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설악에 있는 대표적인 절, 백담사에 다녀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다른일로 바빠서 요즘 블로그에 소홀하다보니 이제사 방문후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백담사까지 가는 데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었으며, 입장권과 버스비는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백담계곡의 정취를 느끼고 싶으신 분은 걸으시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정원을 꼭 지키며 여러대의 버스가 왕복운행하더군요. 도로는 좁고 고불고불합니다만, 버스운전기사분이 무전기를 통해 서로 비껴나갈 만한 공간에서 기다려줬습니다.
백담사로 향하는 버스 차창너머로 백담계곡을 봅니다. 맑디 맑은 푸른물과 흰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빛의 바위가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멋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고불고불한 외길을 지날 때만 해도 저는 백담사가 아담한 절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만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백담사 바로 앞에는 넓은 폭을 이룬 계곡물이 시냇물처럼 흐르고, 주변은 산으로 둘러 싸여있지만 백담사는 넓은 평지에 위치하고 있음이 좀 뜻밖이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대부분의 절이 산에 있는 만큼, 아무래도 언덕을 겸하였을 테고, 또한 다닥다닥 붙은 법당이 많아서 답답할 것이라는 상상도 했기 때문입니다.
제 착각을 반성하며 청문회를 피해 몸을 숨긴 전 전두환대통령의 안식처로 왜 백담사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ㅣ.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마을입구에서 막으면 접근이 불가한 곳입니다.
ㅣ. 절이 평지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절이 산에 있음으로써 언덕에 걸쳐있는 반면에 백담사는 넓은 평지에 지워졌습니다.
ㅣ. 절앞이 확 트여 있습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절앞에 흐르는 폭이 넓은 시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ㅣ. 화장실이 수세식입니다.
오래된 절의 해우소 모습이 아닙니다. 전 전두환 대통령을 배려하여 새로 지은 것일 것입니다.
절에 들어서니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 가봤더니,
전 전두환 대통령이 머물렀다는 공간이더군요.
전 대통령이 비겁하게 이곳으로 숨어들어 알려지기 전까지는, '님의 침묵'을 쓰신 한용운님과 함께 백담사가 떠올려졌다면, 지금은 백담사하면 전 전두환대통령의 피난처로 먼저 연상되는 곳으로 변했음이 씁쓸합니다.
이런 공간을 왜 남겨놓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른 대통령이 전 전대통령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로 역사적으로 기리기 위해 보존하는 것인지... 알수 없지만...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다른 방문객들도 공통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대사를 흉내내며 잠시 흥분하게 만든 공간입니다. 29만원 밖에 없어서 벌금을 낼 수 없다는... 뻔뻔함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예불을 드리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직,간접으로 보면서도, 양심에 가책을 못느낀 전 전두환대통령의 강인한 강철심장이 존경스럽기도 했네요. 사실 이분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되면 그 위치가 사람을 그렇게 변화시키는지 대부분의 대통령 모습인 듯해서 반어적 표현을 써보았네요.
탑돌이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고민많이 했을 테지요. 그리고 약숫물드시면서 자신의 건강과 안녕도 빌었겠지요. 신성한 공간에서 전 대통령이 꿈꾸었을 미래를 생각해보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운치가 느껴지는 차실도 있고.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담하지 않은 넓은 공간에 위치한 백담사는, 숲이 만든 맑은 공기와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로 인해 갑갑한 느낌은 커녕, 탁 트인 시야가 사람의 가슴을 열리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피난처치고는 꽤 좋은 환경에서 지낸 전 전두환대통령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 그리워한 것이 있었다면, 정치와 관계없이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아니었을까요. 사람이기에 더불어 살고 싶은 본능을 외면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백담사에는 한용운님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절로, 만해 한용운님의 기념관도 있습니다.
내설악의 아주 깊은 오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옛날에는 사람들이 좀처럼 찾기 힘든 수행처였다고 합니다.
만해 한용운선사가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하여 깨달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에 민족독립운동을 구상하였던 독립운동의 유적지로 유명한 절임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백담사를 피난처로 삼았던 전 전두환대통령의 어이없는 뻔뻔함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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