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더불어 객지로 삶의 터전을 옮긴, 여고시절 친하게 지내던 벗들과의 만남이 최근에 구미에서 있었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어렵사리 몇 년에 한두번 정도 가족모임으로 만났다가, 자녀들이 성장하여 동행하기를 꺼리면서 남편도 떼어놓은 우리는, 적어도 일년에 한두번은 꼭 만남을 기약하게 되었는데, 이같은 변화는 나이들면서 옛시절의 공통된 추억을 간직한 벗들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4인방이었다면, 우린 '중년아낙의 추억'으로 대변할 5인방이다.^^
금년에는 구미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옥성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하고,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서는데, 구미에 살고 있는 친구가 효소찜질방을 소개하며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한다.
나이든 탓이었을까? 친구가 권하는 효소찜질방에 우리들은 솔깃해졌고, 동남아 해외여행시 꼭 부가되는 마사지를 떠올리며 국내에서도 공동회비로 호강을 누려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더구나 1회 35,000원인 코스를, 홍보기간을 이용하여 미리 15,000원 티켓으로 구입해 뒀다는 친구의 배려를 이용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구미시에 있는 '성림편백원'
입구에 들어서니 효소욕의 효능에 대해 소개한 글이 먼저 들어오고, 이어서 숲속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숲향기가 코를 감싼다.
솔직히 처음엔 입구에 적힌 이 글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대충 찍어서 글이 선명하지 않아 유감이다. 체험 후 감탄하며 이곳을 나설 때 다시 잘 찍었어야 되는데...
바닥을 제외한 천장과 사방벽이 편백나무로 꾸며져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은은한 숲속 향이 퍼진 실내는 마치 숲속에서 산림욕을 하는 효과로 우리들에게 편안함을 줬다.
접대용으로 주신 따스한 편백나무 차를 마셨다. 맛은 별로 없었지만 몸에 좋다고 하니 좋겠거니 믿으며 거실을 둘러보았다.
찜질체험실과 좌훈실, 안마실 및 마스크팩실이 보였고, 안쪽에는 탈의실과 샤워실이 있었다.
생얼로 받아야 하므로 우리들은 세수를 하고, 주인장이 내어준 효소옷으로 갈아입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옮겨본다.
이곳은 미생물을 이용한 자연발효열로 찜질하는 곳으로써, 편백나무의 톱밥이 주재료라고 한다. 특히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을 다른 나무들보다 다량 함유하고 있는 편백나무 톱밥을 이용한 편백효소찜질은 피부미용. 아토피. 관절통. 신경통... 등 이 밖에도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순수자연 발효열을 이용한 효소욕은, 인체를 몸속까지 데워주기 때문에 몸속에 있는 독소나 노폐물을 땀으로 배출시키는 것은 물론, 인체온도가 상승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신진대사활동도 원할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찜질 후에는 인체의 열이 쉽게 식지 않기 때문에 몸속에서 인체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혈액순환을 하게 되어 피로회복이나 다이어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외에는 효소욕을 하는 동안 미생물이 인체의 노폐물을 갉아먹거나 나쁜 세균 바이러스 등을 정화시켜주기 때문에 피부건조증이나 가려움증, 아토피,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무가 발생하는 피톤치드 효과로, 스트레스 완화작용. 항균작용. 소취작용., 진정작용 및 쾌적작용. 면역기능 증대 등...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효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셔서 우리들은 얼른 체험하고 싶었다.
ㅣ. 찜질체험실.
맨 먼저 체험하게 되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 곳엔 6개의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욕조가 있었고, 그 속엔 발효된 톱밥이 담겨 있었다.
먼저 들어가 누운 친구의 모습을 본 우리는, OO 굴러가는 모습만 보고도 대책없이 까르르 웃는 여고때의 우리가 되어 약속이나 한듯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연상된 뭔가가 비록 슬픈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사이가 그만큼 아무 꺼리김없는 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뒤이어 한 친구가
"우리가 떠올린 그것보다는 좀 크지만, 미리 예행연습하는 것 같다^^"
"너두 그거 떠올렸구나 ㅎㅎ"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벗들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먼저 경험하고 이곳으로 안내한 친구의 말만 듣고서 직접 와서 보니 신기했다.
가스나 전기같은 인위적인 열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습도를 유지시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열로 찜질을 하기 때문에 온도조절은 불가능하다.
욕조에 든 톱밥의 색상이 모두 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일어나 발효된 톱밥의 색이 더 진하다고 한다. 색상이 연한 것은 최근에 교체한 것으로 발효가 덜 되었기 때문이며, 효과는 색이 좀 진한 것이 좋으나 별 차이는 없다고 했다. 오래 사용한 톱밥은 냄새가 좋지 않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톱밥을 교체해야 한단다.
이곳의 평균온도는 65도~70도인데, 우리몸으로 느끼게 되는 체감온도는 약 40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간 뜨끈한 정도다. 효소옷을 입은 채 얼굴만 내놓고 묻힌다.
