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로 달리는 차보다 휘발유로 달리는 차가 고급이라는 인식이 바뀔만큼, 최근에 경유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가계의 수입원으로 경유를 이용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었음은 남편을 통해서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요즘. 어제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우리딸 하교때의 인사가
"학교 다녀왔습니다."
가 아닌,
"엄마, 아빠 들어오셨어요?"
로 변하고 있을만큼 남편은 경비절감을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영업용 차량에 주는 혜택으로 나라에서 유류보조금이 나오지만 나날이 치솟고 있는 경유값과 경비따라 화물운송비가 올라주지 않기 때문에, 아차 잘못 계산하고 나섰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장거리운행을 가면 절대로 공회전을 할수없는 처지가 된 남편과 더불어 비록 잠든 아빠얼굴이지만 그조차도 보기 힘들어진 딸의 인사가 애처롭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장거리운행으로 집에 머물 시간이 점점 짧아진 남편을 보고
"여보, 요즘 당신보고 싶어하는 애인이 전국적으로 많이 늘었나벼^^"
라고 아무렇지도 않은양 헛소리하지만 나날이 홀쪽해지는 남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농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기름한방울이라도 아껴보려고 애를 쓰는 우리 동료와 더불어 요즘 비상상태야.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애인도 제대로 못안아보고 지쳐서 잠드는 내처지가 황당할 뿐이야. 여보 미안해^^"
"헤헤헤 도리어 내가 미안혀요. 당신도 알다시피 난 애인이 있잖아.^^"
"그놈(블로그)? 너무 좋아하지마. 건강해쳐^^"
"당신이 더 걱정이야. 볼에 살도 없는데 더 홀쪽해지고 있어 보기 싫단 말이야."
"지난달에 매출올리려고 고생 좀 했더니만 3kg이나 빠졌더라."
"거봐. 그래서 당신 볼살이 더 홀쪽해졌구나~ 덜 쓰고 살테니 몸생각하면서 일했으면 좋겠어. 병원신세지면 말짱 꽝이라는 거 몇년전에 당신 아파봐서 알잖아......"
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불평하지 않는 남편의 생각은 어차피 우리 나라는 기름이 안나니까 국제정세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위안을 삼지만, 기름값이 오르면 화물운송비도 올라야 하는데 나날이 오르는 기름값에 비해 꼼짝도 하지 않는 운송비때문에 더 힘들다는 것입니다.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나라의 경제가 밝지 못함을 염려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들의 눈물겨운 경비절감의 대책으로 남편과 더불어 주변사람들이 노력하는 부분을 보면,
첫째, 절대로 공회전은 안되며(타지에 머물며 차에서 잠)
둘째, 도시락도 싸들고 다니고(이래봐야 장거리운행시 집에 못들어오면 하루세끼 사먹을 엄두도 못내고 거의 두끼정도 먹으면 잘먹는 편임)
셋째, 담배피던 사람은 담배를 끊어보려 애를 쓰고(남편은 애초에 담배 안피웠으니 경비줄일게 없음)
넷째, 비즈니스를 위한 만남의 술자리(남편은 해당사항 거의 없음)를 최대한 줄임.
다섯째, 기름값 싼곳 알면 서로 정보나누기...
남편 주변에 월급생활자로 가계적자를 보던 젊은사람이 새로 화물계에 들어온 사람이 있는데, 일만 많이 하면 수입으로 연결되는 줄 알고 열심히 일했으나 별로 나아진게 없다고 남편에게 선배로써의 조언을 구하길래 따져봤더니, 기름값으로 50%를 넘겼더라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운전으로 고생한 본인의 일당도 챙기지 못할만큼 빈약합니다. 차보험료, 고속도로 통행료(밤과 새벽운행으로 할인을 받고 다님), 회사지입료, 화물알선료 등... 차량감각상각은 애초에 계산하지 못하는 상황인 화물운송업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잠도 못자며 야밤이나 새벽에 졸음을 쫓으며 일한 본인의 수고비도 건지기가 힘들다는 계산이 나오니 황당하고 허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름값 인상으로 경비절감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남편의 몸무게는 경유값이 오를 때마다 빠지고 있어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야하고 대신에 저의 체중이 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말이죠...
잘먹고!
잘싸고?
잘자야하는
근본적인 생체리듬을 깨뜨리고 있으니 몸무게 유지하는 것조차도 힘든 남편의 일...
바꿀만한 것이 없을까? 힘든 상황과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함께 고민해보게 되지만... 워낙에 어려운 처지에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른 환경인지라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새로운 환경을 익힌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가 봅니다. 또 어떻게 잘 견뎌내리라는 긍정적인 힘에 의지하며 오늘도 무사운행을 빌면서 홧팅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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