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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손때묻은 대형짐짝을 정리하던 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하여 온지 10여년만에 베란다확장공사와 더불어

장판도매를 새로이 하고서 짐정리를 했습니다. 알뜰함이라는 약간의 착각속에

알게 모르게 거둔 묵은 살림살이가 어찌나 많은지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 지 참 많이도

망설였습니다. 대도시에 살면서 10번 넘게 이사하며 부지런하게 집넓히던 친구가 저를

볼 때마다 한심한 듯(?), 혹은 부러운 듯(?)하는 이야기

 "참 변화없어 그지^^ 넌 별로 이삿짐 싸지도 않았지?"

 "ㅎㅎㅎ 이집까지 세번이야. 그러니 묵은살림이 많을 수 밖에...^^"

 

친구의 눈에 겉살림은 변화없어 보이나, 제속에선 수없는 변화를 꿈꾸며 몸부림을

칩니다. 실천이 안될 뿐이죠^^

이왕에 시작한 새로운 분위기연출의 핵심인 좁은 집이 그나마도 좀 넓어보이는

효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선택하여 우리집에서 몰아내야 할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첫째:세월의 오래 연륜으로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망가져 나무가루가 떨어지는 덩치 큰

       장식장(결혼때 장만하여 그릇을 넣어두다가 아이들 자라면서 책장으로 사용함)

둘째:아이들 키우면서 참으로 쓸모있게 사용했으나 손잡이와 서랍안의 경칩이 자꾸만

       떨어져서 철물점에서 경칩을 구입해서 몇번을 새롭게 고쳐도 또다시 떨어져서

       보기 흉하던 5단 서랍장

세째:아파트 입주시 놓여있던 신발장옆의 작은 장식장(요건 이곳 아파트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던 것)

네째:지난번 덮개리폼하여 사용하던 오래된 낡은 의자

다섯째:이웃의 이사가는 학생살림에서 버려진, 옆에 구멍뚫린 기타(그동안 청테이프

          붙여서 딸아이 기타 배울 당시 사용함)

여섯째:아이들 어릴 적에 장난감 수납하던 바퀴달린 철제선반(이것도 코팅된 부분이

          살짝 떨어짐)

일곱째:중앙난방의 단점인 저층세대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아 구입해서 사용하던 옥매트

          (금년난방이 개별난방으로 바뀔 줄 알았는지...ㅋㅋㅋ 요 옥매트도 작년에

           고장나서 전혀 작동안됨)

여덟째:보온으로 두면 밥에 냄새가 나서 작년에 전기밥솥을 바꾸면서 식혜만들 때

          사용하려고 보관하던 전기밥솥

아홉째:아주 예전에 고장나서 쓸모가 없게 된 비디오, 그리고

열번째:깨끗하고 참하지만 울집에선 이제 필요치 않은 그림이나 사진꽂는 액자몇개

물건이란 것이 우리집에 들어오면 웬만해선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그동안 정리를 하면서 아들이 사용하던 장난감이나 운동기구(공, 야구글러브 등...)와

그밖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공부방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위에 열거한 것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릴 수 있거나 아파트자체에서 하는 재활용 분리수거로 내다놓을 수 없는 품목이기에

일단 집밖으로 내몰고는 '대형폐기물로 전화신고'를 했는데 바로 올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다음날 온다고 하는 동안... 경비실에서 우리집 인터폰으로 하루동안 너댓번은 호출음을

보냈나 봅니다.

 "이거 버리는 것입니까?"

 "몇호 엄마가 가져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고장난 것은 아닌가요?"
 "왜 내다놓았나요?"
 

가져가고자 하는 사람도 다양했지만 질문도 다양합니다. 이사가면서 내다놓은 물품을

딸아이 연습용 기타로 처음으로 가져와 보긴 했으나, 저의 경우 처음으로 살림살이 정리로

내다놓았으니 겪는 일도 처음인지라 다소 어리둥절했습니다.

정확하게 알고서 가져가고자 묻는 사람도 있었으나,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게 사라진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치룰 처리비용을 절약할수 있어서 좋고, 그래도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가 사용한다니 저에겐 고마운 일이었습니다만 고장난 옥매트의 경우, 스위치의

고장인지 매트의 전선이 잘못되었는지 우리도 모르는데 밤새 사라졌는지 아침에 등교하던

딸에게서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고장난 줄 모르고 가져간 것 같아서 안타까왔습니다.

어차피 가져가봐야 대형쓰레기밖에 안될텐데...


책장으로 사용하던 장식장을 집안에서 몰아내면서 부족한 책장은 인터넷으로 키낮은

책꽂이 두개로 대처되어 뒷베란다에서 끙끙 앓고 있던 책들이 거실로 나와서 맑은 공기와

더불어 공부방 아이들의 관심을 받으니 좋게 되었으며, 서랍장과 철제선반에 성의없이

수납하던 물건들은 간추려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재활용으로 분리하여 내놓았으며

의자는 책상두개에 딸린 의자로 대체하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지 더 이상 구입은

안하는 것으로 정리되어 그동안 어질러졌던 집이 대충 치워진 모양새를 갖추었습니다.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지니고 살던 물건을 내다놓으면서 뭐그리 생각들이 많은지

겉모습의 저와 속의 저와 많은 갈등을 했으며 더불어 남편과도 많은 갈등을 빚었습니다.

좁지만 치우고 내다버려야 남은 여생동안 넓게 가볍게 살수 있다는 저와, 미리부터 갈길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정리에 급급하다며 투덜대던 남편..

우쨌던 살림은 제가 하고 정리하고 치우는 것도, 필요에 의해서 사들이는 것도 제몫이니

앞으로 무엇을 구입하겠다고 당신께 상의하면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덩치큰 묵은 짐의 과감한(?) 내몰기는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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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막 올리자마자 인터폰으로 대형폐기물 수거차가 왔다고 알립니다.

내려갔더니 제가 내다놓았던 물건 중에 남은 물건들이 마구 부서져 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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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내다 놓은 물건들이 많이 없어졌네."

혼잣말로 했더니

 "누군가가 아주머니를 도와줬군요^^"

 "수고하십니다. 이렇게 부서져서 어디로 갑니까^^"

 "매립장으로 갑니다."

 "예전에는 쓸만한 물건들은 시설로 보내지기도 한다던데... 요즘은 어때요?"

 "ㅎㅎㅎ 요즘 버려지는 물건들은 거의 못쓰는 것들이 많구요. 또 시설로 가는

  물건들도 요즘은 새것이 많습니다. 재고품기부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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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제삶의 일부였던 과거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은 사라지고 처리비용을 지불한

영수증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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