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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KB편지 공모전"을 빌어 아들에게 전한 내마음


 

며칠 전, 저의 메일함에 위의 안내문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고백』이라는 타이틀이 이 가을에 제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었습니다.
주인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시부모님이 안계셔서 시어머니격이신 형님께 쓰자니 형제 자매는 안되고... 남편에게 쓰자니 만 50세가 안되는 젊은이(?)로 이 또한 자격이 안되고...ㅎㅎㅎ 친정엄마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니 엄마한테는 대부분의 감정을 다 드러냈기에 특별한 고백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고... 일반부문에서 헤매고 있으니 딸이 군에 있는 오빠를 떠올리며 저한테 권했습니다.
 "평소에 엄마는 늘 오빠한테 미안한게 많다고 했잖아요. 이참에 한번 풀어보세요.ㅋㅋㅋ"
아들에게는 쓸말이 많은 관계로 정리가 되지 않는 혼란스러움을 겪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하고 싶었건만, 아줌마의 기질을 감추지 못한 저는 상금에 눈이 어두워 욕심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한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고 며칠동안 고민했습니다.
고민한 이유
첫째, 아들에게 편지를 쓰려고만 하면 눈물이 먼저 나고
둘째, 쓸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정리가 쉽지 않고 두서가 없어서 혼란스러우며
세째, 정말로 내마음을 펼친 글이 아들에게 전달되면 어쩌나? 좋기도 하면서 쑥쓰럽기도 해서 쓰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고치며 다시 쓰고를 반복하는 동안 울다가 웃는 일도 꽤나 반복했나 봅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지켜본 남편과 딸이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쌩쑈를 다한다"
고 할 정도로... 뭐 그렇다고 남편과 딸이 저한테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요.ㅋㅋㅋ
 "또 운다~ 운다~ 엄마는 오빠만 생각하면 뭐그리 미안한게 많고 눈물이 많아요?"
 "너하고 비교하면 오빠한테는 엄마가 너무 잘못한게 많아서 늘 엄마 마음이 아파서 그렇지."
 "그럼 이참에 푸세요. 오빠한테 진심으로 사과하시고 담부터 안그러시면 되잖아요. 맨날 남자는 강하게 키워야한다면서 강하게만 대하시니 오빠가 엄마마음을 잘 모르잖아요."
 "아이고 이제 우리딸이 엄마를 가르치네^^"
 "저한테는 미안한 거 없으세요?"
 "있긴 하지만 아주 쬐끔이라서 오빠보다는 네가 편하지."
 "그래도 저한테도 좀 더 잘해주세요. 100점 만점에 정말로 100점 드릴께요. 호호호"
 "^^"

두서없는 글을 길게 써놓고는 그 씌여진 글을 읽어보고 다시금 지우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는 동안 울다가 웃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군에 있는 아들에게 특별한 고백으로 편지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제가 안부편지로 쓰던 때와는 달랐기에 눈물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완성한 편지로 응모하는 단계에 접어드니 세상에 울아들 군대주소로 바로 통하도록 되어 있어서 당황하며 또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상금에 눈이 어두워 편지공모에 응하는 엄마마음으로 오해할까봐서(사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긴 했지만요^^) 버릴까? 말까?... 그러다가 이런 기회를 빙자하여 제마음을 전할 수 있음이 얼마나 좋으냐는 남편과 딸의 격려에 힘을 얻고 용기내어 클릭함으로 응모가 되었습니다.

가슴이 떨립니다. 울아들이 만약에 편지공모에 응하면서 고백한 제 마음을 편지를 통해서 읽은 후 반응이 어떨지... 그리고 행여나 가슴아픈 일이 새삼 떠올라서 마음아파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되는 일은 우리 삶에서 늘 양면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만듭니다.ㅎㅎ
제가 오늘 아들에게 쓴 편지도 그렇습니다.

고운님~! 도 한번 응모해보세요.
넉넉한 마감날짜를 두고 받았던 메일이 아니었기에 저도 서툴고 어설프게나마 서둘렀습니다. 아들에게 늘 강한 모습만 보인 제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요.
마음을 보인 고백으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거나 혹은 오해를 푸는 기회로 삼을수도 있고, 더 나아가 잘 쓴 편지로 뽑혀서 상금까지 받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되어 우리의 일상에서 맛보는 빛나는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깊어가는 가을밤에 진심어린 아주 특별한 고백을 해보는 감사와 사랑의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