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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무전여행으로 나선 내일러 청년들을 만나다





농가맛집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기분 전환을 위해 청풍으로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얼마쯤 가노라니 청년 세명이 도로변에 서 있는 게 보인다.
외곽지 도로일 뿐만 아니라 인도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히치하이크를 원하는 것으로 여겨져 남편에게, 
 "여보 쟤네들 봐, 아무래도 차 얻어탈려는 것 같은데... 태울까?"
 "맘대로 해."
청년들과 가까워지자 창문을 내리며
 "태워줄까요?"
하고 물었더니
 "고맙습니다."
하며 차를 탄다.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생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차 얻어탈려고 30분쯤 서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 아들하고 같네. 혹시 음악영화제 가? 서틀버스 이용하면 되는데..."
 "예, 이 시간에는 서틀버스도 안다니고... 저희들 무전여행길이예요. 어디까지 가세요? 가시는 길까지만 태워주시면 됩니다."
남편이 묻는다.
 "목적지가 어디요? 영화제 열리는 무대가 있는 곳인가?"
 "며칠간 못씻어서 학현계곡갈려고 해요. 그곳에서 좀 씻고 놀다가 저녁에 공연보러 갈 예정입니다."
 "그럼 학현계곡이 목적지구만."
 "예, 그런데 두분은 어디가시는 길입니까?"
 "우리, 우리는 그냥 드라이브 나왔어. 그곳까지 태워줄게요."
 "고맙습니다. 이런 행운이.."
 "무전여행은 돈없이 하는 여행이잖아. 요즘 세상에 쉽지 않을텐데 용기가 대단하네"
 "생각보다 인심이 좋아요. 저희는 금년에 세번째입니다. 점점 경비지출을 줄여 이번에는 내일로 경비 외에는 정말 무전여행을 실천하고 있어요."
 "내일로.. 아 코레일에서 청소년들에게 주는 혜택?"
 "예 맞습니다."
 "다들 인상도 좋고 훈남이라 경계하지 않을 것 같네. 나부터도 ㅎㅎㅎ"
 "어 별말씀을... 감사합니다."
 

내일로(Rail路)티켓이란, 우리 나라 철도 코레일에서 내놓은 기차여행상품으로,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전국 어디든 일주일간 무제한으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자유여행 티켓이다. 
54,7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은 좌석지정제가 아닌 자유입석티켓으로 전 노선의 새마을호ㆍ누리로ㆍ무궁화호ㆍ통근열차의 자유석 및 입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9세에서 만 25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각 고장에 따라서는 숙박도 무료로 제공된다.
금년여름은 2011.6. 1.(수) ~ 9. 6.(화)

