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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아들의 여자친구가 맘에 드는 엄마의 마음


어제(2007년 12월 17일),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왔다. 짐챙기려 가는 길에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하는 생각에 의사를 물었더니 고맙게도
"예"
하고 대답이 왔고, 보는 순간, feel이 꽂혔다. 아들이 딱 좋아할 스타일 ㅎㅎㅎ
아들이 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떴던 유치원시절 어느날이 생각난다.
 "엄마 우리반에 너무 이쁜 여자애가 있어요"
 "한번 데려와 봐. 맛있는 거 해줄께"
그리고 다음날 어린소녀를 데리고 왔는데...ㅎㅎㅎ 그때의 소녀분위기랑 너무 닮아있었다^^ 녀석은 그 소녀를 기억도 못하겠지만^^

그애의 인상이 참 좋게 느껴졌는데 남편과 딸이 너무 좋아한다. 나는 너무 고맙다고 전했고 그녀는 아들이 군입대를 앞둔 상황에 고백할까 말까? 고심하다가 하지 않았을 경우 혹시라도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먼저 말은 했지만 거의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기뻤다고 한다. 녀석이 지난 가을부터 말이 많아지고 밝아진 까닭이 확실해졌다. 여친이 생겼기 때문이었음을 ㅎㅎㅎ

내가 아들에게 대학입학 선물로 사준 목걸이가 없음은 입대하는 군대운동장에서 알아차리고는 누구에게 줬느냐고 미처 물을 사이도 없이 녀석과 헤어졌기에 내내 궁금했었는데...
녀석이 그녀에게 주고 갔단다.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괜찮았다고 한다. 그 마음이 고맙고 밝은 솔직함이 너무 좋고 이뻤다.

나~~
만약에 이같은 시절에 이런 상황이었으면 분명히 피했을 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상상으로만 하게 되는 보장없는 또래의 사나이에게 내 청춘을 저당잡히고 기다린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들의 여자친구가 적극적이라서 좋다.

내가 만나자고 했을 때, 그애도 망설였나 보다. 주변 친구들이
 "너 벌써 코낄려고 선배엄마를 만나려고 하는가?"
라면서 말렸다고 한다.
 '그래 네 맘을 내가 모르랴 내딸이라도 좀 주저시키고 싶었을게다. 하지만 난 적극적인 네가 좋다 우리아들이 절대로 나서서 소개시킬 녀석은 못되니까... 그래도 용기는 냈나보다.'
녀석이 입대 며칠을 앞두고
 "울엄마 만나볼래?"
하고선 운을 띄웠다고 한다. ㅎㅎㅎ

놀러오라고 하는 남편의 여러차례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헤어지면서 묻는다.
 "정말로 가도 되나요?^^"
 "당근이지. 오기전에 전화하고 오니라. 청소해놓을께.ㅎㅎㅎ"
그리고 헤어졌는데 집에 닿았다고 보고전화까지 하는 마음씀이 이쁜 그녀의 맘에도 우리가족이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녀석은 지금 우리의 이런 만남을 모르고 훈련병으로 적응하느라 고생 좀 하고 있겠지만 이 소식을 알면 무척 좋아할 것이다.
아들의 짐을 챙기려 가서 아들이 챙기는 후배(여친)를 만나 맛난 음식을 먹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작년 12월, 아들은 기말고사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급하게 입대하느라고 미처 자취방의 짐을 챙기지 못해서 우리가 가서 짐을 챙겨 온날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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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아들의 여친이 우리집을 한번 다녀갔고, 함께 면회를 다녀왔으며 전화통화가 가능해진 아들과 안부를 주고 받고 있는데... 아들과 친해지고 처음 맞는 그애의 생일과 성인식을 아들이 함께 하지 못함을 애달파하기에 제가 대신해서 챙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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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지 않은 생일선물로 필통을 만들어서 보내기로 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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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0세의 성인이 됨을 축하하는 의미로 아들은 생화 장미를 떠올렸지만 아줌마인 저는 실용적인 면을 생각하여ㅋㅋㅋ 장미모양으로 만든 향기나는 비누가 요즘의 유행임을 감지하고 인터넷으로 배달을 주문했습니다. 요건 아들이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안해준다고 했거든요^^

녀석은 지난 주에 저보고 삼만원을 모 계좌로 입금해주기를 부탁했고,
 "뭣에 쓸려고?"
하는 제 질문에 여친의 생일에 케익이라도 보낼려고 학교동창에게 부탁한다고 하면서 성인식을 함께 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도 나타냈습니다.
 "아들~ 성인식은 여친네 부모님이 챙길텐데 좀 심한거 아냐^^"
 "울엄마 삐쳤구나^^"
 "아냐 녀석아. 그냥 그렇다는거야."
 "제대하면 엄마한테 잘할께요^^"
말끝마다 '제대하면 잘할께요' 하는 아들의 멘트에 믿음이 생기지 않음에도 밉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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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있는 아들이 챙기는 여자친구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인해 아들의 밝은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지나치게 아들의 여친에게 잘하는 것처럼 비쳤는지 한 친구가 말렸기에(말린 친구는 딸만 있음) 요즘 아들 둔 엄마들 심정이 어떠한지 비슷한 상황의 엄마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두 부류도 나뉘더군요.ㅋㅋㅋ
아들의 여친이 엄마마음에 드는 경우에는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 저것 챙겨주고 싶고...
반대로 아들의 여친이 맘에 안드는 엄마는 무관심한 척 하면서도 표현은 못하고 속으로 끙끙거리는...

저는 군에 있는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되어 준 아이가 고맙고 이뻐서 잘해주고 싶은 엄마이면서도 조심됩니다.
 "아들 나중에 며느리가 될까?"
하고 물었더니
 "엄마의 상상은 너무 앞서요^^ 부담스럽게 그러지 마세요. 나중은 나중이고 현재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예요^^"
 "그려. 너희 속도에 맞춰야지^^"

구세대인 저는 캠퍼스커플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야말로 알수없는 미래에 대한 저만의 착각으로 앞선 상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