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다한생각

중년아빠의 마음을 헤아리는 우리아이 반응

 

 

스마트폰의 카톡기능이 참 좋더군요.

객지에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안부를 주고 받는 데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음이 참 유용합니다. 이렇게 평소에 카톡으로 안부를 나누던 아들과 딸에게서 간혹 전화가 올 때 있습니다.

 "엄마,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별일 없는데 왜? 안부한지 얼마 안됐잖아."

 "예, 그런데 아빠한테서 전화가 와서요."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걸었겠지."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요즘 엄마가 아빠랑 안놀아주죠?"

 "......?"

 "아빠가 외로우신가 봐요."

 "외롭기는, 아빠 일이 바쁜데 외로울 새가 어딨어. 집에 있는 내가 외롭다면 몰라도^^"

 "엄마는 혼자서도 잘 놀지만, 아빠는 엄마가 놀아줘야 되잖아. 아빠한테 잘 하세요."

 "얘는, 아빠가 애니? 놀아주게"

 "아빠는 엄마가 하는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니까 수시로 이야기를 많이 해 드리라는 거죠. 혼자 두지 마시공 ㅎㅎ 엄마 남편이니까 엄마가 아빠 책임지고 잘 해 드려. 난 아빠전화 받으면 왠지 쓸쓸하셔서 전화하는 것 같단 말이야."

 "딸, 착각은 자유라지만 지나친 상상은 금물이야.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을거야. 내 남편 내가 알아서 챙길테니 신경쓰지 말고 장학금으로 효도해라.^^"

 "알았어요. 두분이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조만간에 집에 갈게요."

 "알았어. 너도 잘 지내."

 

아들도 그렇고 딸고 그렇고 남편의 전화를 받으면, 왜 아빠가 외로우셔서 전화하신 거라고 여기는 걸까요.

좀처럼 안부에 응하지 않는 아들과의 최근 통화에서도 딸과 비슷한 염려를 보임으로써, 전화벨소리와 함께 아이의 전화번호가 뜨면 저도 모르게 '그동안 내가 남편한테 소홀했나?', '얘가 나한테 무얼 지적하려고 전화하나?' 먼저 짚어보게 된 저를 느끼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립니다.

아빠전화를 받은 아이들의 반응이 한결같음에 대해 남편에게 전했더니, 제가 짐작한 대로

 "애들 목소리 듣고 싶어서."

라고 하면서도 이상야릇한 미소를 흘리기에 또 다시 물어보면, 

 "내자식이라 그런지 역시 눈치는 당신보다 빨라^^"

하며 웃습니다.

 "아니 그러면 당신이 외롭다고 느낄 때 애들한테 전화하는 거야. 간접적으로 나보고 당신한테 잘하라는 압력을 넣으라고? 그런거야?'

 "아니 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 그저 애들이 그렇게 느끼고 당신한테 뜻을 전한다는 것이 기특해서.ㅎㅎ 당신이 나한테 잘하긴 해야겠네. 애들한테 지적받지 않으려면.ㅋㅋㅋ"

 "애들 웃긴다. 왜 나보고만 당신한테 잘하라고 하는거야. 애들이 당신편이라서 좋겠슈."

 

성인이 된 우리아이는 정신적으로 우리부부의 보호자같은 느낌을 가끔 풍기곤 하는데요, 애들이 남편만 챙기는 이유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일을 마치면 곧바로 귀가합니다. 술한잔하자며 청하는 동료들이 있지만 남편은 술과 담배냄새가 자욱한 공간이 싫답니다. 술이 싫으면 음료수라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끼면 될 터인데, 공식적으로 정해진 날의 모임자리외에는 충분한 숙면(일의 성격상 늘 잠이 부족합니다)을 위해 스스로 피하는 남편입니다. 간혹 서운함을 드러내는 벗도 있는 눈치긴 하나 남편의 이같은 행동은 변함이 없습니다. 좋게 보면 가정적인 남편이고, 나쁘게 보면 사회성이 좀 결여된 듯 하지만, 아내인 입장에서 보면 성실함이 좋습니다.

다음으로는, 남편의 성격은 매우 점잖고 말이 없습니다. 대신에 남이 하는 이야기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수시로 조잘대야 하는데 간혹 저도 이야기밑천이 없거나 피곤해서 말수를 줄이면 어디 아프냐? 자기한테 관심이 없다? 는 둥 푸념을 합니다.

세번째, 울남편이 애들한테 자주 전화를 하는 편이 아닙니다. 특히나 아들과의 통화에서는 남편이나 아들이나 서로 말이 없는 관계로 잠깐의 안부로 멋적게 통화가 끝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아빠의 짧은 전화를 통해서 아빠마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곤 그 원인을 저한테서 찾는 것 같습니다.

 

객지에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애들이 떠난 자리엔 우리부부만 남아서 찌지고 볶고 삽니다. 눈에 안보이니 걱정은 늘 되면서도 저는 일일이 뒷바라지 할 애들이 없어 편함이 좋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어차피 애들 혼인하면 지금처럼 우리부부만 남기에 미리 예행연습 하는 것으로 여기고 부부만의 놀이와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우리임에도 불구하고,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중년의 아빠마음에 쓸쓸함이 찾아들고 있음을 우리아이들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 전화를 받기 전에 집안이 허전하다고 울남편이 느끼지 않도록 열심히 남편 귀를 즐겁게 해줘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