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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학교생활에 슬슬 불만이 터져나오는 사춘기 우리딸

대학생이 된 오빠의 고등학교 사춘기시절을 옆에서 지켜본 딸인지라 스스로 조심하고 있는 듯 느껴지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는 요즘의 우리딸 모습이 참 딱해보입니다.

휴일날, 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동안 제가
 "네가 못하면 다 불공평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니까 그냥 받아들여라. 아빠엄마가 너한테 공부 잘하는 딸보다는 네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니까 학교생활도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침에 학교간다고 인사하고 나설 때마다
 "우리딸 오늘하루도 잘 놀고 와아~"
하면서 딸의 출렁이는 사춘기 감정이 별 굴곡없이 차분하게 잘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는데...
 "엄마가 철없는 인사로 공부에 매달리지 않기를 바라시는 듯해서 말안해서 그렇지 짜증나는 일이 너무 많아요."
드디어 딸은 그동안 쌓였던 학교에 대한 감정을 비추며 불만을 나타내었습니다. 딸의 학교생활에 대해 제가 해줄 수 있는게 없기에 말문을 막고 싶어서 그동안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딸은 참기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컷 말이라도 하라고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같은반의 누구는 이래서 얄밉고, 어느과목 선생님은 준비없이 하는 수업같아서 싫고... 나름대로 이유는 다 있지만 듣노라니
 '우리딸이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가 싫어진 이유를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런저런 이유는 많지만 종합해보니 결국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압축이 됩니다. 큰애때는 우리부부도 아들생각과는 달리 욕심을 좀 냈습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사춘기를 맞은 아들과 마찰을 일으켰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둘째인 딸에게는 욕심없이 지켜보는 상황으로 건강하게 밝게 자라기를 바라는데 딸은 스스로 자신을 못살게 굽니다. 자신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별로 좋지않음에 대한 짜증...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나열하면서 불만의 소리가 터지는데... 도움을 줄수가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그냥 이 시기가 잘 지나가기를 바랄뿐...

우리딸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입학하기전 반편성배치고사 성적을 참고하여 앞의 1~3반은 잘하는 반으로 구성되었고, 4반~?반은 섞여있는 반입니다. 이렇게 반을 구성한 것은 학교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에게 무지하게 스트레스를 주나 봅니다. 학부모회의에 가면 앞반아이들이 뒷반알기를 우습게 안다는 식으로 주의를 하라고 엄마들에게 신신당부하는데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뒷반애들은 이정도로 해도 알아듣는데 너희들은 이것도 모르니?
앞반이라서 잘난척 하는구나...
질문하지마..
이정도는 감수가 되는데 급기야는 시험을 앞두고 편가르기를 하는 선생님마저 있다고하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대표엄마에게 물어보면 절대로 그런일은 없었다고 하는데 아이들사이에 퍼진 소문은 엄마가 듣는 것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친한 아이가 뒷반인데 그아이가 무심코 지난번 시험을 앞두고
 "너희도 이런 프린트물 받았니? 여기서 시험문제가 나온다고 힌트주더라."
 "아니 우린 안주던데..."
앞반아이들한테는 전혀 그런 프린트물이 없었습니다. 바보아닌 다음에야 내신성적관리를 해야하는 인문고애들이 그냥 무심코 넘기겠습니까? 뒷반이라고 다 못하는 수준도 아니고 단한번의 배치고사로 반편성을 이렇게 해놓고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뒷반아이들한테 밀리는 꼴이 되고 있는 피해자가 오히려 앞반이라고 짜증을 냅니다. 학부모들이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 항의하지만 절대로 그런일 없다고 하는 학교측...
선생님들 사이에도 공공연하게 퍼진 일인지 담임선생님마저 화가 나서 뒷반에 프린트물 나가면 내가 구해서라도 너희들한테 다 나눠주겠노라고까지 했다는데... 처음 모임에서 이런 식의 편가르기 반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뒷반에 자녀를 둔 엄마들이 학교에 협조를 하겠느냐는 걱정도 했었지만 그대로 일년을 채웠습니다. 짐작한 대로 뒷반아이 엄마들의 협조가 저조하여 앞반에서 거의 다 책임졌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학교 자체에서 한창 예민할 시기의 여고생을 대상으로 잘하는반, 못하는반으로 구분지어 놓고보니 담임선생님들간에도 보이지 않는 멋적은 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뒷반아이들이 피해자인것처럼 그들끼리 똘똘뭉쳐서 앞반애들을 골탕먹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선생님들의 처사가 너무 못마땅해서 학교 다니기가 싫다는 말까지 나오는 딸. 하필이면 같은 반 아이가 둘이나 자퇴하는 것을 직접 보았던 딸이기에 최근에 많이 힘들어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합니다.

