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의 맞아 우리 고장에서는 후원한 기업의 배려(?)로 무료로 발레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좀처럼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기에 너무 반가웠고 더구나 안내문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러시아 국립 발레단(RNBT 성인발레단) 이라고 씌여 있어서 기대로 들떴으나 공연하는 장소가 우째 좀...?
시체육관 무대로 살짝 기대를 허물었지만 뭐 그렇다고 안볼 수 있나요^^ 나섰습니다. 단 한차례 오후 8시 공연을 보기 위하여 오후 6시 15분쯤에 갔을 땐, 몇명 서 있지 않아 근처식당에서 저녁밥을 먹고 간 시간이 오후 7시 5분쯤... 어느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긴줄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와 줄을 이어 더 긴줄을 만들고 있는데 군인청년들도 보입니다. 아마도 휴일을 이용한 단체관람을 허용했나 봅니다. 어차피 시민을 위한 공짜공연이었으니까요^^
7시 40분부터 입장을 시작한 체육관에 사람들이 채워집니다.
왼쪽의 빈공간은 아무래도 무대쪽을 바라보기가 힘든 곳이라 인기가 없습니다.
중앙에 자리를 잡지 못한 저와 친구는 옆으로 된 좌석이지만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따라나온 어린 아이들이 꽤나 북적거렸습니다.
시작전 안내멘트에는 휴대폰소리에 관한 주의사항은 있었으나 카메라에 대한 주의사항은 없었기에 여기저기서 후레쉬가 터졌지만, 저는 1막이 끝날때까진 카메라를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주의사항을 놓친 것은 아닌가? 하고 염려하면서 예의를 지켰습니다. 카메라를 사용하면 안되는 줄 알고^^ 그런데...
오히려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박수로 격려받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듯... 피에로 복장의 무용수가 간간이 나올때마다 무대중앙에서 양팔을 높이들고 박수를 크게 치라는 몸동작과 함께 함성을 듣고 싶어하는 동작으로 귀에 손을 대고는 오른쪽으로...왼쪽으로 다니는 것이었습니다.ㅎㅎㅎ 그리하여...
공연관람이 미숙한 우리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용기를 내어, 백조차림의 무용수들이 밝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서 똑같은 발동작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관중들이 동작에 맞춰 박수로 장단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은 이상, 언제 어느시기에 박수로 격려를 보내야하고 잘했음을 칭찬하는 의미로 휘파람을 섞으며 박수를 쳐야하는지 난감하답니다. 혼자서 잘못 쳤다가는 그야말로 쑥쓰러워지기에 남들이 칠때 눈치로 덩달아 치게 되는 따라쟁이가 될 수 밖에 없음이 참 갑갑했습니다만 아름다운 발레동작에 푹 빠져서 감동하면서 참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무대가 협소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내한공연으로 순회하고 있는 발레단이 이 작은 도시까지 와서 공연을 펼쳐주니 고맙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이 발레단을 유치하게 위해 큰돈을 들인 기업의 후원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인형? 아니 요정같은 발레무용수들의 표정과 손짓하나 하나가 어찌나 부드럽고 고와보였는지 그야말로 물에 사는 백조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동작을 보면서 연습을 얼마나 했기에 저토록 잘 표현할수 있을까?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서 중간중간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대사한마디 없는 조용한 무대였지만 그들이 취하는 우아한 표정과 동작이 음악과 어우러져 마음의 눈으로 느껴지는 듯한 감정몰입으로 착각의 늪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4막 4장으로 두시간 조금 넘는 공연을 끝으로 별빛과 달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제 가슴에는 하얀백조들의 사랑노래가 들리는 듯 감동으로 벅찼습니다.
다음날, 공부방에 나타난 남자 초등생,
"선생님, 어제 혹시 체육관 가셨어요?"
"응. 너도 봤니?"
