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여고생인 딸의 국어과제물이 독서와 관련된 UCC동영상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문학작품과 연관지어 만드는 자료로 2학급은 ucc로, 나머지 2학급은 독서기록문으로 대체되었다고 합니다.
이 과제물을 놓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수행평가로 사용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담당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알리긴 했으나 아이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겠지요^^
그리고 아이들끼리 과제물을 놓고 불평섞인 토론을 벌이기도 했나 봅니다. 일테면 이런 과제물을 왜 냈을까? 더구나 수행평가도 아니라면서? 여러가지 추측을 늘어놓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대학원 공부중이신 그과 담당 선생님의 논문자료에 혹시 활용하려고 우리에게 이런 과제물을 내신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 하게 되었다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동요가 있었지만 참았다는 소문도 있었다네요.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워낙에 소문에 대해서는 잼병인 형광등인지라ㅋㅋㅋ
과제물 제출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잠잠해졌고 아이들도 잊었답니다. 그런데 최근에 교무실에 갔던 어떤 아이가 무심코 그 선생님의 책상위에 놓여진 노트북에 시선을 던졌다가 그때의 상황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애들끼리 난리가 났습니다.
"맞았어. 우리의 추측이 딱 들어맞았단 말이야. 내가 봤어."
"뭘?"
"왜 그 때 우리 과제물 있었잖아. 동영상 만드는 과제와 다른반은 독서기록문 말이야."
"그게 어쨌는데?"
"대학원생인 그 선생님 논문에 활용할 거라고 우리끼리 추측했던 거 말이야. 그게 맞다구"
"정말? 봤어?"
"그래. 교무실에 갔다가..."
"어쩌면 그럴 수 있니? 우리한테... 수행평가가 아니라고 할 때부터 좀 이상했어."
여자셋이 모이면 접시도 깨진다는 소란함을, 한창 나이인 여고생들이 모여서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니 그 파장은 어땠을까? 상상하니 제가 아찔합니다.(여고시절의 호들갑은 저희도 굉장했거든요^^) 배신감마저 든다면서 친구들사이에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오갔나 봅니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OO이 엄마는 그 당시에 예상했던지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도 했다는데 울엄마 생각은 어떠세요?"
"그럴수도 있지. 선생님이 가르치는 너희들 대상으로 참고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정확하기도 하고 시간도 없는데 하는 일과 연관지어서 할 수도 있지^^"
"우와 되게 너그러우시다 울엄마는..."
"ㅎㅎㅎ 나라도 그러겠는데. 제일 손쉽잖아^^ 일부러 도와드릴 수도 있는데 뭐 그걸갖고 배신이니 뭐니 그러니? 그 선생님이 아시면 서운하시겠다."
"아휴~ 우리엄마는 자신의 세대와 비교해서 말씀하시니깐 내가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친구들 세계에서 아줌마소리 듣는다니까요^^"
"딸~ 어차피 끝난 일이고, 또 그 사실을 그 당시에 알았다고 해도 뭐 어쩌겠니?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대로 하느라고 너희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좋지 않았니?"
"시간이 많이 걸렸잖아요?"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해도 공부할 애들은 어쨌던 밤잠을 줄여서라도 공부했을 테고, 안할 애는 시간이 널널해도 안할텐데 공부하시면서 논문준비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그런것도 해보고 나쁘지 않네."
"우리아빠 엄마는 남한테는 되게 후하시다니깐^^"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해^^"
"......"
선생님이 대학원엘 다니고 계신답니다. 자신의 공부가 급하신지 아이들을 정말로 믿는 것인지 자율에 맡기는 편이라고 합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면도 많지요. 믿고 놔두니... 그런데 요시기의 여고생들은 선생님 공부때문에 자신들한테 관심이 없다는 둥 그러면서 불평을 하지요^^ 반대로 관심을 쏟으면 잔소리가 많아서 싫다고 할 시기면서 말입니다.
딸과 친구들 생각처럼 자신들의 과제를 활용하신 선생님의 방법을 불만스럽게 생각해야 됩니까?
나름 좋은 경험일거라고 생각한 제가 딸의 생각에 동참하지 않은 게 잘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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