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평생 잊지 못 할 열흘간의 기억 1980년 5월, 광주.
5월 28일~!! 그 날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믿기 싫었습니다.
일반시민도 폭도가 되도록 부추킨 그 살벌한 현장..
"엄마, 비록 말로만 하는 방학이지만 이번 여름방학때 단체영화관람이 있는데요. 그 영화
제목이 '화려한 휴가'라고 해요. 혹시 그 영화내용에 대해서 아시고 있나요?"
"재밌겠네. 고딩생의 아주 짧은 방학동안이나마 휴가를 화려하게 보내라고 학교에서 아주
멋진 것으로 정해주셨나 보네^^"
"장난치지 마시고요... 혹시 내용아시면 대충 좀 가르쳐 주세요. 감상후기로 수행평가본데요."
"장난이 아니고 정말 모르는데... 개봉하면 그때 보면 알겠구나."
이곳에 개봉도 하기 전에 이미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단체관람을 권하고 있었던 영화로
저는 이렇게 웃어 넘겼으며 잊고 있었는데...
블로그를 통해서 한편, 두편... 감상후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추측했던 내용과는
전혀 딴판임을 깨달았으며 이 영화를 보고싶다는 생각에서는 점점 희미해지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가슴 아프고 우울하며 안타까운 이야기는 그저 보이는 외관상의 저랑은 전혀
다르게 작용하여 가슴앓이처럼 저에게 휴유증을 남기기 때문에......ㅠ.ㅠ
그래서 일부러 외면하다가 우연히 일요일 오후에 딸과 함께 영화관을 찾게 되었으며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우려했듯이 이 영화도 그랬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다 본 후에도 아픔이 이어지는 바람에 눈물이 마르지 않아 오래동안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어서 쩔쩔맸습니다. 그리고 저랑 비슷한 성향을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딸도 편안한 마음은 못되었나 봅니다. 잠깐씩 눈시울을 적시노라니 뒤에서
옆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너무 자주 들려서 어느순간 자신은 뒤에 앉은 엄마가 걱정되어
울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분명 우리엄마는 나보다 더 많이 울고 계실거야...'
를 생각하면서 영화관을 나설 때에 모녀가 퉁퉁부은 눈으로 나설 수는 없기에 자신은 참았다고
하며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져도 엄마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손으로 눈을 가린 자세로 계속해서
울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보다는 엄마가 더 실감나게
보셨으리라는 마음 넓은 이해를 해준 딸이 고마웠습니다.
제가 어렴풋이나마 매스컴을 통해서 알고 기억하는 1980년대 광주의 5월은 빨갱이와 폭도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전국에 계엄령이 내려졌고, 특수부대원으로 조직된 계엄군이 광주를 지키고자
애썼던 것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내용으로 충격을 받았던 5.18민주화
운동이었습니다. 너무 아프고 비참한 소식들이 대구에 살고 있던 저에게 들렸을 때는 영화의
장면으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소식들이 들렸었지요.
임산부를 군인이 발로 차서 죽였다. 여학생의 가슴을 군인이 도려냈다. 자식찾아 헤매는 노인을
군인이 총으로 쐈다. 반대의사로 데모하는 학생이나 시민들을 무참히 공격해서 죽인 후에 땅에
파묻었다 등등...
그리고 이 당시에 저와 우리오빠에게 부모님께서 가장 주의를 줬던 점이 '말조심, 입조심, 몸조심'
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들은 소문을 함부로 다른 사람들에게 내뱉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
발설한 내용이 잘못되어 신고들어가면 잡혀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거나 아니면 어딘가로
끌려가서 죽도록 맞고 고문을 당한 휴유증으로 바보가 된다는 위협이었습니다.
광주사태(그 당시-나중에 정권이 바뀌고야 명칭도 바뀌었음)의 주역자가 '전두환'사령관이었다는
것은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요. 그 혼란한 틈에 정권을 잡아 대통령이 된 후에야...
그리고 대구의 어른들은 의문점을 가졌지요. 왜 광주였나구?
영화를 본 우리딸도 저에게 왜 하필 광주였나구? 질문했듯이... 왜 광주였냐구?
확실한 정답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님은 아십니까? 왜 광주였을까?
영화에 그려진 내용으로 추측해보면 광주에 살고 있던 퇴역한 장군, 배우 안성기로 나오는
그와의 관계를 전두환이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한 사심으로...? 글쎄요.????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이구요. 전 전대통령이 광주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나요?
저는 들어 본 적도 없고, 읽어 본 적도 없네요. 그래서 우리딸에게 그랬습니다.
"광주사람들이 그래서 불쌍하다구. 이유도 모르고 당했으니까... "
"그런데 그 군인들은 왜 아무사람이나 잡아서 때려서 죽이고 총질을 해요? 참 나빠요.
모든 사람들이 다 폭도도 빨갱이도 아니잖아요. 선량한 시민들도 잡아 때리고 죽이고
그러니까 폭도로 변한 것이잖아요. 군인들은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는 아니잖아요."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야 하니까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면 안될거야. 위에서 무조건
광주에 살면서 반항하면 다 죽이라고 명령을 했으면 그렇게 따를 수밖에 없었던 거야."
"군인아저씨들도 불쌍하네요."
"그렇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런 행위를 했으니까 아마도 그 시절의 군인아저씨들도
엄청 괴로운 마음으로 살고 있을거야....."
"그럼 전두환대통령도 괴로워할까요?"
"글쎄... 그분은 아마도 괴로워하지 않을 것 같은데..."
"왜요?"
"그 당시 나름대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연극을 연출한 사람이니까. 바른 행동이라고 우기며
살고 있을거야."
권력!! 참 무서운 힘임을 다시금 느끼며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프카니스탄 정부의 우두머리와
탈레반의 우두머리와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참함이
광주시민들의 울분과 엉키어서 혼란스러워 머리아팠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줄기차게 내리면서 바람까지 불고 있어서 마음이 더 우울하고
아팠습니다. 그 당시에 대구시민이었던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는데
광주시민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얼마나 더 서럽고 억울하고 아픈 기억때문에 몸부림칠 것인가를
생각하니 아찔했으며, 더불어 지금 객지에서 대학교 재학중인 아들이 있기에 민주운동으로
몸살앓던 시기를 다 빗겨간 대한 민국에 감사하는 죄송하지만 이기적인 엄마인 저를 발견합니다.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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