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어느블로거님이 올리신 '반장되면 피자내야 하나요?'란 글을 접하고는 놀랍기도 하고 또한 이곳과는 지역적인 차이가 있기에 궁금하기도 해서 고등학생인 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시간과의 싸움이다시피 하는데 봉사직인 반장을 하는 것도 힘드는데
피자까지 내라고 부담을 주면 누가 반장하려고 하겠어요?"
"그건 아니지^^ 고등학교부터는 반장이나 임원하면 대학갈때 약간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니까
일부러 그거 바라고 하는 애들도 있잖아^^"
"그래도 그렇지. 저같으면 반장안하고 실력 쌓는데 더 노력하겠어요."
"그러면 너는 초등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반장된 아이가 한턱내는 것을 못보았단
말이니?"
"그건 아니예요. 초중고 다 통털어서 몇번정도쯤은 반장 스스로 간식을 넣어주기도 했지요.
그러고보니 지금 고등학교의 반장도 애가 스스로 한턱내긴 했네요.^^"
"피자는 아니더라도 얻어먹긴 했네^^"
"그거야 뭐,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반장 스스로 한턱 낸 것이죠. 빵이랑 우유정도? 그러시는
엄마는 제가 반장되었을 때 간식넣어 주셨나요^^"
"반장되었다고 준건 아니지만 넣어주긴 했다뭐^^"
"치이ㅡ.,ㅡ 운동회를 앞두고 연습할때요. 다른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넣어줄 때 한번 넣어주긴
했다 이말씀이죠. 반장이 낸다는 폼은 안나게 말이죠.ㅎㅎㅎ"
"너 반장되었다고 엄마가 한턱내지 않아서 서운했니?"
"그건 아니지만 간식 좀 넣어주셨으면 더 좋았겠죠^^"
"그럼 그 당시에 말하지 그랬어."
"해도 엄마는 절대로 넣어줄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말하지 않았지요.ㅋㅋㅋ"
"아이고 그려 고맙구나. 엄마마음도 미리 읽을 줄 알고.. 나이에 비해 너가 어른스러웠네."
"그 후로 반장안하잖아요. 엄마가 저나 오빠가 반장되어도 별로 기뻐하지도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반장은 네가 하지, 엄마가 반장하니?"
"초등학교 시절에는 엄마가 좀 생색내주고 하시면 철없는 애들이 좋아하잖아요."
"에고 우리딸 많이 서운했나 보구나^^ 그래서 반장이 한턱내지 않는다고 불평하던 애가 있었니?"
"아뇨. 그렇지 않았지만 내면 좋지요^^"
"그러면 너도 친구들 중에 반장된 아이가 한턱 안내면 농담이라도 한턱내라고 졸라본 적 있니?"
"아뇨. 제가 어떻게 그래요."
"그럼 친구들 중에는 혹시 없니?"
"전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딸과의 대화로 마무리가 된듯했는데...
오늘 윤태님의 글을 보고 새삼스럽게 초등학생을 상대하는 저이기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을 찾는 공부방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피자는 아니더라도 한턱내야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으며, 어떤 아이의 경우는 간식을 내겠노라고 반장선거에 앞선 인삿말에서 약속으로 비치기도 한다는 말에 좀 놀랐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반장이나 부반장이 되면 당연히 알아서 스스로 내는 걸로 알고 아이들이 간식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낼 경우 왜 한턱 안내느냐고 조르는 아이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반장선거에서 간식을 주겠노라는 인삿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장이 되면 간식정도는 반아이들에게 돌려야한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 뒤에는 엄마가 스스로 알아서 챙기는 관례처럼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경우는 눈치가 없어서 우리아들과 딸이 반장을 하여도 한번도 해주지 않았음을 섭하게 여긴 우리애의 반응으로 그 후로 반장후보 추천하면 기권으로 정리했다는군요 ㅠ.ㅠ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간식의 종류가 달라지고 더 좋은 것을 주려고 하다보면 이곳 초등학생들 최고메뉴로 콜팝(이게 최고라네요. 대부분 과자나 빵)이 사라지고 피자로 변하게 될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애들표현에 의하면 한두엄마가 기쁘고 고마움의 표시로 애들한테 간식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어느반은 들어오고 어느반은 안들어오고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다보니 이제는 아주 자연스런 인사치레로 등장해야만 하는걸로 인식되었다는 분위기를 느끼며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난감합니다.
간식들어오면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으니 좋긴 한데...
어떻게 보면 분위기를 안좋게 조장하는 것 같아서 조심해야할 것도 같고... 그야말로 강제성이 없다면 당사자가 부담느끼지 않고 스스로 좋아서 낸다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저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일단 간식의 성격을 떠나서 아이들에게는 좋을 듯 합니다.
우리공부방에도 학교시험에서 일등하면 제가 한턱내라고 말하거든요.ㅋㅋㅋ오후시간에 애들은 무척이나 배고플 시간으로 간식이 있으면 참 좋거든요. 애들한테 말하면 애가 자신의 엄마한테 전해서 정말로 간식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초코파이나 과자가 주를 이룹니다^^), 아이가 전달하지 않을 경우나 혹은 내내 일등만 하는 아이의 경우는 깜깜무소식으로 끝나고 말지요. 그리고 농담으로 듣고 넘기는 경우도 있구요... 많던 적던 성의표시로 애들이 먹을 것인데 마음 써주시는 분이 좋더군요.
제가 비록 제 자식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밀어준 엄마는 아니었지만 실전에서는 정말로 간식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거든요^^*
요즘에는 저랑 처음 만난 후, 첫시험으로 일등한 아이의 자모가 보내준 초코파이로 며칠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혼돈의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능전날, 7년전 제자가 주는 뜻밖의 감동메세지 (4) | 2007.11.15 |
---|---|
'펜비트'라고 들어보셨나요^^ (51) | 2007.11.12 |
초.중.고 학예회에서도 열풍인 텔미댄스 (15) | 2007.11.07 |
우리는 네가 행복한 딸이 되기를 바란단다. (3) | 2007.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