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도착 첫날, 오후 관광을 끝내고 타이페이 시내에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바닷가에 위치한 숙소로 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도로변을 지나칠 때, 사람이 살기에는 작아보이는 화려하고 예쁜집이 여러채 있는 것이 눈에 띄였습니다. 미처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어머, 가이드~ 방금 지나치며 본 쪼오기 작고 예쁜집은 뭐하는 곳이예요?"
하고 물었더니
"아~ 강시촌을 보신거군요."
"강시촌?"
"예, 우리 나라 납골당같은 거예요."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종영한 드라마 '온에어'의 배경으로 대만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 드라마에서 잠깐 스치며 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니 놀라웠습니다.
"도로변에 있어서 이상해 보이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우리의 정서와는 좀 달라요. 우리 나라는 될수 있으면 무덤을 먼 곳에 두려고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근처에 강시촌이 조성된 경우도 있는데, 만약에 우리 나라였다면 난리가 나겠지요^^ 지금 본 것처럼 도로변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나라도 우리 나라처럼 산이 많은 지형이다 보니 아무래도 산을 많이 이용하긴 해요. 차타고 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납골당을 옮기기도 하고 매매도 가능해요. 비싼 것은 거금이 들기도 한대요."
모두는 아니지만 이 나라 국민중에는, 살아생전 돈 많이 벌어서 죽은 후 무덤을 만드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일생을 벌어서 무덤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들이는 정성이 대단하다보니 무덤은 곧 부의 상징이기도 하답니다.
부자는 1,2,3층까지 지어 관리인을 두고 에어컨도 틀어주고, 심지어는 귀신이 자신의 집을 못찾아갈까봐서 가로등까지 켜놓는다고 하니... 지나친 관심이 허황되고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장례식은 슬프고 숙연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장례식 행렬때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놓으므로 축제행렬을 따라가는 듯한 밝고 경쾌함을 연출하기도 한다는군요.
외국을 여행하면서 흥미로운 점은, 각 나라마다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그 속에서도 우리 나라와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타이완의 약 75%가 산지라는 지형적 조건이 국토의 약 70% 산지로 이루어진 우리 나라 환경과,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다는 점이 비슷한 조건입니다. 그리고 비록 납골당이건 무덤이건 간에 모양과 분위기가 다르긴 해도 산 곳곳에서 공동묘지를 보게 되는 우리 나라 산이나, 아무리 작고 예쁜집으로 지어 호감가게 지은 납골당의 강시촌의 이색적인 모습에 시선이 끌리긴 했어도, 산면적은 줄어들고 강시촌이 늘어남으로 생기는 문제는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산지대인 지우펀이란 곳으로 이동중일 때는 그야말로 주변 산이 온통 강시촌을 이루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죽은자의 안식처로 말미암아 산이 서서히 강시촌으로... 그리고 우리 나라에선 비록 공원이라 표현하지만 공동묘지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이 떠올라 걱정스러웠던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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