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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타이완의 사찰, 용산사가 지닌 특징 엿보기

 


타이완의 타이베이에는 수많은 사원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 용산사라고 합니다.
가이드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이 곳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밤에 절에 간다구요...?"
"이상합니까^^ 이곳엔 밤에 절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요."
우리 나라 정서랑 다르니 의아할 수 밖에 없었지요.
밤 10시까지 개방하는 이 절은, 불교와 도교, 민간신앙이 어우러져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다는 점도 참 특이합니다.



l. 용산사의 유래
청나라 건륭왕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하늘에서 용이 내려왔다고 하여 1740년에 건립되었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여러 재해로 파괴되었고, 최근 모습은 1957년에 지어진 것이랍니다.

본전은 이 건물을 지나 안쪽에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찰로 치면, 대웅전같은 곳이며 이곳에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답니다.
도착하기 전에 이미 가이드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배객들로 북적대는 광경을 직접보니 놀라웠습니다.
대웅전 바로 앞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감히 다가설 엄두도 못내는데,


관세음보살상을 향해 마련된 상앞에도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런 상이 뒤에 또 있습니다.
재물을 차려놓고 기도하거나 절을 하고, 불경을 외는 참배객들... 그리고 우리같은 관광객들까지 기웃댐으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참 낯설었습니다.


용산사에 참배객이 많은 이유
ㅣ. 편리한 교통과 야간 개방
주로 산에 위치한 우리 나라 사찰과는 달리, 번화한 도시 타이베이시 중심에 위치하여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과, 밤 10시까지 개방하므로 직장인, 학생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어 낮보다 밤에 참배객들이 더 붐빈답니다.
ㅣ. 영험한 관세음보살상
세계 2차대전 당시 용산사 경내는 폭격을 피하는 대피장소로 이용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에 없던 모기떼가 나타나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마침 그날밤 이곳을 총통부로 착각한 미국 폭격기가 용산사에 폭탄을 떨어뜨렸답니다. 물론 인명피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기둥만 파괴되고 관세음보살상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답니다.
관세음보살상은 알았던 것일까?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손끝하나 손상된 곳이 없었다고 하니, 이후 관세음보살상의 영험함을 믿고 소원을 빌기 위해 더 많은 참배객이 몰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ㅣ. 화려하고 섬세한 건축양식


전쟁 때 파괴된 용산사의 기둥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사찰 기둥이 나무기둥인데 비해, 이곳은 돌기둥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며 더구나 섬세하게 새겨진 조각은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기둥앞에는 용이 조각되어 있고, 뒤쪽에는 역사적 인물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관광객들의 시선을 끕니다.(이 기둥말고 본전 건물의 기둥)



지붕위의 조각도 무척이나 섬세하며, 불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용산사의 외관은 밤에 더 화려함을 뽐냅니다
.


불교와 도교가 공존하는 용산사에는 특별한 것이 또 있습니다.


상에 음식을 차려놓고 기도하는 사람들 뒤에는, 자신이 신에게 빌었던 소원이 성취되었는지 안되었는지 확인하는 도구가 있습니다.


반달모양의 나무토막 두 개의 패를 던져, 서로 다른쪽이 세 번 나오면 신이 소원을 들어주신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1~100번까지 번호가 적힌 긴 막대나무를 제비뽑기 하듯이 뽑은 후, 소원을 신에게 말하고 번호가 달린 서랍장에서 나무에 적혀있는 번호문을 열어 점괘가 써 있는 쪽지를 꺼냅니다.
제 룸메가 소원을 들어준 것에 잔뜩 기대를 걸고 점괘가 적힌 쪽지를 꺼냈는데, 그 쪽지엔 온통 한문이라 해석이 불가했습니다. 우린 쓴웃음을 날렸습니다.
패의 의미가 참 재밌습니다.
두 개의 패가 모두 뒤집어진 경우에는 신이 알듯
말듯하니 다시 던져보라는 의미이고,
두개의 패가 모두 엎어진 경우에는 신도 모르겠다는 뜻이랍니다.
이 도구를 던지며 체험하려는 관광객들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일조를 합니다.


용산사의 앞건물은 불교, 뒷건물은 도교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건물의 느낌도 다릅니다.

ㅣ. 불교와 도교가 공존하는 사찰
관세음보살상을 모신 본전은 앞에 있으며 화려하고, 뒷건물엔 민간신앙의 각기 다른 신을 모신 방이 즐비합니다.
아이를 낳게 해주는 신, 사업이 잘되게 해주는 신, 무병장수를 비는 신, 연애운을 비는 신, 사업운을 비는 신 등등... 참으로 다양한 신이 각방에 존재합니다.




ㅣ. 각종 공물의 의미


우리 나라에서는 본전에 들어가 절을 하거나 불경을 외거나 혹은 부처상을 향해 합장하고 공손하게 절을 합니다만, 이곳에서는 신을 모셔둔 공간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마당에 마련해 놓은 상에 공물을 차린 후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기도를 올리기 위해 준비한 다양한 공물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파-총명하게 해달라는 의미
찹쌀-시험에 철떡 붙게 해달라는 의미
ㅣ. 신을 모셔둔 공간벽에 반짝이는 기둥


각기 다른 신을 모신 방의 벽을 보면, 대부분 반짝이는 기둥이 보입니다.
이 불빛기둥을, 인등이라고 합니다.
인등- 이름을 적은 등
일정액을 내면 일정기간 동안 이름을 써서 보관해 준다고 합니다.

용산사 대향로에 담긴 불편한 진실?
우리 나라 사찰 마당에는 주로 석탑이나 석등이 놓여져 있는데, 타이완의 용산사 마당에는 큰향로가 놓여져 있고, 이곳에 꼽는 향의 길이도 깁니다.


불교와 도교의 공존으로 다양한 신을 모신 용산사의 향로에는 뜻밖의 진실이 담겨져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중국 본토가 공산화되자 국민당정부가 타이완으로 피신해서 오늘날의 타이완 정부를 이루고 있는 이 섬은, 17세기부터 네덜란드, 청나라, 일본 등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과거 네덜란드의 통치를 받은 일이 원통했는지, 향로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네명의 인상은 네덜란드인을 묘사한 것이랍니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네덜란드의 식민통치에 대한 분풀이를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향로위에 서서 힘들게 향로지붕을 떠받치게 하므로써 복수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했습니다. 네덜란드사람은 불편해서 용산사에 방문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엿보는 일은 참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