"어디에 사는데 이곳까지 왔어?"
"서울에서 지내요."
"ㅎㅎㅎ 어쩐지 뽀샤시하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게 훈남이라고 생각했어^^'
"며칠째 못씻어서 기름이 껴서 그래 보일거예요ㅎㅎㅎ"
"참 군대는 갔다 왔어?"
"예. 저흰 26살입니다. 이 친구는 취업했고요..."
차에 태운 후 대학생이라는 말에 우리 아들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반말을 계속하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깨닫고는
"이런 실수... 꼭 내아들 같아서 반말 마구 했네... 미안"
"괜찮습니다. 오히려 편하게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분 참 보기 좋습니다. 주말을 이용하여 여행도 다니시고... 아저씨가 참 젠틀하시네요."
"여보, 오늘 청년들한테 칭찬도 듣고 기분 좋겠다~ 근데 청년들 부모님들도 이렇게 살지 않나? 얼른 대답해 그렇다고 말이야 ㅎㅎㅎ"
"ㅎㅎㅎ 맞아요. 우리부모님도 주말에 잘 다니세요."
아들또래의 청년들 앞에서 나는 꽤 수다를 떨었고, 밝고 건강해 뵈는 청년들은 싹싹하면서도 유쾌하게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남편은 행사장에 차를 세웠다.
"주변을 좀 둘러봐요. 그리고 배고프면 뭐라도 좀 먹던지..."
"맞아. 무전여행이라 제대로 뭘 먹지도 못했겠는 걸, 내가 밥사줄께"
"아뇨 아뇨. 저희는 괜찮습니다. 두분이 드세요."
"아니 우리는 맛집 찾아 거나하게 먹은 후 드라이브 삼아 나선 길이었구... 제천 온 기념으로 내가 밥살께."
옆에서 남편이
"엄밀하게 말하면 당신이 사는게 아니고 내 지갑에서 돈나가니까 내가 사는거지^^"
"ㅎㅎㅎ"
"아 괜찮습니다. 정 그러시면 슬러시나 한잔씩 시원하게 먹겠습니다."
"괜찮아. 아들같아서 그래. 이왕에 얻어먹는 거 밥 먹어야지 먹은 거 같고, 또 내 입장에서도 밥을 사줘야 제대로 사줬다고 할거 아냐. 사양하지 말고 먹어."
망설이던 청년들은 나의 강압(?)에 억지로 따르며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행사장의 국밥집은 저녁장사를 위해 준비할 뿐 늦은 점심장사는 안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야~ 이러면 우리고장 이미지가 뭐가 되남...'
속으로 투덜거렸다.
"에구 밥먹을 행운이 없나보다. 그럼 분식이라도 먹어."
계속 괜찮다고 사양하는 그들,
"사양만 하지 말고 솔직하게 안먹었다고 하고 사줄려고 할 때 먹어. 여행길에 나같은 아줌마 만나서 얻어먹었다는 것도 무전여행의 묘미가 될거야."
그리하여 분식집으로 들어가서 떡볶이와 순대를 주문하고 나오려고 하니까 함께 먹자고 권한다.
"내가 앉아 있으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편하게 먹어."
"어 아닙니다. 여기 앉으세요"
옆에 앉아서 그들은 바라보다가
"비상금 같은 것은 아예 없이 다녀?"
"내일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돈은 안들어요. 그리고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전여행을 계획하고 나선지 세번째인 금년에는 정말 무전여행답게 실천하고 있어서 뿌듯해요."
"용기가 좋아. 우리아들도 이런 시간 좀 가졌으면 좋겠는데... 마음맞는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의미도 있을테고... 참 보기 좋아."
"예 다니면서 느끼고 깨닫는 게 많아요. 아드님도 권해보세요. 좋은 시간이 됩니다."
청년들의 용기있는 실천이 무척 좋게 여겨진다. 그리고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나에게 아들을 믿으라며 믿는 만큼 해낼 것이라며 안심시킨다.
성실하고 건전한 사고를 지닌 그들이 참 멋져보였다.
요즘 젊은이들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부모세대가 염려하는 점을 나누며, 또한 좀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울아들로 인해 고민했던 부분을, 뜻하지 않게 만난 이들을 통해 내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듯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시끄러운 아줌마인 나로 인해 불편했을 수도 있겠지만^^


분식집을 나서며 슬러시를 하나씩 손에 들고 다시 차를 타고 학현계곡으로 향했다.
"전화번호라도... 나중에 기회되면 식사대접할께요."
"ㅎㅎㅎ아냐. 뭐 그런 부담을 느껴. 그냥 무전여행길에서 주책스런 아줌마를 만났다는 추억이 좋은 거지. 나도 내아들 같은 훈남청년들과 잠깐이지만 함께 한 시간을 추억함이 좋고."
"되게 쿨하시다^^"
"여행은 그래서 좋은 거잖아.ㅎㅎ"
그들이 기념으로 사진 찍기를 청했다. 그냥 예의로 건네는 것으로 여기고 지나치려 했는데 도착지에 닿으니 사진이야기를 또 건넨다.
"아냐. 내가 청년들 찍어서 보내줄게. 다니면서 사진은 제대로 담았어?"
"예 스마트폰에... 저희하고 같이 한장 찍으세요."
"여보 한장 찍어."
어... 남편까지 거드는 바람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메일을 받았다. 내 디카에 담은 그들 모습을 보내주겠노라고... 헤어지는데 몇번이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그들을 향해
"공연장에서 이쁜 아가씨 만나 즐거운 시간 보내고... 남은 일정도 즐거운 여행되면 좋겠어요. 바이~"
"안녕히 가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들의 앞날이 승승장구 하기를 바란다.

청년들은 우리가 그들을 태워준 일을 기억하며 먼훗날 기회가 오면, 자신들도 우리부부처럼 하겠노라는 말을 남김으로써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남편 홀로 다닐때는 타인을 차에 태우는 것을 꺼리지만 나랑 함께 할때는 종종 이런 일을 경험한다. 주로 외곽지 도로에 어르신을 태워 시내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이날처럼 젊은이를 태워보긴 처음있는 일이었다. 처음보는 청년들은 남의 아들이었지만 내아들 같은 느낌에 유쾌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