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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시외버스 운전기사도 구제역 피해자가 된 사연



모든 사람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점점 더 퍼져나가고 있는 구제역이 무서운 재앙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축산농가의 피해와 더불어, 이를 막고자 동원된 각 분야의 종사자가 겪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더 안타깝다. 
이 추운 겨울날 도로를 누비는 수많은 차량들을 소독하고자 설치된 기계마저 얼어붙어 고장을 일으키니 이 또한 고생에 고생을 더 보태는 실정이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 조차도 피해자로 등장하니... 이러다 울국민들 몽땅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을 지경이 된 구제역의 여파가 참으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름전 친정엄마를 모시고 부곡에 다녀올 때의 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탑승객들은 시외버스 터미널에 안내된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귀가하려고 우리가 이용한 시외버스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연착이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일행은 연착된 버스를 이용하므로써 더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서 도리어 좋았지만, 미리 나와 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탑승객 입장에서는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시외버스의 연착으로 말미암아 설렁하고 추운 대합실에서 차를 기다리느라 불만을 나타냈다.
5분 10분... 곧 나타나겠지 하고 막연하게 기다리던 터미널 직원도 미안했던지... 무슨 사정으로 버스가 늦게 도착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눈치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는지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분 후에 버스가 나타났고, 탑승객이 다 오르자 차는 쉴새없이 바로 출발했다.

버스에 오르자 시외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불만섞인 하소연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버스가 연착된 사연을 물어온 버스회사 직원에게 사정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통화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운전하는 데 위험한 생각이 들어 운전기사 아저씨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나의 오해였다.
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혼잣말을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꼭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또렷하게.ㅎㅎㅎ 그래서 나도 혼잣말로
 '이때까지 혼자 떠드셨네. 참...'
했더니 옆자리의 아주머니가 
 "저 아저씨 무척 화가 나서 그래요. 이번 터미널에 오기 전부터 그랬어요."
나의 독백에 답해주신 아주머니를 고맙게 여기며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터미널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도 그저 모른다고만 하고 연착한 사연을 알려주진 않던데요..."
 "구제역 때문에 그래요. 도로에서 차를 소독하는 기계 한대가 고장나서 도로가 1차선으로 좁아지면서 기다리는 차들이 많아졌어요. 그 바람에 버스시간이 지체된 거예요."
 "버스가 지체되었다고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누가 뭐라고 그랬어요? 왜 저렇게 아저씨가 한참동안 화를 내는 거예요?"
 "아저씨한테 직접적으로 화낸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차가 연착되면, 짧으나마 운전기사 아저씨의 휴식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화난 것 같아요. 들어보셨어요? 아저씨가 말하는 불만속에 그 내용이 다 들어있던데요. ㅎㅎㅎ 그래서 저도 알았어요."
 "아~ 화장실하고 식사?"
 "예. 아무래도 시간표에 맞추려고 운전하려면 잠깐의 시간도 못낸다는 거죠. 그래서 그 기계고장난 것을 빨리 고칠 생각은 안하고 그저 추운날씨탓 하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 같아요."
 "저도 들었어요. 저는 아저씨가 통화하면서 하소연하는 줄 알았어요. 얼른 구제역이 잡혀야 할텐데 말이죠."
 "예. 다들 힘들죠."

차량방역에 동원된 기계도 추운 날씨에 고장이 잦은 모습을 보이므로써 시외버스 기사아저씨의 원망까지 듣게 된 담당자의 난처함도 안타깝고, 식사도 화장실문제도 편하게 해결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기사분도 안타까웠다.
쉽게 잠재워질 줄 알았던 구제역의 피해자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걱정을 넘어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 사태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