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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대통령과의 대화'에 다르게 반응한 우리 부부

어제는 하루종일 '故 안재환'씨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머리가 복잡했다가 어젯밤 10시에는 채널을 두고 남편과 잔잔한 언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남편은 무척이나 기대를 걸었던가 봅니다. 그시간 유일하게 SBS에서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거절하고(?) 월화드라마 '식객'의 마지막회를 방영하는 시간과 겹치게 되었습니다. 울 부부에게 요것이 문제였습니다.ㅋㅋㅋ

남편은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고파했고, 저는 가끔 보긴 했으나 드라마 '식객'의 마지막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야말로 우리집 텔레비전의 채널선택을 두고 모처럼만에 기싸움이 벌어졌습니다.ㅋㅋㅋ
 '마지막회가 아니었다면 양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을 나열하여 설득했습니다. 뭐 굳이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남편이 양보했을 테지만요^^
 "여보,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는 끝나고도 알 수 있지만 식객은 그렇지 않아.ㅎㅎㅎ 일부러 찾아봐야만 마지막회가 어떻게 끝났는지 알수 있지만, 당신이 그토록 보고파하는  대통령과의 대화는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뉴스시간을 통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알게 된다니까... 혹시라도 잠들어서 뉴스를 놓치면 다음날 조간신문을 통해서라도 알게 될거야. 신문 읽을 시간이 없다고 치면 ㅎㅎㅎ 사무실에 가면 관심갖고 본 사람들이 서로간의 소감을 나타내는 것을 통해서도 알수 있구.^^"
 "내가 직접 보고 듣는 것하고는 느낌이 달라서 꼭 봤으면 좋겠어^^"
 "뭘 기대할 게 있다구... 어떤 정책이 설령 좋다고 해도 실천하기까지 찬반 논쟁을 벌이며 또 얼마나 시간을 끌텐데... 정계의 여야논리는 무조건적으로 내편 니편 가리는 식이라서 말만 번지르해서 내사마 기대할게 없더구만."
 "그래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같은데..."
 "에구 내남편 참 순진하시네. 국민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라고.ㅎㅎㅎ 나랑 함께하는 초등생들이 다 웃겠다. 여보, 내 생각에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을 재탕하거나 아니면 약간 포장해서 더 멋져보일 뿐 별거 없을거야. 그라고 뭐 진짜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소통이 되었다고 치자. 금방 시행돼? 그것도 아니잖아. 차라리 나처럼 모르면 속 편해.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할 것도 없고 원망할 일도 없고 말이야^^"
 "우리 나라 대통령인데 국민으로써 그래도 관심을 가져야지. 당신은 궁금하지도 않아?"
 "옛쓸! 나는 안궁금해요. 경제외치며 경제대통령으로 기대했건만 달라진게 뭐있어. 세계적으로 다들 힘든 시기니까 더 기대할 게 없어서 편안한걸. 더구나 대통령은 이 시간을 위해서 연습까지 했다는 소식이던데 뭘. 말만 잘하면 뭐하노. 말잘하는 대통령으로 지난번에도 겪어봤잖아. 나같은 사람은 뭐 별로 달라진 거 못 느끼겠더구만."
 "기대라도 하고 살아야지. 희망도 없이 살면 살맛이 안나잖아."
 "미안하지만 마지막회 좀 보게 해주라^^"
 "우리 함께 대통령과의 대화 보면 안될까^^"
 "여보야, 어제 탈랜트 '안재환'씨의 갑작스런 자살소식을 듣은 내 심정을 글로 올리며 스트레스 받았는데... 머리도 식힐겸 '식객' 보면서 잡념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게 해주라."
 "......"
마지막말이 울 남편을 흔들었는지... 채널을 식객에 맞추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말로 하는 기싸움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말많은 여자가 이길 수 밖에 없을테지만 저는 남편의 배려로 여기고 마음한켠에 미안함을 가지고 마지막회인 '식객'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날인 오늘, 뉴스며 조간신문이며 인터넷으로 대통령과의 대화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수 있었고, 더 나아가 네티즌들의 평가까지 내려진 글을 보며
 '역시나 내추측이 맞았어^^ 식객 보길 잘해쓰.ㅎㅎ'

위치나 환경, 혹은 직위가 다른 사람과는 아무리 허심탄회한 많은 대화를 한다고 해도 소통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느끼며 서로가 답답해 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기에 생각도 다를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우리는 각자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자 하는 강한 자존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귀족은 귀족끼리, 부자는 부자끼리, 서민은 서민끼리... 어쩔 수없이 계층간에 느끼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만 약간의 물꼬라도 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