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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우리부부에게 추억이 될 개기월식 맞이





주말 저녁, 남편과 함께 부부모임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여보,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하고 남편이 물었습니다.
 "모임말고 또 다른 일이 있어?"
하고 제가 되물었더니
 "정말 몰라?"
 "......"
대답이 없자, 남편은

 "정말? 당신이 모를리가 없을텐데..."
의아해하면서도 알려주지는 않고 눈치만 보기에 답답했던 저는
 "스무고개 할거 아니면 무슨 날인지 빨리 말해."
 "오늘이 개기월식 있는 날이잖아. 진짜 몰랐어?"
 "ㅎㅎㅎ 난 또... 뭐 대단한 날이라고. 그거야 알고 있었지."
 "그런데 왜 모른척 했어?"
 "모른척 한 게 아니라, 뭐 별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니까."
 "11년만에 맞이하는 날인데... 그리고 앞으로 우리 生에 몇 번 없는 날로 의미있잖아. 최근에 삼각대도 샀는데 야밤에 사진 한번 찍어보는 건 어때?"
 "ㅎㅎㅎ그거였어? 삼각대 사용해서 사진찍어보게 하려고,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지. 대신에 당신이 도와줘야 돼."
 "추운데... 진짜로 찍으려구?"
 "망원렌즈도 없고 해서 생각을 안했는데, 당신이 그러니까 찍어보고 싶네."
 "한두시간에 끝나는 것도 아닌데... 몇시간을 밖에서 기다리며 찍겠다구? 정말로?"
남편은 제가 NO할 줄 알았나 봅니다. 제가 막상 하겠다고 하니까 슬그머니 물러나려 하기에
 "당신이 불을 지폈잖아. 그러니까 꼭 찍어볼거야. 렌즈는 당연히 딸리겠지만."
 "내가 뭐라고 해도 당신은 추워서 안하겠다고 할 줄 알고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삼각대는 당신이 책임져 준다고 했으니까 그 약속은 꼭 지켜야 돼. 지금 몇시야? 어서 집에 들어가서 가지고 나오자. 서둘러요."
 "진짜야? 진짜로 찍을거야?"
 "왜 그래? 자기가 불을 지펴놓고선^^"
남편의 예상과는 달리 제가 적극성을 띠니까 남편은 괜히 말을 꺼냈다고 후회를 했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추위를 많이 타는 관계로 분명 싫다고 했을 것이나, 이 날은 남편의 예상을 빗나가게 함으로써 개기월식과 함께 기억에 남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던 것입니다.ㅎㅎㅎ

우리부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나왔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환한 달을 볼 수 있어서 따로 자리이동을 하지 않아도 됨이 좋았습니다. 구름이 오락가락 하는 중에 달이 보였습니다. 변화를 보기 위해 먼저 둥근 달을 담았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카메라에 입력된 시각이 20시56분07초로 나왔습니다. 이 시간부터 우리부부의 관심사는 온통 하늘에 머물렀습니다.


제가 가진 렌즈로는, 달에 있다고 상상한 계수나무와 토끼한마리는 담아지지 않았고, 온통 까만 하늘에 달만 쳐다보고 촛점을 맞추려 애썼건만 환한 달 주변에 또 다른 희미한 달이 비친 사진이 많았습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달 그림자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제가 촛점을 잘못 맞추어서 생긴 것인지 아리송한 가운데 신기했습니다. 분명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기에.


달그림자가 생긴 많은 사진 속에서 온전하게 건진 사진은 까만도화지에 하얀점을 하고 있습니다.
2011/12/11/20:58:54.

밤에 주차장에 서서 우리부부가 카메라를 통해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오가는 주민들도 하늘을 쳐다보며 개기월식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나 하늘은 계속 맑아있기를 거부하며 간간히 구름으로 달을 가리곤 해 마음을 졸이게 했고, 남편은 저의 적극적인 태도에 놀라

 "당신 정말 개기월식을 이 자리에서 다 지켜보겠단 거야?"
 "왜? 안돼?"
 "아니 춥잖아. 새벽 두어시까지 이어진다는데..."
 "그럼 안돼? 자기가 내 호기심을 자극시켜 놓고선^^"
 "내일을 위해서 자야지. 내일 교회가서 졸면 어떡해. 그리고 이제 겨우 당신 감기도 나았는데..."
 