학부모모임과 더불어 참석하게 되는 어느 자리에서건 모임에 가면 늘 듣는 소리가 한창 예민할 시기인 여고생들인지라 앞반 학부모님들의 따스한 배려를 부탁하는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들을때마다 기분 상합니다. 가만있는데도 우쭐해한다고 여기는 것은 자격지심일테고, 또한 바라지도 않았는데 반을 딱 한번의 시험으로 이렇게 편갈라놓고는 앞반 뒷반의 학부모들 눈치를 보고 있는 학교. 참 딱합니다.
차라리 공평하게 섞는 편이 훨씬 낫다고 의견을 내보지만 우째이리저리 1년을 채웁니다. 다음해에 새로 들어오는 입학생들에게는 우리딸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키웁니다. 반편성을 잘못해놓고 서로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거북한 짓은 제발 하기 말기를 누누히 말씀드리게 됩니다.

애들을 이상하게 만든 것은 학교입니다. 이웃의 아이가 뒷반배정을 받았습니다. 그애엄마도 나름대로 열을 냅니다. 단한번의 시험으로 애들을 기죽인다고... 맞습니다. 앞반이고 뒷반이고 다들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심사숙고해서 이런식으로 구성했노라고 하지만 오판입니다. 이렇게 불만속에서 1년이 저뭅니다. 다음주에 있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내신성적이 생각보다 낮아서 고민하고 있는 딸의 한숨과 불만을 드러내 보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쉬쉬합니다. 누워서 침뱉기라고... 어느 시기던 시행착오는 겪습니다. 그러면서 발전되겠지요. 교육에 있어서 시험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너무 불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딸의 의견에는 불만이 가득합니다. 확실한 사춘기입니다.
 「차라리 전국적으로 다함께 똑같은 시험문제지로 똑같은 날에 일년에 4번씩 치루면 지역이나 학교에 따른 내신관리문제로 고교간의 차이가 있느니 없느니 따지지 않아도 되고 믿을 수가 있다 없다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열을 올리면서 곁들이는 딸의 말을 빌리면 요즘 교과서는 너무 허전해서 참고서 없이는 공부할 것이 없다고 불만을 토하며 경제적으로 뒷받침 못받으면 변변한 문제지도 참고서도 없이 어떻게 공부하냐면서 교과서를 참고서처럼 만들어서 내놓아야할 것이 아니냐면서 흥분을 합니다.」

내년부터는 이학교에서 영어말하기 수행평가를 한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말하기를 하지 않으면서 우리보고 영어말하기 수행평가를 본다고 하니 과외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어떻게 말하기를 제대로 할 수가 있겠느냐면서 또 열을 냅니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면서 수행평가니 시험들은 왜 자꾸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도록 평가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한숨을 쉬는 딸을 보니 딱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딸아~~ 대충하면 안되겠니~~~ㅜ.ㅜ

입학한 학기초에 딸과 비슷한 증세를 앓았던 친구가 있었나 봅니다. 그친구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줘서 고맙다고 덧붙입니다.
 "그래 그친구는 어떻게 극복했대?"
하도 학교에 오기가 싫어서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자처했더니 선생님께서
 "학교에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들던지 좋아하는 친구를 만들어서 극복하라고 했대요."
 "그래 지금은 괜찮아졌니?"
 "예. 그러니까 제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지요."
 "우리딸도 지혜롭게 잘 극복되기를 바랄께. 너도 과학샘의 열정이 좋다고 했잖아."
 "......"

복잡해집니다. 지금 이런저런 과정속에 있는 딸을 보면서 저의 사춘기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저는 인문고 가고 싶었는데 집안사정상 실업고에 다니면서 친정엄마께 짜증을 쏟아냈던 시기로 저의 사춘기시절을 친구처럼 다 받아준 친정엄마께 감사하면서 죄송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