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에 보고 이번 추석때 만난 큰댁의 막내질부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초췌한 어두운 표정으로 인해 아픈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막내질부~ 다이어트했어? 아픈사람처럼 보여."
"^^"
대답없이 웃기만 합니다.
"뽀쌰시하던 피부는 왜 그리 태웠어? 효리처럼 구리빛 아니라도 이뻤는데^^"
"자전거 타고 다녀서 그런가 봐요^^"
옆에서 일하던 아랫동서가
"분가한 후로 좀 편해지지 않았어?"
하고 동서가 물으니
"분가해도 안할때랑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대답하는 막내질부의 말에 힘이 없습니다.
"왜? 무슨 고민이 생겼어?"
하고 물었더니 금새 이쁜 큰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아들때문에 고민이예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왜?"
"어머님이 중간에 나서시기 때문에 OO이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어요. 주변사람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핀잔만 듣고... 어디 하소연할 때가 없어요. OO이만 생각하면 불쌍해서 눈물이 나고..."
이렇게 시작된 막내질부의 고민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큰댁 형님의 자녀는 아들 둘에 딸하나입니다. 큰조카는 결혼하여 첫째 딸을 낳고 손자를 바라시는 형님과 시아주버님의 관심(?)에 큰 질부는 한약까지 먹었으나 둘째도 딸을 낳았습니다. 제왕절개 수술로 두명의 자녀를 낳은 큰 질부는 딸둘로 만족하고 마감(?)을 선포했기에 막내조카의 결혼과 더불어 또다시 손자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첫째 딸 낳고 둘째는 다행스럽게도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계획없이 있다가 딸을 더 낳아 자녀 셋으로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다자녀를 구성하여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신혼살림은 조촐하게라도 둘만의 공간으로 시작하고 싶었을 테지만 큰댁의 형편상 막내질부는 시부모님(형님과 시아주버님)과 함께 6년간 살다가 최근에 분가를 했습니다.
함께 사는 동안 막내질부가 낳은 아이들은 할머니(형님)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자랐는데 큰애인 딸은 할머니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이어서 태어난 남동생의 누나, 언니가 되는 위치를 빨리 파악한 탓인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의젓하게 잘 자라 예의도 바르고 또래들보다 성숙한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내로 태어난 딸도 얌전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둘째인 아들이 가끔 떼를 쓰기 시작하면 도대체 감당이 되지 않는 점이 큰 걱정이라고 합니다.
손자.손녀에게 골고루 사랑을 쏟는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손자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관대함을 보이시는 울형님의 무조건적인 사랑때문에 막내질부가 엄마로써 해주고 싶은 부분을 해줄 수 없음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들도 딸처럼 예의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그렇지 못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봐도 좀 지나칠 정도로 아이가 산만하고 멋대로임을 느끼게 됩니다.
잘 놀다가도 뭔가 못마땅하면 이유도 밝히지 않고 그냥 큰소리로 울기부터 합니다. 왜 우는지 까닭을 모르는 막내질부가 엄마로써 걱정되기도 하고 어리둥절해서, 울지 말고 이유를 말하라고 아들을 달래며 묻고 있으면 어느새 시어머니께서 달려와 도리어 며느리에게 애를 왜 울리느냐고 화를 내신답니다. 그래서 질부가 아들이 왜 우는지 몰라서 지금 물어보는 중이라고 말씀을 드리면 그 말은 무시하고 우는 손자를 데리고 나가 버린답니다.
아이가 여섯살,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닌데 할머니의 이런 태도때문에 엄마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또한 엄마보다는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길들여지고 있는 예의없는 아들이 걱정이 되어 고민하느라고 어느새 표정까지 어두워진 것 같다고 고백하는 막내질부의 수심이 안타까웠습니다.
울형님 성격을 아는 지라... 그리고 나와 아랫동서가 겪었던 그간의 수많은 억지 사연이 많았던 지라... 막내질부의 걱정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았지만, 형님의 성격을 건드리지 않고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다들 고민입니다.
아빠인 조카가 나서서 형님(시어머니)께 아이교육은 우리가 알아서 시킬테니까, 아들이 울더라도 엄마가 좀 참아주셨으면 좋겠노라고 아무리 설득을 하고 애원을 하고, 그러다 큰소리로 화를 내어도, 울형님의 손자사랑은 막무가내입니다. 울면 힘들다고 그냥 오냐오냐하면서 손자를 달랩니다.