"ㅎㅎㅎ 밤새도록 여기 같이 있자고 할까봐 엄청 겁내내. 집에 들어갈거야. 대신에 다시 나올거야. 1시간 혹은 30분 간격으로"
 "그럼 삼각대랑 카메라는 이곳에 세워두고?"
 "아니 이것도 나랑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거야^^"
 "나도 같이?"
 "당근이지. 당신이 이걸 들어줘야지. 삼각대 무겁다고 반품시키려고 할 때 당신이 들어주겠다면서 말렸잖아.^^"
 "그래 알았어. 괜히 말을 잘못해서 이 밤에 무슨 고생이야^^"
 "여보, 철수했다가 1시간후에 나오자. 그럼 무슨 변화가 있겠지."

집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했습니다. 고기집에서 모임을 했기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고기냄새로 배어있어 찝찝했거든요. 그리고 추위에 견딜 복장으로 무장하고 1시간 후쯤에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변화가 일어난 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각이 22:06:36
 "여보, 달이 서서히 가려지기 시작했어. 저기 가려진 거 보이지"
제가 흥분했나 봅니다.
 "여보 조용조용 말해. 밤이야^^"
목소리가 커진 저를 남편이 자제시킵니다. 변화를 보여준 달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가려지고 있어서 눈을 뗄수가 없었고, 자리를 뜰 수도 없었습니다.


달만 보고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음에도 불구하고, 렌즈부족(망원렌즈가 아님)은 아는 상황이었고 그외 무엇이 문제였는지 화면을 보니 그닥 만족한 사진을 건질 수 없었던 시각의 변화입니다. 22:24:44


촛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지 두개의 달이 하늘에 떠있는 화면이 꽤 많았습니다.
22:26:54
에 찍힌 이 모습 건지고선, 더 이상 달을 지켜 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구름뒤에 숨어서 애를 태우게 하던 달은 끝내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추위에 떨다 집으로 들어오며 불평을 했습니다.
 '그 구름 참... 되게 몰려오네. 이런 날 좀 참아주지.'
이불속에서 몸을 녹이다가도 구름이 사라지길 바라며 수시로 베란다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한참이 흐른 뒤 별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또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23:19:38
주홍빛으로 변신한 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부부는 이 상황에 대해 반신반의 했습니다.
완전히 겹쳐진 상황인지? 아직도 겹쳐지고 있는 상황인지?
한번도 관심있게 실제로 본적이 없었던 우리부부가 이론적으로 어렴풋이 알기로는, 완전히 겹쳐지면 까만 달 가장자리에 테두리만 환하게 남는 것인 줄 알고 있었기에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23:20:37에는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어 혼란스러웠지만 신기하다고 여겼는데, 주홍빛의 달과 회색빛의 달에 대한 의문은 나중에 깨닫고 웃음을 흘렸습니다.
주홍빛의 달-지구의 본그림자 속에 달이 완전히 들어가면 평소와 달리 붉게 물든 어두운 둥근 달이 된다는 것과, 회색빛의 달-야속하게도 회색빛을 띤 달은 구름에 가리워지고 있었던 것으로, 끝끝내 구름은 우리에게 더 이상 개기월식의 완전한 변화를 보여주기를 거부하며 우리의 인내심을 테스트했습니다.
주차장에 삼각대랑 카메라를 고정해 둔 채, 우리부부는 현관문안으로 들어와 구름이 걷히길 학수고대하며 24시가 넘도록 기다렸지만 결국엔 구름한테 우리가 항복하고 철수하여 이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011년 12월 11일 개기월식이 있던 날 밤, 우리부부는 몇차례 들락날락거리며 교대로 하늘을 쳐다보는 데 열중했던 이 날을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토요일이었고 다음날 휴일이었기에 지켜보기 좋은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구름으로 인해 비록 완전하게 지켜볼 수 없었음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요. 붉은달을 본 것으로 
추위에 떨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에 만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사거리로 떠들던 '11년만에 펼쳐진 우주쇼'라는 표현에, 저는 11년 전에 펼쳐진 개기월식엔 별 관심을 갖지 않았음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같은 달의 변화를 다시 보려면 7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새겨들었습니다. 7년후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될 지 어떨지는 모르겠구요.
여러분이 맞이한 개기월식은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