"예. 엄마가 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지겨워서 혼났어요. 참느라고...ㅋㅋㅋ"
"왜? 난 재밌던데"
"한번 끝나고 휴식시간 줄때에 화장실 가면서 집에 가고 싶었는데 깜깜한 밤이라서 무서워서 다시 엄마한테 갔어요. 아~~ 낮이었다면 혼자서라도 집에 갔을거예요."
"대사없이 몸동작만 하니까 지겨웠구나."
"예. 혹시 다음에 엄마가 또 가자고 하면 저는 절대로 안갈거예요^^"
"ㅎㅎㅎ"
딸과 함께 보고싶었는데 집안에서 철저하게 쉬기를 좋아하는 딸이 따라나설리가 없지요. 자동차마니아 페스티벌에 함께가자고 해도 나서지 않은 딸에게 다시금 거절당하고 마침 이웃의 친구랑 다녀왔는데... 밤에 하교한 딸이 자신의 친구의 소감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제 친구가 어제 백조의 호수 공연을 봤대요. 그런데 우리 고장의 시민들 문화의식이 너무 낮아서 창피했다고 하던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
"문화수준? 뭐 엄마도 낮은데 누구보고 낮다고 할 수 있겠니. 박수도 제때에 못쳐서 공연하는 피에로 복장의 무용수가 치라고 해서 치는 정도였는데."
"엄마도 공연중에 사진 찍었어요? 제친구는 관람석에서 후레쉬가 번쩍번쩍하고 터지는 걸 보고 황당했다고 하던데 울엄마도 혹시?"
"첨엔 안찍었지. 공연중에 후레쉬가 터지기에 엄마도 실은 좀 놀랐고 1막때는 안찍었어. 그래서 1막 끝나고 휴식시간에 주의사항을 다시금 전달할 줄 알았는데 없더라. 그래서 괜찮은가 보다 하고 2막때는 후레쉬 안터지게 몇번 찍었어. 다른 공연은 주의사항을 주는데 어제공연은 오히려 무용수들이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로 느껴져서 좀 의아하긴 했어^^ 뭐 카메라후레쉬 정도로 방해될 만큼 실력없는 팀이 아님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참 잘하더라. 박수받기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참 시도때도 없이 박수치는 것도 결례가 아닌가? 하고 제친구는 생각했대요."
"엄마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무용수가 나와서 답답해하면서 박수를 크게 치라는 동작을 보여주는 걸 보고선 아무때나 치고 싶을 때 눈치안보고 그냥 쳤는데 오히려 네 친구처럼 박수 안치는게 결례일수도 있어."
"......"
모릅니다. 저도 어느쪽이 맞은지...?
공연중에 방해될까봐 염려하는 부분은 시작하기 전에 먼저 알려주니까 따르면 될 것입니다. 저는 어려운 동작의 몸짓이 이토록 우아하게 표현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마다, 마음에 걸려서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노라면 박수가 모이더군요^^
그리고 저는 앞쪽에 있어서 못보았는데... 딸의 친구는 공연이 끝나고 무대막이 내리자마자 공연이 끝났다고 일어서서 나가는 관중들도 결례된 행동이라고 문화수준을 논했다고 합니다만..
공연이 끝나고 무용수들이 막내린 무대앞으로 나와서 인사하는 줄 모를 수도 있지요^^ 무료로 관람하는 처지에 더구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 아이들도 함께 관람한 공연이었기에 문화를 배우는 시간으로 여기는 좋은 경험으로 여기면 좋겠지요.
저랑 함께 간 친구의 소감은, 연령제한을 좀 했으면 하는 거였습니다. 너무 어린 아이들까지 입장하여 공연 중 무대아래로 총총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고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친구중에 분위기와 격식을 따지는 어떤 친구는 무료공연에 머리를 가로저으며 관람을 거절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거때문이었나? 하고 상기해보았습니다.
가정의 달 5월, 발레공연까지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런 기회를 또 기다리게 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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