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초등생들의 자유로운 표현에는 어른이 없다


대통령을
 "명박이 명박이"
하면서 함부로 부르는 초등학생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김제동보다 눈이 더 작으니 성형수술해야겠더라.ㅎㅎㅎ"
 "지난번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가 쌍거풀수술했지만 명박이 보다는 눈이 컸다.ㅎㅎㅎ"
 "그 OO 쇠고기협상을 왜그래 해가지고 촛불시위로 우리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사람까지 다치게 하는지 모르겠어. 미국소가 그리 좋으면 지혼자 다 O먹으면 될걸."
욕까지 섞어가면서 맘에 안드는 친구이야기하듯이 꺼리김도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살짝 거북해졌습니다.
 "야, 그만해."
 "샘은 화 안나요?"
 "그만해라. 그 이야기는 해봐야 끝도 없거든."
목소리에 힘을 주어 아이들의 흥분된 분위기를 잠재우긴 했지만 머리속은 헝컬어졌습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저희때는 부모님 성함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듯이 대통령 성함도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엔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항상 저희에게 말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거 같습니다.
 "혹시라도 말 잘못하면 잡혀간데이. 그러니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기라. 이웃동네 누구는 어딘가 잡혀가서 불구가 되어 돌아왔다더라."
 "유식한 사람들이 뭐 좀 안다고 어쩌구 하면서 떠든다고 그걸 친구한테라도 잘못 말하게 되면 빨갱이가 되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서 사라진다고 하이끼네 말조심해야하는기라 꼭 명심하거래이."
등등...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금까지도 모르는 이 소문을 아부지와 어무이는 어디서 들으셨는지...? 오빠와 저를 앉혀놓고 말조심하라고 시시때때로 주의를 줬습니다. 동생은 어리다고 빼놓고서 말입니다.@.@

언젠가부터 텔레비전에 출현한 개그맨들이 전현직 할것없이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면서 잘못한 점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 모습을 보고서
 '세월 참 많이 변했고, 표현의 자유도 많이 자유로와졌구나~'
하고 느끼긴 했지만... 울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조차도 이젠 대통령을 친구한테 욕하듯이 함부로 함을 들으면서 제 모습을 비춰보게 됩니다.
 '녀석들, 어디가서 나의 못마땅한 점도 저런식으로 표현하겠구나.'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어느 한부분만을 가지고 질타하기 시작하면 저를 모르는 사람은 제가 아이들에게 아주 나쁘게 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저도 지금의 우리 나라 대통령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 못마땅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처럼 명바기라고 함부로 표현하지 못하겠더군요. 저희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께 말조심해야한다는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 어른이니까 집안의 최고어른이신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대해야한다고 듣고 자라서 그런지... 감히 입밖으로 대통령이란 호칭를 빼고서 이름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시절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 그런지... 노무현, 이명박, 이런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 어색하고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른의 함자를 함부로 부른다? 이거 참 서툰 제앞에서 요즘의 초등생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못마땅함에 욕까지 섞어가면서 함부로 이름을 들이대는 바람에 참 난감했습니다.

세상이 밝아지고 좋아지긴 했습니다. 요즘은 어느 부모님이 자식에게 말조심해야한다고 주의를 주는 집안이 있겠습니까? 저부터도 우리 아이에게 말조심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똑똑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한다고 가르치는데 말입니다.
지금의 이명박대통령이 하는 일이 저도 못마땅합니다.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적 부모님께서 주의하라고 하셨던 분위기에 너무 젖은 탓인지... 명박이, 노무현이라고 표현하는 초등생들의 표현이 거북하게 들렸던 구세대 아줌마입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표현이 때로는 저를 소름끼치게 하기도 합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학교선생님에 대한 그리고이웃의 불만있는 어른에 대한 표현도 너무 함부로 하는 바람에 저는 어떤식으로 표현되고 있을지...? 두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