꾼 그 시기에 청혼을 하고, 인아는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인아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진합니다. 결혼했다고 또 다른 사랑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온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다시 한번 더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으니 결혼을 한번 더 하게 해달라고 허락해주기를 바라는 여자입니다. 참 기가 딱 막힙니다. 그런데도 인아가 말을 하면 말이 안될 어처구니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 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니 이것참 황당@.@한 상황을 맞으며 덕훈은 내내 투덜대지만 그녀에게서 벗어나질 못하는 걸로 보아 덕훈은 아내를 사랑합니다. 아니면 자신의 엄마처럼
 "누구 잘되는 꼴은 절대로 못본다."
면서 함께 살기로 마음 먹은 것인지... 책으로 대했던 남자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을 답답해하고 불쌍하게 여겼던 저는 영화로 보니 눈에 보이는 배우의 표정과 환경이 더 실감나면서 갈팡질팡하며 갈등을 겪는 모습이 쉽게 공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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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사랑? 섹스?에 관한 솔직한 대화가 우리부부의 이야기를 흉내낸 것처럼 어찌나 비슷하던지 착각이 들 정도였기에 좀 화끈거렸습니다.^^

솔직함도 좋지만 너무 드러내면 상대방을 괴롭히게 되는 것이란 것을 영화를 통해서 헤아려보면서 불행중 다행으로 정리를 쉽게 끝낸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옛날에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였지. 지금은 여자는 거대한 항공모함, 남자는 거길 드나드는 조그만 비행기에 불과하다며 그래도 네가 낫다며 자신의 말못하는 처지를 친구에게 짜증으로 대신하는 덕훈의 결혼생활이 안쓰럽게 여겨졌으니 그에 비하면 저야 뭐 울남편의 잠깐 한눈 판 일은 세월이 약이 되어 다 치유되었고 그 후로 우리부부는 덕훈은 우리남편역할, 저는 인아처럼 매력적인 여성은 아니나 남편에게만은 여우가 되었습니다.

배우자의 딴사랑? 아니 다른 사랑?
간통이다! 불륜이다! 고 표현하기에는 내 사랑이 소중하기에 더럽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제 마음을 가눌려고 붙였던 남편의 한눈판 사랑을 '애꾸눈사랑'이라고 했습니다. 한쪽눈에 티가 생겨서 안대로 가려야 하지만 그 티가 낫고 나면 안대를 벗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처럼 내 남편의 바람을 그렇게 표현하고 참았습니다.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배신감은 저를 괴롭혔고, 매우 힘들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지만 내게 남은 사랑을 버리지 못하면 함께 해야한다는 것도... 그리고 억지로라도 상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울남편 인아하고는 다르게 처신했습니다. 절대로 아니라고 그리고 저 아닌 다른쪽 여자가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정리를 해서 그나마 제 자존심을 덜 다치게 해주었던 점은 감사히 생각합니다. 이보단 한눈을 팔지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요^^

너무 당돌하고 발칙한 여자, 자신의 황당한 이론을 친정부모님이나 주변인물들에게는 이해받지 못할 것을 아니까 감히 말하지 못하면서 남편에게는 아주 솔직하게 다 말하는 여자, 이 여자의 솔직함은 또 저와 비슷해서 아주 미워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도 부모님께 말하지 못하면서 남편에게는 편하게 말하는 게 있거든요.

너무 천연덕스럽게, 때론 섹쉬하게, 아주 진지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남편의 마음을 흔드는 여자 인아.
두남자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그것을 바라본 저는 관객으로써 영화관에 간간히 퍼지는 웃음소리에 동승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 후 영화로 나온『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면역력이 생겨서 그런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