체험 중 친구가 답답하다고 하니, 사장님이 친구의 새끼손가락을 밖으로 내놓게 해 줬다. 새끼손가락 하나 밖으로 내놓았을 뿐인데 친구는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 듯 엄청 시원하다고 했다.
서서히 데워지는 몸의 온기로 인해 얼굴에 땀이 흘렀다. 여사장님이 다가와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면서 얼굴 지압도 해준다. 찜질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공간으로 아주 만족했다.
가끔 명현현상으로 매스꺼움이나 두통, 발진과 같은 반점을 나타내는 손님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몸에 쌓인 노폐물의 독소가 배출되거나 해독되는 현상으로 몸이 호전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 찜질을 하게 되는 찜질방에서 땀을 흘렸을 때와 느낌이 달랐는데, 몸이 무척 개운하고 가볍게 느껴졌다.
효소찜질은 20분정도 하는데, 편백나무 욕조에 사진처럼 반듯하게 누워서 15분 찜질을 하고, 묻혀있던 몸을 일으켜 5분정도는 엎드려 어깨찜질을 한다.
이후 통속에서 나와 여분의 톱밥으로 온몸을 문지른 후 샤워를 한다. 샤워 후 우리들은 무척 매끄러워진 피부를 경험하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온천욕을 했을 때보다 몇 배 더 매끄러운 피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점운영으로 늘 어깨통증에 시달리고 있던 친구의 통증이 아주 많이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목디스크와 연관된 나의 어깨통증도 일시적으로 개운함을 맛보게 했다. 우리는 각자 사는 고장으로 돌아가 이같은 효소찜질방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용해야겠다고 저마다 관심을 보였다.
l. 좌훈실
찜질방 체험 후 샤워를 마친 다음 순서는 좌훈실이다.
각종 약초를 다려 증기를 이용하여 몸을 덥히는 좌훈의 효능은, 자궁과 난소의 노폐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옴으로써 생식기를 튼튼하게 해 줌과 동시에 예방차원으로도 좋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노폐물의 분비가 이루어지므로 여성의 고민인 아랫배살 (똥배)이 빠지고, 피부도 고와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체험 중인 아낙의 사진이 리얼해서 좀 부끄럽다.^^)
ㅣ. 안마체험
TV 홈쇼핑으로 보던 안마의자에 앉아서 안마를 받는다.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참 시원하게 구석구석 잘 두드리고 주물려 근육을 풀어준다. 무척 시원하다.
l. 마스크팩
마지막 단계로, 피톤치드 수액을 바른 마스크팩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 수액은 아토피와 더불어 여드름과 기미에 꽤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몇차례 팩으로 자녀출산 후 생긴 기미가 말끔하게 사라진 경험을 한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팩만의 효과는 아닐 것이다. 찜질과 좌훈으로 몸속의 노폐물이 빠지니 피부도 맑고 깨끗해지는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액이라도 꾸준히 바르면 어떨까? 관심이 가서 구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워낙 고가라서 팔지 않는다는 말에 살짝 실망했다.
이곳에서의 총 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2시간정도.
우리는 할인행사 요금으로 이용했지만, 한번의 체험으로 맑고 투명해진 얼굴, 그리고 무척 매끄러워진 피부와 개운해진 몸의 놀라운 변화를 겪은 다양한 서비스의 원래 요금인 35,000원으로 이용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입장할 때는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카운터 진열장에 관심의 눈길을 보냈다.
피톤치드의 효능을 담은 제품으로 세안비누, 샴푸, 기초화장품(스킨, 로숀), 도마, 베개 등을 보았다. 그 중에 난 스킨과 로숀을 구입했다.
피부가 당기지 않고 촉촉한 느낌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준단다.
향은 여느 화장품과 확실히 차별되는데 그닥 좋은 향은 아니다. 바른 후 시간이 지나면 아무 냄새도 안나는 데 처음 바를 때 피톤치드 향이 너무 강해서 적응하는 데 쬐꿈 힘들었다.
촉촉한 느낌이 오래 남는 건 맞는데, 당김정도는 어떨 지 겨울철이 되어야만 확실하게 알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얼굴피부의 당김현상은 겨울철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선물로 준 편백나무 조각이다.
냉장고나 승용차에 두면 탈취효과가 있단다.
울남편 이 나무 조각을 보더니 안쓰럽다는 듯이 말을 던진다.
"여보 미안해. 우리가 부자가 아니라서... 편백나무 효능이 그리 좋다면 부자들은 이 나무로 거실벽을 장식할 텐데 당신은 요 쪼끄만한 나무조각을 받고서 좋아하다니..."
"ㅎㅎㅎ 효능에 대해서 말했을 뿐인데 당신 왜 그래^^"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고장에도 이런 공간이 있는 지 알아보니 유감스럽게도 내가 사는 고장에는 효소찜질방이 아직 없다. 피로가 쌓여 몸이 무겁거나 얼굴에 트러블이 나타났을 때, 여성에게 권할만한 장소로 여겨져 소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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