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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첫방 '바람의 화원'을 통해 그림의 평가를 엿보다


채널을 무심코 돌리다가 박신양씨가 시꺼먼 얼굴을 하고 눈앞에서 모델이 된 호랑이를 숯으로 그리는 것을 보고 20년도 훨씬 전의 내 모습으로 숯대신 목탄으로 선의 강약조절감을 익히며 입시준비를 하던 때가 떠올라 어느새 드라마에 몰입되어 채널고정이 되었다.

김홍도는 남자로. 그림도. 일대기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신윤복은 남자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자료가 미약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여자가 남장하여 남자로 살다간 화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인물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적당히 섞어서 재탄생시킨 사극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만나게 되었다.

숯으로 열심히 호랑이를 그리다가 바짝 다가선 호랑이한테 쫓기는 신세가 되어 물에 빠진 박신양씨가 김홍도역을, 도화서에서 화원생으로 형과 함께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미래의 화가가 될 꿈을 꾸는 소년으로 등장한 문근영씨는 신윤복역을 맡아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리송한 중성으로 김홍도와 그림뿐만 아니라 감정에서도 맞짱뜨는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윤복이가 끝까지 남자로 나올까? 아니면 중간에 여자로 밝혀질까? 홈피에 올라온 몇장의 사진을 보고 상상해 보기로는 극중간에 여자임이 밝혀지고 김홍도와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야기도 엿보게 될 것 같은 추측도 해보게 된다.

소년 윤복이가 담장안을 엿보며 그린 정순왕후의 모습을 춘화(남녀간의 성희장면을 소재로 그린 그림)로 단정짓는 설명이 참 어이가 없었다. 여인을 그림의 중앙에 위치해 놓았다는 것으로 춘화라니...?
남녀간의 성희장면을 그린 것도 아니고 다만 여인이 스님의 머리에 쓸법한 (그 뭐냐? 이름 까먹었음-삿갓모양) 물건을 손에 들고 있는 장면을 그렸을 뿐인데... 첫방에서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약간 설레었다.
나의 학창시절, 누드모델을 주인공으로 화면가득 채우던 때와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의 조선시대에 활동한 화가일대기를 통하여 그림을 해석하는 사회분위기를 느끼므로 남과 다른 화풍을 창조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화가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인을 마음에는 품으면서 왜 그림으로는 품으면 안되느냐?고 따지던 소년 윤복의 솔직한 표현이 당차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드라마에 정조와 정순왕후가 등장하였다. 이 둘의 사이는 이미 종영한 드라마 '이산'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묘한 갈등관계임이 알려져 극에 재미를 얹었었는데... 분위기는 비슷하고 배우는 달라서 시청자가 잠깐씩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인 정조는 정성을 다해 하늘에 기우제를 드리는데 할미인 정순왕후는 궁궐을 빠져나가 스님으로 보이는 남정네와 정을 통하고... 그 기분이 묘하게 남은 모습으로 뜰을 거닐다가 소년 윤복의 눈에 띄여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바람에 그림그린 자를 쫓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문득 엉뚱하게도 카파라치? 파파라치?를 떠올리며 흥미를 느꼈다.ㅋㅋㅋ


정순왕후는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 도화서의 그림을 다 가져가 그림을 찾고 또한 그린 자를 찾지만 화생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윤복이가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피해갈 것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산으로 쫓겨간(?) 김홍도가 다시금 도화서로 복귀하여 어떻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할 것인지... 첫방부터 긴장감을 주면서 다음회를 기다리게 했다.

남자화가:남자화가? 아닌
남자화가:여장남자화가?
의 이야기로 비취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바람의 화원'
박신양씨가 맡은 김홍도의 호탕함에는 몰입되는데 문근영씨가 맡은 역할은 첫회라서 그런지 자연스러움이 녹지 않아 시청자로써 조금 아슬한 기분을 느꼈다.

담장 너머로 마당안을 살짝살짝 훔쳐보면서 짧은 시간에 그림을 그리던 윤복이의 손놀림이 학창시절에 2~3분안에 사물이나 인물의 특징만 살려 그렸던 크로키를 연상시켰는데... 나중에 대왕비의 손에 들어온 그림에는 이미 색칠까지 되어 있어 윤복이의 타고난 천재적인 끼와 재능이 부럽고 놀라웠다. 아니면 도망와서 색칠은 나중에 했딴 말인가.^^

나는 타고난 재능도 끼도 열정도 부족했던 시절에 처해진 환경에서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학업을 끝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그림세계를 엿보게 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서 윤복이가 당대에 이름난 유명한 화가 김홍도의 붓에서 느낀 장단점을 파악하여 위작까지 그려내는 재능을 보며 김홍도가 놀라듯이 나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
남자와 여장남자
나이차와 연기력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극을 자연스럽고도 흥미롭게 이끌어 갈 것인지 '바람의 화원'에서 어떤 바람의 화풍이 수놓게 될 것인지 기대되는 드라마로 이미 나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