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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시누이죽음 후 친구가 시매부에게 실망한 사연



연로하신 분의 죽음을 두고 살아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호상이라고 애써 포장하기도 하지만,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당사자에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늙으면 죽어야지...'어르신의 넋두리가 진심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떠나야함을 알기에 부고소식을 접할 때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데요.
죽음이란 순서도 없고 예고도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죽음이던 간에 우리네 마음을 애잔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친구의 시누이형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친구 시누이형님의 죽음이었건만, 남이라면 남인 우리들도 무척 안타깝고 슬프게 여기게 된 이유는, '산 사람은 살아지고,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게 하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안 목욕탕에서 발이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는 친구 시누이형님은 의식불명으로 급하게 병원에 실려간 후, 끝내 깨어나지 못한 채 일주일만에 돌아가셨다는 갑작스런 죽음은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분의 연세는 이제 갓 예순을 넘기셨습니다.
연로하신 친정어머니(친구의 시어머님)도 살아계신데,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 집안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답니다. 시어머니께서 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충격을 받아 쓰러지실까봐 친구는 노심초사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시어머니는 잘 버텨주셔서 감사했지만, 친정엄마한테 무척 잘하는 딸이었던 시누이형님이었기에, 딸을 잃은 시어머니의 적적한 심정이 헤아려져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고인이 된 시누이형님의 성실한 삶을 옆에서 지켜본 친구가 돌아가신 시누이형님이 더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진 이유는, 떠나신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시매부(시누이의 남편)한테 새로운 여자가 생김을 본 것입니다.
너무 빨리 생긴 여인이었기에 혹시 그동안 몰래 만나 알고 지냈던 여인으로 오해할 뻔 했는 데 그건 아니었다지만 이 사실은 정말 속상했습니다. 
 "세상에.. 마누라 죽으면 화장실가서 웃는 남자가 있다더니... 정말 그러네. 죽은 사람만 가엾지.."
새로 생긴 여자는 알고 보니, 시매부에게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줄 알고 접근한 여인이었습니다.
시누이형님은 그동안 열심히 일하느라 여유있는 삶을 누리지도 못했는데, 홀로 된 시매부가 어느새 혼인신고까지 마쳤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답니다.
이후 재산으로 일어날 좋지 않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조카에게 재산상속 절차를 밟게 했답니다.
다행스럽게도 큰 재산은 조카들에게 돌아갔지만, 그 짧은 시기에 여인이름으로 된 아파트 한 채가 넘어간 상태였고, 꼬박꼬박 매달 생활비를 대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채 한달이 걸리지 않는 짧디짧은 기간이었음에 너무 어이가 없어 듣는 우리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우리는 한번도 뵌 적없는 친구의 시누이형님이었건만, 집안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그 분의 마지막이 너무 허무하게 여겨져 진심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되었고 가슴 한 켠이 짠하게 아파왔으며, 아내를 떠나보낸 시매부의 처신이 몹시 못마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