또래(6살)가 지켜야 할 예의도 알면서 할머니한테 가끔 어리광을 부리는 정도같으면 걱정이 되지 않지만, 일례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서 겪었다고 하는 일...... 버스안에서 표현이 너무 자유로운 아들을 보다 못한 질부가 아들에게 남에게 피해가는 것이니 조용히 앉아서 가자고 다독이면,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운답니다. 달래다가 지쳐서 버스안에 있는 사람들 보기가 민망해서 목적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내리게 된답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기본적인 것을 배웠을 텐데도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하면 감당이 되지 않아서 걱정이랍니다.
분가하여 아들 교육을 제대로 좀 시켜보고자 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들이 내리지 않기에 선생님께 물었더니 마칠 시간쯤 되어 할머니가 오셔서 데리고 갔다는 것입니다.
할머니집에 간 아들은 혼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영화만 열심히 보고 놀다가, 엄마생각에 칭얼대면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전화해서 아들을 데리고 가라고 하고 엄마는 가서 데려오고... 이런 일이 예고도 없이 일어나는 바람에 몇시쯤에 아들을 이런저런 학습을 시켜야겠다고 계획했던 일은 수포로 돌아간답니다.
질부가 어머님께 아들에게 필요한 이런 저런 학습에 대한 교육과 예절교육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도움을 청해보기도 했으나, 어릴 적에는 건강하게 잘 놀면서 자라면 나중에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된다며, 왜 나에게서 손자를 떼놓으려고 하느냐며 며느리에게 철이없다는 둥 싸가지라는 둥... 성질을 내시는가 봅니다.
함께 살다가 분가했기에 손자 보고싶어 하시는 어머님 마음을 헤아려, 매주 주말마다 가서 하루밤 지내고 돌아온다는 데도 주중에 일어나는 이같은 일때문에 도무지 아들 교육을 시킬 수가 없어서 할머니께 부탁을 했다고도 합니다만, 손자의 응석을 받아주기에 급급한 형님은 애가 안하려고 해서 못시켰다.. 하시면서도 또래에 비해서 한글 깨우치는 속도가 늦음을 아신 형님은, 또 엄마가 교육을 제대로 못시켜서 손자가 뒤처진다면서 짜증을 내신다고 하니 그야말로 난감한 지경에 놓인 막내질부...
할머니께 다 맡겨라고 했더니 마음 약하신 어머님이 오히려 OO이한테 질 뿐더러, 할머니를 때리며 덤빈다고 하니... 그리고 아빠말도 엄마말도 안듣고 울어버린다고 합니다. 그기다 우는 모습은 절대로 못본다는 할머니의 개입...
앉아서 차분하게 뭔가에 몰두하지 못하는 아들의 산만함을 걱정하면서, 할머니사랑과 엄마사랑에서 갈팡질팡하는 듯한 여섯살된 아들의 입장이, 어디다 마음을 둬야할지 모르는 기러기신세같아 보여서 불쌍하다며 우는 막내질부의 고민에 우리는 뭐라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왜냐하면 울형님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기에...
울형님, 자신이 옳다고 여기시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의견을 내는 젊은 것들(?)을 몹쓸 것들이라고 짜증을 내시며
"네가 똑똑하면 얼마나 똑똑하냐? 나도 그쯤은 안다. 어디 어른을 가르치려고 대들어?"
이런 식... 때로는 울형님 감정이 격해지면 글로 표현하기 곤란한 표현도 불사하며, 상대방의 마음에 상채기를 내시고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십니다.
분가한지 한달째... 버릇없이 떼쓰는 아들의 교육때문에 섭섭해하실 시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분가를 결심했는데... 시도때도 없이 나서시는 할머니의 무절제한 손자사랑으로 인해, 엄마의 설자리가, 아니 엄마의 존재감마저 없는 듯해서 서글픔이 든다는 막내질부의 고민...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시어머니와의 마찰로 남편마저 스트레스를 받아 자다가 심장쪽이 콕콕 쑤시는 통증을 느끼며, 병원을 찾게 되더라는 사정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쇠귀에 경읽기' 식이 되어버린다는 할머니의 손자사랑(?)
울형님의 손자사랑이 조금만 자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성격상 절대로 양보가 없을 것 같아 더 걱정되는 상황인지라, 막내질부의 아들 예절교육이 쉽지 않는 현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갈 방법에 대해 여러분의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형님이 키우신 형님의 아들인 큰조카와 막내조카의 경우를 지켜본 막내질부 입장에서 예절교육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기에 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막내질부의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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