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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우리는 네가 행복한 딸이 되기를 바란단다.


네가 있어 너무 행복한 엄마가
모처럼 너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두어시간만 있으면 이제 집으로
돌아오겠구나.
찬날씨에 걸어다니느라고 수고가 많은 딸,
불평없음이 너무 기특하고 고맙구나.

고등학생이 되어보니 지난시간의 오빠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면서 부쩍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딸아, 오늘은 행복했니?
지난 주말에 느닷없이 던진 너의 질문으로 인해서 덕분에 계획하지도 않았던 뜻밖의 나들이로
엄마도 바닷내음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고맙고 행복했단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사흘밖에 없다면 무얼할거니? 란
 질문으로 인해서 어떤 아이는 갑자기 슬퍼진다면서 울기도 했지만 저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떠올렸어요."
 "뭐였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너의 답변으로 인해서 또 한바탕 즐거운 웃음거리를 준 너의 바람이
야밤에 의림지가서 따스한 컵라면을 꼭 아빠차 안에서 뜨거운 김을 호호 날리며 먹어보는 것,
그리고 바닷가에 가서 흰살의 회를 실컷 먹어보고 싶다는 너의 소박한 소망에 아빠랑 엄마는
황당해하면서도 너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었단다.

처음있는 일이잖아. 오빠나 너나 웬만하면 꼭 하고싶다던가 꼭 갖고싶다던가 이렇게 꼭이란
표현도 잘 쓰지 않을뿐더러 언제나 아빠나 엄마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던 생각깊은 우리아들,
딸임을 알기에 그 간절함을 들어주고 싶었어. 그리고 여고생이 되어 겪는 스트레스의 일부라도
해소시켜 주고자 아빠가 모처럼 너를 위해 배려한 시간으로 비록 너에게 짧을지라도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야^^
출발하는 차안에서 너무 좋아하는 너의 모습이 어린애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웠단다.
그러나 가을산의 정취를 느껴보기도 전에 차안에서 잠이 들어버린 너... 늘 잠이 부족했던
너였기에 안쓰럽게 바라보았지만 잠시나마 공부에서 해방되어 편안하게 잠든 네모습이
행복해 보였단다.

사랑스런 내딸 **아
너의 노력에 비해 점수로 나타나는 결과의 부족함에 대한 너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엄마는
너무나 잘 알기에 부모된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 가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나 엄마는
네가 공부로 인한, 혹은 학교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아 항상 밝은 표정으로 지내기를
바란단다. 아빠말씀대로
 "잘난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 아빠가 바라는 우리딸의 모습은 우리딸이
  행복한 사람이 되어 너를 대하는 사람도 함께 행복해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딸아 아빠가 모처럼 깊은 속내의 말씀을 너에게 했지. 아빠의 말씀을 잊지 않기를 바래.

영어듣기평가에서 스트레스받는 너의 마음을 눈치챌 때마다 엄마는 네가 너무 안타깝지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남들은 독해나 문법이 부족해서 과외라도 시킨다고 하지만,
네 경우 듣기훈련은 순전히 너의 노력이다 보니 스스로 할 부분만 남은 것이고, 또 네가
다섯살때까지도 ㅅ발음과 ㄷ발음의 구분이 쉽지 않았던 때를 떠올려 보니 아마도 청각은
유전적으로 남들에 비해 좀 둔한 것은 아닐까? 헤아려보노라니 더 미안하구나.
스스로 부족함에 힘겨워하는 너의 고민을 알기에 아빠와 엄마는 네가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이 걱정이 된단다. 공부를 하던, 놀던 무슨 일을 하던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아빠의 말씀에 동감하면서 오빠때랑은 많이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서 웃음을 짓게 되는구나.
성품이 좋은 아빠를 닮았으면 너 또한 편했을 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인가? 아빠와 엄마가 주문진을 갔을 때는 시장에서만 머물다보니 볼수 없었던 등대를
너로 인해서 그곳까지 산책삼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음도 고마웠단다.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넓은 바다를 보면서 넌 무슨 생각을 했니?
여고생이 되어 쌓이기 시작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었니?
그리고 행복하다고 느껴보았니?
선착장에 빽빽하게 들어선 배들을 보고, 근처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계신 아저씨, 아줌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러가지가 궁금했지만 아빠옆에 붙어서 부녀지간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기
좋아
끼어들지 않았단다^^ 설령 네가 아무생각없이 스쳐 지나쳤다고 해도 주문진에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을 자극했던 바닷물의 짠내를 느끼며 네 스스로 감탄하고 있었기에
잠시나마 편안해진 너의 모습임을 느끼며 엄마는 참 잘왔구나~ 하고 감사했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난 사춘기없이 잘 자라고 있는 사랑스런 내딸.
엄마에게 너는 참으로 소중한 벗이며 딸이라는 거 알~ 쥐~!!
그리고 아빠에겐 애첩으로 말이야 ㅎㅎㅎ
비슷한 세대를 영위하는 오빠에겐 좋은 징검다리로..
에고 우리딸 역할이 참 많네^^
네가 내딸임이 너무 고맙고 엄마는 행복하단다.
비록 엄마는 너에게 부족한 엄마일지언정^^(네가 보기에 철이 없잖아. 엄마가ㅋㅋㅋ)

고등학생 3학년 선배들의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음을 헤아리며 너의 여고시절도 2년정도
남았음을 보면서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면서 자신을 돌아보던 너, 후회없는 여고시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후회가 남을지도 모를 것 같다고 미리부터 걱정하던
너를 보면서 어쩌면 미리 앞당겨 걱정하는 것까지 엄마를 닮았는지 보기가 안쓰럽구나.
**야
우리 편안마음으로 미래를 보도록 노력하자구나.
너에게나 엄마에게 아빠의 조용하고 여유스런 마음은 참으로 든든한 버팀목이며 울타리가
됨을 다시금 감사해하면서 언제나 해맑은 표정으로 아빠를 편안하게 해드리자구나^^

모처럼 쓰는 편지라 엄청 길어졌구나. 읽느라고 수고 좀 했겠네^^
건강하고 밝은 딸로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이만..


                                                                              2007. 11. 5.

                                                                        사랑스런 딸에게 철없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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