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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미국산 쇠고기수입에 대해 의견이 다른 父女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여고생 딸이 아무말 없기에 무관심한 채로 넘어가려나 했더니만 드디어 오늘 저녁(5/7), 딸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커느라고 그런지 무리해서 그런지 무릎 통증으로 인해서 물리치료를 받느라고 며칠째 야자를 하지 않는 딸의 이른 하교는 모처럼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기쁨을 딸은 맛보고 있었다.
사회 뉴스에 관심이 많은 딸이 미국산 쇠고기로 말미암아 떠들썩한 의견들이 난무한 가운데 별다른 표현이 없기에 그냥 지나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지난 휴일 저녁, 휴교시위를 알리는 문자메세지(http://totobox.tistory.com/354)를 받은 딸이 약간의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대충 넘어갔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니 반아이들 중 3분의 2정도가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고 전하며 경찰이 아이들이 문자메세지 받은 걸 어떻게 알았는지 이 문자메세지에 대해서 알아본다고 학교를 다녀간 상태라고 전했다. 그리고 학교선생님께서는 동요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작된 남편의 질문때문에 참고 있었다는 듯이 딸의 생각이 표출되었다.
 "만약에 휴교하고 촛불시위한다면 어떡할래?"
 "당연히 참가해야죠^^"
 "......"
동참하지 않을 거라고 상상했었는지 남편은 대답이 없었고, 아빠의 생각과는 확실하게 다름을 미리 눈치챘기에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빠가 질문으로 먼저 시작했으니 자신의 생각도 나타내는 거라면서 알고 있거나 들은 내용을 토대로 아빠랑은 전혀 다른 생각을 말했고, 남편은 딸의 생각을 조용히 듣고는 또 남편 나름대로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 광경...
혹시 내가 끼어들었으면 아마도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처럼 마무리가 되었을 테지만 딸과 나눈 의견인지라 별로 언짢은 기색은 보이지 않으나 지금의 우리 나라 상황을 고려해 볼 때에 시장원리에 맞출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남편, 아무리 미국산 쇠고기가 싸서 시중에 나돈다고 해도 광우병이니 뭐니 해서 염려되면 안사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현재의 대통령 생각하고 어쩌면 그리도 같은지...
딸의 생각과는 평행을 달리는 의견으로 일관했고 딸도 염려되면 안먹으면 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우리 국민의 건강에 대한 염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이 유리한 쪽으로 "예. 예"만 한 듯한 분위기가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며 광우병 염려에 대한 여러가지 사안들을 나열하더니만 급기야는 우리 나라가 점점 미국화 되어가기를 원하는 대통령의 바람속에 휘둘리고 말것이란 점과, 아빠와 엄마는 대통령으로 누구를 투표했으며 이번 총선에서 어느당을 지지했느냐? 는 질문(추궁?)까지 하는 딸.
남편이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대답은 않고 웃음을 흘리고 있기에 내가
 "딸~ 지금의 그 관심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자라서 20대에 투표권이 있을 때 반드시 행사하기를 바래. 대통령감이 없어서 기권하고, 국회의원감에 없어서 기권한 세대가 20대라는 점은 너도 알고 있겠지?"
불리했는지
 "하하하 엄마말씀이 맞아요. 저도 이런 관심이 20대에 가서는 허무하다고 느끼며 방관자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꼭 명심할께요."
얼른 이야기가 끝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한 가운데 남편이
 "듣고 본 것은 많은 세대라서 비판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나라 걱정이야. 아빠도 협상과정에서의 불만은 당연히 있지. 그렇다고 자꾸만 이런식으로 헤집으면 어떡해. 나라꼴이 우스워지고 있는게 안타까우니까 다들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뻬이징 성화봉송 사건도 그렇고... 미국산쇠고기 수입문제도 그렇고... 최근엔 독도발언에도 문제가 있고... 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지... 이게 힘없는 우리 나라의 처지탓인지... 대통령의 안일함 때문인지... 이해가 안돼요."
 '딸~ 나도 몰러'
속으로 삼켰다.
  "그만해. 당신도 딸도... 한가정에서도 의견차이를 보이는데 온 국민을 상대로 하자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거야. 각자 하고 싶은 말이 남았을지라도 이제 그만하기. 장관도 상황에 따라서 말을 바꾸는데... 먼저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부류들이라니까 "

내가 나서서 이야기를 끝내려는데 군에 있는 아들에게서 안부전화가 걸려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아들,
 "엄마, 부대서 쇠고기로 반찬이 나오면 먹어요? 말아요?"
 "너 텔레파시가 통했니^^?"
 "뭘요?"
 "이때까지 네동생하고 아빠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는데 꼭 들은 것처럼 질문을 하니까 말이야^^"
 "ㅎㅎㅎ 그랬어요. 정말 먹어도 되는 거예요?"
 "글쎄... 나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까지 들여온 것은 나름대로 까다로운 절차로 들어온 것일테니 먹어도 되는데... 앞으로가 문제네. 먹으라고 할수도, 그렇다고 먹지 말라고 할수도 없네."
 "집에서는 어떡할 셈인가요?"
 "우리야 뭐 육류라야 아주 가끔 먹으니까 좀 비싸더라도 한우로 먹을거지만... 너한테는 명쾌한 답을 해줄수가 없네. 그곳 분위기봐서 알아서 해."
 "......"
살다보니 별 희한한 걱정까지 다 하게 되는 세상이다.

군대간 아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 들어오자 딸이 아빠에게 결론적으로 질문을 한다.
 "아빠는 단체급식하는 저나, 오빠가 쇠고기로 된 반찬이 나올 경우, 먹어도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당연하지.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포들도 먹고 있잖아."
 "그곳에는 어린소만 시중에 팔고 우리 나라에는 30개월 넘은 소도 수입된다고 하잖아요."
 "미국도 체면이 있지. 문제되는 소를 수출해서 국가이미지를 손상시키겠니?"
 "그럼 아빠는 미국산수입쇠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의견이시니 한우만 먹어야한다는 생각은 아니시네요."
 "그렇지. 하지만 한우도 사먹어야 우리 농민도 살지. 싸다고 수입산만 찾다가 나중에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먹거리가 없어지면 어떤 사태가 올지 아빠는 그게 더 걱정이란다. 지금도 단가가 맞지 않아서 우리 나라에서 생산하지 않는 곡물도 많아진 것이 안타까운데."
 "엄마 생각은 어떠세요?"
 "딸~ 나를 끌어들이지 말어. 의견이 다른 부녀간의 대화로도 충분하거든.ㅎㅎㅎ"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죄받는다'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귓전에 맴돌면서 어른도 아이도 쇠고기, 닭고기이야기를 하면서 건강염려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