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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남편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사는 설움을 감수한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최악이라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남편은 어쩔수없는 상황의 사무실 사정을 고려하여 어젯밤에 일을 나가야만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불안한 마음까지 느끼면서도 운송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열거하면서 사정하는 사무실 소장님의 간청을 뿌리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무실전체가 동참하자는 의견에 동의한 남편도 당연히 파업하려고 했습니다만 사무실의 큰 거래처인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고 나중에 그 거래처랑 인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한대씩만 매일 대어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 거래처는 지금과 같은 유류대금 인상이 오기 전, 알아서 운송료 10%인상을 해준 회사이기에 사정을 들어줘야만 하는 좋은 거래처랍니다. 서로간 어려운 시기에 사정을 안봐주면 나중에 거래처가 끊길까봐 염려한 소장님이 사무실에서 제일 고참격인 남편에게 사정을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화물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처지라 미안해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면서(이런 경우 배신자로 몰려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첫번째의 실행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밤에 일나가는 아빠의 처지를 이해한 딸이 인사를 하다말고 현관문앞에 아빠를 세워놓고 짧은 기도를 하였고, 신앙심없던 남편이었는데 얼떨결에 답변을 하며 웃고는 어젯밤에 일터로 향했습니다.

나라에서 표준요율제를 만들어 줘야합니다만 계속해서 미루고 화주와 화물운송업자간의 문제며 시장원리를 운운하면서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류대금이 인상되면 당연히 운송료도 인상되어야하는게 기본이지만 이 세계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국제적으로 기름값이 인상되면 정유사에서는 바로 적용하는데 비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늘 가방끈 긴자들의 목소리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국회에서는 지들 편리할 때만 똘똘 뭉쳐서 입법제정도 잘하더구만 서민들의... 아니 배우지 못해서 몸으로 때워서 사는 사람들의 심정은 나몰라라 하기가 일쑤이니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일나간 남편의 상황이 어떠한지 불안하여 밤에는 잠을 다 설쳤습니다. 신혼초에 경험하고는 만성이 되어 아주 잘 자는 아줌마인 제가 말입니다.
밤에 가서 짐을 실고 새벽에 도착지에 가서 짐을 내리고 오전에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찬찬히 살펴보고 있노라니 남편이 웃습니다.
 "왜?"
 "혹시 누구한테 맞기라도 했을까봐^^"
 "돌아오는 길에 파업하는 사람들을 만나긴 했지만 협조해달라고 사정하면서 차번호를 적기만 하더군. 지난번처럼 거칠게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은 좀 하긴 했지만 더 미안하고 고맙더군."
 "다행이야. 이제 다음차례는 당신이 아니라서 안심이야. 하지만 다음 차례 사람은 어떡해?"
 "돌아와서 들었는데 우리 사무실에 부탁하던 그 회사가 이 불안한 상황을 판단했는지 거래처에 물건 보내는 것을 당분간 중단시키기로 했다네."
 "진작 그러지. 어젯밤에 당신만 마음고생 했네."
 
이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라경제도... 화물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다 손해가 클수밖에 없습니다. 생업으로 굴리는 차량에 대한 유류지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 보다는 표준요율제가 더 시급함을 인식하고 정부에서 중재에 나서야함을 간절히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