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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화물연대 파업이 낳은 또 다른 희생자


화물연대 파업하던 첫날, 사무실 소장님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미안함과 불안감을 감수하고 유류대와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편도는 불가능한 때에 파업동참이라는 마음으로 사정상 편도로 운행을 했다는 남편의 처지를 올렸더니... 평소의 운임비보다 몇배를 챙긴것처럼 과장하는 댓글이 하나 올라와 있어 어처구니가 없어 이 글을 쓰게 된다.

지나가는 2008/06/16 11:30
저 역시 무임승차라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 사정을 좋게 풀어 설명하긴 했지만 그건 스스로의 합리화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남들 파업할 때 운송하면 3배 4배 준다고 유혹 하는 경우 많잖아요. 이때 한 몫 두둑히 챙기고, 파업끝나고 협상 잘되면 협상결과도 날로 먹고...솔직히 이기적이고 암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2003년 파업 때도 그런 식으로 야비하게 해서 아예 새차까지 뽑으신 기사분도 있단 얘기 들었네요.
달리는 차에 계란 투척하는 사람 심정이 더 이해되네요. 세상에 사정 없는 사람은 없어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은 할 일 없고 배부른 바보들이라서 그러고 있는 거 아니지요. 일주일에 끝날 시위를 나만 살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2주가 걸리는 고고 물류대란은 더욱 심각해지는 거겠죠.

어느 골빈화주가 몇배씩이나 더 주면서 운송을 부탁했을까? 그리고 도대체 어떤 종류의 화물차이기에 2003년 파업때 도대체 며칠간 일을 하면서 얼마나 운임비를 맘대로 불러 받았기에 새차까지 뽑은 기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증명되지 않고 떠도는 소문에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음은 말해 무엇하랴... 말할 가치도 없다고 접으라고 남편은 말렸지만 지나가는 이사람이 다시금 이 글을 보게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하루 편도로 운송을 마치고 지금까지 일도 못하고 있는 남편의 심정을 모르는 댓글을 읽으니 속이 상한다.

화주가 되는 큰 회사에서 유류대금 인상으로 인한 고충을 미리 알고서 일찌감치 운송료를 올려준 거래처는 고마움에 사실 일해주고 싶다. 아니 솔직히 일을 해야만 한다. 회사도 손해지만 운전하는 남편의 경우도 손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손해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당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아픔은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고통이 더 크게 와 닿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들은 회사의 물량이 스톱되면 일거리가 없고 일당도 없다. 어디가서 하소연할 때도 없어 애간장이 탄다. 하루빨리 이 난관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우리보다도 더 심각하다.

운송료 올려주지 않겠다는 화주되는 큰 회사에 지입된 차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어쩌면 이같은 일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정부에서 한때 차량을 무한정으로 허가해준 때가 있었고, 물량에 비해서 차량이 많아 경쟁적으로 운반비를 덤핑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그런 시기에 남편은 화주에게 운반비를 깎아주면서까지 경쟁적으로 짐을 실으려고 하다가 나중에 피해는 고스란히 차주나 기사들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며 걱정의 한숨지으며, 싸구려티 나는 차주가 되기 싫다면서 계산이 맞지 않으면 짐을 실지 않고 알뜰하게 경비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버티던 시절이 있었다. 화주에게 너무 쉽게 보이는 운반비 덤핑이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자신을 너무 초라하게 만드는 꼴을 차주 스스로 하고 있음을 한탄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엄청 염려했었는데... 2003년 비슷한 결과를 놓고 파업을 했었지만 그당시 너무 과격한 행동으로 다른 차량에 해코지를 하는 회원들을 보고 부정적 시각이 더 큰 경험을 갖고 있는 남편.

지금 이 상황에 처한 남편과 물량을 주는 화주되는 회사도 다함께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어떤 안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차주들의 처지를 알고서 미리 인상을 해준 회사와 재협상을 할 처지도 아니고... 이런 경우는 정말로 일해줘도 될 터인데 파업의 여파가 자꾸만 커져가니 물량을 대주던 회사도 화물연대 파업을 이해했는지 모두다 스톱된 상황이라 그 회사에서 일하는 일수에 따라 돈받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통은 현재의 남편이 처한 상황보다 물량운송을 스톱시킨 회사보다도 더 큰 아픔이 되어가는 나날이라는 하소연을 듣고보니 우리 가정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