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곳이자, 2008년 우리 나라 SBS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우리 나라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인공으로 나왔던 고 박용하씨의 일본팬 아줌마들 사이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타이완의 '지우펀거리'를 찾았다.
평지에서 한참을 버스로 달려온 것 같다.
예전에는 고불고불한 산길 깊숙이 자리잡은 산골동네로 9가구만이 살았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했기에 누구랄 것도 없이 외지에 나갔다 돌아올 때면, 물건을 꼭 9개 사왔다고 해서 붙여진 동네 이름의 유래가 정겹게 느껴진다.
한적했던 이곳이 붐비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금광이 발견되면서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후 채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사람들이 떠났으나, 독특한 지형에 위치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잘 활용하여 관광지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높은 지대의 지우펀에 올라서면 저 멀리 태평양을 바라보며 시원함을 맛보게 될 뿐만 아니라, 가파른 언덕에 자리잡은 오래된 좁고 고불고불한 골목길과 계단을 사이에 두고 즐비한 홍등이 이색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출발하여 반대편에 도착하는 코스를 거쳤다. 지우펀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 지를 실감시킨 안내판의 한글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지우펀 거리의 아기자기한 상점과 다양한 찻집은 관광객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다양한 먹거리와 각종 기념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특히나 취두부라는 별미는 맛을 본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 흥미로왔고, 이곳에서 이미 유명인사가 된 특이한 복장의 소시지 아줌마는 지우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음도 재밌었다. 대만의 정취를 느끼며, 우리 나라의 대표적 거리 인사동을 떠올려 보게 한 곳이기도 하다.
진열된 우유병에 음료수를 넣어 판다고 한다. 어른이 우유병에 든 음료수를 빨아먹는다? 참 재밌는 발상이다.
고양이캐릭터를 전문으로 만든 상품을 파는 가게인데 꽤 인상깊었다.
예쁜 모양의 오카리나를 파는 상점.
친구가 한참을 서성거렸다. 사고 싶어서...
그러나 가이드는 뒤처진 우리일행을 찾으러 자리를 떠나 아쉬워하며 구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낙네인 우리는 관광지에서 바가지 쓸까봐 주저했던 것이다.^^
고불고불 상점골목을 빠져나와 찻집이 즐비한 곳으로 이동하자, 우리 나라 드라마 '온에어' 배경이 되었음을 알리는 포스터가 눈에 띄고,
한때 광산이었음을 알리는 동상도 눈에 띈다.
그리고 양조위 주연의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온에어에 등장한 배우가 차를 마셨다는 카페가 바로 이 곳이었다.
우리는 온에어에 등장했던 배우가 앉아 차를 마셨다는 찻집 테이블을 찾았다.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간단한 감탄사와 인사를 한국말로 표현하며, 드라마 촬영지였던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며 우리를 안내했다.
처마끝에 매달아 놓은 홍등외에는 별다른 실내장식이 없는 오래된 건물과, 연륜이 묻어나는 가구를 통해 애써 꾸미지 않은 소박함을 엿본 시간이었다.
두번째 테이블로 안내된 우리는, 아이스커피를 시켜놓고 잠시 휴식했다.
우리가 앉은 이 테이블은, 우리 뿐만 아니라 일본 아줌마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단다. 한류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박용하씨가 머물렀던 곳이라는 이유가 물씬 풍겼다. 한류인기를 대만의 찻집에서도 실감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카페 건너편 카페도 드라마에 등장한 곳인가 보다. 이 찻집 입구에도 온에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우펀 거리의 건물은 오래된 건물로 무척 낡아보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거쳤음을 보여주는 일본식 건물도 그대로 남아 과거와 현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독특함을 지닌 곳이었다.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관광명소가 된, 홍등이 즐비한 계단
영화 '비정성시'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드라마 '온에어'에서 고 박용하(이경민역)가 김하늘(오승아역)의 손을 잡고 팬들을 피해 계단을 뛰어오르는 장면이 연출된 곳으로, 붉은 홍등의 화려함과 상점의 붐비는 풍경을 선보였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우펀은 참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9가구만 살던 보잘 것 없던 산골동네가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기까지의 사연과 세월이 남다른 점도 흥미롭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별거 아닐 수도 있는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인문환경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영화배경으로 미화시킴으로써 관광명소가 된 사례를 잘 보여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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