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남편에게
"여보, 마트에 들러서 생필품 좀 사와요."
하고 전화로 부탁하면
"집앞으로 나와. 같이가자^^"
하던 남편이 이제는 혼자서도 잘 사옵니다. 주말에 함께 장을 봐오지만 가끔 주중에 필요한 게 생겨서 부탁을 하면, 젊은이도 아니고 중년의 아저씨인 남편입장에서는 혼자 마트에 가서 계산대앞에 선다는 게 무척이나 쑥쓰러웠다고 하는 남편, 이제는 혼자서도 마트를 이용하긴 합니다만
"안방마님들 요즘 참 살기 좋아진 세상이야. 나같은 남정네가 한두명이 아니더라^^"
하면서 생색을 냅니다.ㅎㅎㅎ
"미안혀어~ 요."
과일 좋아하는 남편덕분에 풍족하지는 않으나 과일은 집안에 떨구지 않는 편인데, 이 또한 제가 깜박할 때가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서서히 과일은 남편이 알아서 챙기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과일구입을 마트에서 하지 않고 퇴근길에 길거리차량이나 청과물가게를 이용하는데 모처럼(?) 뜻밖에(?) 키위를 사들고 왔습니다. 딸이 무척좋아했으며 남편 취향하고 달라서 좀 놀랐지요.ㅋㅋㅋ
딸기도 제철에 날때만 잠깐 이용하고 대개의 경우는 작은 과일보다는 큰과일을 선호하는 남편임을... 그동안 과일사오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개 3,000원, 갯수로 보아 그런대로 싸다고 생각하고
구입한 남편이 펼치는 순간
"와~~ 포장 기똥차게 해놨네. 기가 막힐 정도로..."
"아빠 왜 그래?"
"나는 6갠줄 알았는데 이거 봐라. 5개잖아. 꼭 한개 도둑맞은 기분이 드네."
"ㅎㅎㅎ 우리아빠 순진하시기는 요즘 물가상승으로 인해 과자포장에서도 비슷한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아빠는 이제 아셨어요.^^"
딸은 친구들과 사먹는 과자와 빵에 대해서 아빠가 느끼는 비슷한 기분을 경험했다면서 부녀가 마주보고 앉아 우리 나라 물가상승 원인에 대해서 어쩌구저쩌구...
남편이 한개 도둑맞은 기분이 드는 곳엔 볼록하게 튀어나오도록 만들어져 있었지요.
의견을 나누며 딸은 자신이 경험한 기분을 아빠에게 말하면서 키위를 먹는 동안 아빠의 기분을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아빠, 저도 첨에는 속은듯해서 불쾌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까 그 심정이 이해되던걸요. 그리고 포장아이디어를 낸 창의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우리딸이 아빠를 위로할 만큼 많이도 자랐네. 딸 덕분에 뿌듯해지네^^"
키위 포장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한 부녀간의 대화는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사이에 남편의 기분은 풀어졌지만 앞으로를 전망해 볼때에 남편은 키위를 한동안 사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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