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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당신은 몇점짜리 부모입니까?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어린 자녀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하고 물어 본 경험이 한두번은 있을 것입니다.ㅎㅎㅎ 천진난만한 아이의 입에서 솔직한 대답을 들은 부모는 그때부터 조금씩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도 하게 되고요^^ 아이가 조금 더 자란 후에 물으면 눈치가 생긴 아이의 경우는
 "다 좋아."
혹은
아빠가 물으면
 "아빠"
엄마가 물으면
 "엄마"
라는 대답을 하고... 이쯤되면 부모는 자녀에게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지요.^^
좋다고 한들, 싫다고 한들 부모자식이란 관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귀여운 어린 자녀를 둔 부모입장에서는 꼭 한번은 각자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ㅋㅋ 유치한 줄 알면서도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집의 아들과 딸은 답이 참 쉬웠습니다. 아주 당연히
 "아빠!"
온화한 성품의 남편과는 정반대인 제가 나쁜 역할은 다 하기에 좋은 엄마일 수가 없습니다.

얼마전, 남편따라 모임갔다가 부모점수를 매긴 자녀 이야기를 들은 우리 부부, 문득 예전에 위의 글처럼 누가 좋아로 평가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번 물어보기로 하고 여고생 딸에게 솔직한 점수로 평가해 보라고 했더니ㅎㅎㅎ
 "정말 솔직히 말씀드려도 돼요?"
하고 몇번을 묻더니
 "모르시는 편이 좋으실 텐데... 꼭 알고 싶으세요?"
라며 뜸을 들이는 것입니다. 남편과 저는
 "괜찮아. 충격받지 않아. 뭐 우리가 점수로 사나. 모임에서 말했던 그아저씨의 딸처럼 우리도 네 속마음을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참 구차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열한 후에 들은 대답,
 "100점이예요.ㅎㅎㅎ"
라고 말하고는 딸이 마구 웃습니다. 딸의 웃음소리에 뭔가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이유를 물었더니 아 글쎄 아빠+엄마=100 이니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유를 설명하는데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각오하신 것 같은데 아빠는 좀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각각 50점이예요."
 "뭐어?"
제가 더 놀랐습니다. 저는 10점에서 20점되고 남편은 80점에서 90점은 될줄 알았거든요.
 "아빠는 자상하시고 잘해주시긴 하시는데 마음을 읽을 수가 없구요. 엄마는 제가 어릴 적에는 엄마가 저를 키워주셨지만 지금은 제가 엄마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아서요^^"
나름대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온화하고 말씀이 없으신 아빠의 마음이 반만 전해지는 모양입니다. 울신랑 속으로 엄청 충격이었을 것이나 저는 뜻밖에도 높은 점수에 놀랐지만 딸이 저를 키운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해석해 달라고 했더니만^^
 "컴퓨터 사용하시다가 뭔가 안되면 절 부르시죠. 글쓰다가 막히면 이어질 단어가 뭐 없냐고 물으시죠. 옷사러 가실 때 꼭 저를 데리고 가서 의견 물으시죠. 무슨 생각하시다 결론을 못내시면 저하고 상의하시죠. 어떨때는 제가 엄마를 키우는 언니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 제가 엄마를 돌봐야하는 점이 감점되어 50점이예요.ㅎㅎㅎ"
듣고보니 딸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니 제가 할말이 없었지요. 이런식으로 솔직하게 우리딸이 우리부부에게 점수를 매겼습니다.
좋은 점수면 더욱 뿌듯하겠지만 단점을 알았으니 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울남편 딸에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ㅎ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일이 있은 며칠 후, 갑자기 고무장갑이 떨어지는 바람에 슈퍼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딸의 눈치를 보다가
 "여보, 당신이 대신 좀 사와요. 딸한테 시켰다간 나 감점 더 당할 지도 몰라^^"
 "불쌍한 우리 마누라, 아이구 어쩌다가 저리 됐누."
그리고 남편이 나설 준비를 합니다. 그 모습을 본 딸이
 "엄마는 제가 얼마나 착한 딸인 줄 몰라서 그런말 하시는 거예요. 그동안 저 심부름 잘했잖아요. 제가 다녀올께요^^"
 "알아. 울딸 심부름도 잘하고 착한거... 하지만 눈치가 보이네.ㅎㅎㅎ"
 "아이고 괜히 놀리시기는... 제가 다녀올께요^^"
 "아녀, 괜찮아. 네 덕분에 엄마가 아빠를 소중하게 여기잖아. 아빠가 대신 갔다올께^^"
 "ㅎㅎㅎ 우리 여보가 최고다!"
 "두분이서 쿵짝이 아주 잘 맞네요.ㅎㅎㅎ"

고등학생이라도 우리딸 심부름 참 잘합니다. 저도 아무렇지 않게 잘 시켰구요. 그런데 이맘때쯤의 자녀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엄마도 드물지만, 심부름을 하는 아이가 이상할 정도로 여겨질 만큼 드물다는 것을 최근 아낙들의 모임에 가서 듣고서는 제가 좀 놀랐으며 그리고 반성하며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점수 매겼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비유를 했던 것이지요^^
역시 나이들어 갈수록 편한 상대로는 배우자가 제일 좋음을 또다시 깨닫습니다.
 
당신은 성장한 자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면 몇점짜리 부모가 될 것 같습니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하고 물었던 유치함을 또 다시 발휘하여 중간 점검(?)차원에서 달라진 자녀의 속마음을 엿보는 기회를 만들어 자녀와의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