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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나는 스승이 아니라 학습도우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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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시간에 저랑 함께 하는 아이들이 떼를 씁니다.
 "샘~ 내일 우리도 쉬면 안돼요?"
 "왜?"
 "스승의 날이잖아요."
 "너희들 내일 학교 안가니?"
 "학교가요. 그런데 오후에 가는 영어학원은 쉬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공부방도 임시휴일해요."
 "영어학원은 왜 쉬는데?"
 "내일이 스승의 날이라고 임시휴일한다고 했어요. 우리공부방도 학원하고 같으니까 샘도 휴일하세요."
한녀석이 느닷없이 이렇게 나오니까 듣고 있던 아이들이 합세를 하여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조용!! 난 안쉴거야. 학교가 임시휴일한다고 해도 나는 너희들 공부시킬려고 했어.^^"
 "스승의 날인데 하루 쉬면 좋을텐데..."
 "네가 스승이야?"
 "아뇨, 샘이 스승이니까 하루 쉬시라는 거죠^^"
 "뜻은 고맙지만 내가 쉬는게 아니라 네가 놀고 싶어서 그러잖아. 난 스승이 아니라 학습도우미라서 안쉬어도 돼.ㅎㅎㅎ"
 "예에?"
 "너희 학습을 도와주는 의미의 학습도우미.ㅋㅋㅋ"
 "......"
처음 듣는 말에 어이가 없는지? 혼란스러운지?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어느해부턴가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해마다 어찌할까? 망설임이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어떤 해는 임시휴교가 되었다가 어떤 해는 등교가 되었다가......
저의 입장에서는 금년의 등교가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왜냐면 금년에 임시휴교였다고 해도 저는 오늘 공부시킬려고 했습니다. 저랑 함께 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간고사가 다음주에 있고, 비록 제가 아이들에게 샘~ 이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저 스스로 학습도우미에 더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나 엄마들간에 갈등을 겪게 되는 촌지니 과한선물이니 하는 일은 제게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간혹 저의 성향을 모르시는 초보엄마가(첫해) 마음의 선물을 보내시기도 하시지만 첫해로 끝입니다. 하고 싶으시면 평소에 애들 간식으로 넣어달라고 하지요^^

아무리 물질로 갈등을 겪게 되고 학교에서의 폭력으로 제자가 스승을... 혹은 스승이 제자에게 맞아 경찰에 신고하는 뒤죽박죽의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스승의 날'을 음미해보는 의미있는 날은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자람에 있어서 부모님 다음으로... 어떤 가정의 경우는 부모님보다도 더 많이 접하게 되는 사람이 학교선생님이기에 선생님의 영향력은 위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저의 언행에 대해서 가끔 지적을 합니다.
 "아무리 과외선생님이라고 해도 그렇지. 당신이 모범을 보여야지. 애들하고 똑같이 그러면 부끄럽지 않아?"
하면서 저를 나무랄 때면
 "모범? 부담스럽게 그러지 마요. 아이들 눈높이 맞추는 거야."
 "그래서 당신이 점점 더 아이들을 닮아가고 있나 보군. 아까보니까 애하고 똑같어."
 "ㅎㅎㅎ 애들은 편한 상대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가 쉽단 말이야.^^"
 "그래도 조심해. 혹시라도 애들 상처받으면 안되니까^^"
 "알았어요. 내말에 상처받았냐고 물어봐야지.ㅋㅋㅋ"
 "에구 저런~ 말을 못하게 하네^^"
 "애들마다 각기 다른 성향에 맞춰서 하니까 걱정마요. 그리고 나보고 모범보여라 그런 말도 하지마. 나는 애들한테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학습적으로 도움주는 학습도우미로 친구같은 상대가 되고 싶으니까^^"
 "학습도우미라... 음 그거 당신한테 딱 어울리네. 그말은 어디서 들었어?"
 "하도 당신이 애들앞에서 모범적인 선생님이 되어라 하니까 그 부담에서 피해가려고 생각해낸 거야.ㅎㅎㅎ"

스승의 날!
집에서는 엄마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기준도 없는 마음의 선물을 놓고 할까? 받을까? 고민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께 편지도 쓰고 졸업후에는 찾아뵙기도 하니까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고 지켜보시면 부담스럽지 않는 스승의 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