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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관광상품이 된 대만의 근위병과 근위병 교대식



타이완(6월 8일~6월 11일)에 도착 후, 맨먼저 충렬사를 방문했습니다.
이곳 충렬사, 항일전쟁과 국민당(중국 본토의 공산당과의 분쟁에서 패배함)정부를 위해 싸우다 숨진 호국 영령들의 위패를 모신 사찰이라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게 되는 사찰은 부처님을 모시는 곳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 나라 국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를 상대로 방문하는 외국귀빈도 아닌 보통의 외국관광객으로써, 충렬사를 관광코스에 포함시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충렬사에 가보니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매시간마다 약 2,30분가량 거행되는 근위병 교대식과, 정문과 본전을 지키는 보초병(근위병)을 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약간 황당했지만 처음이라 볼만하긴 했는데, 우째 마음한켠이 찡함으로 여운을 남겼습니다.
 


충렬사 들어가는 정문 양쪽에 2명, 마당을 지나 정면 본전 앞에 또 2명의 근위병이 마네킹처럼 서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들 주변에 서서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근위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광경을 연출합니다.
저도 관광객이면서 관광객들이 신기했던 점은, 꼼짝도 하지 않는 부동자세의 근위병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근위병을 배경모델로 삼아서. 
저는 같이 찍지는 않았지만, 하도 많은 사람들이 근위병에게 관심을 보이기에 기념으로 근위병 모습만 한장 담긴 했는데, 근위병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우째 저 스스로 우습기도 하고... 아무튼... 좀... 거시기했습니다.


정문과 본전 사이에 있는 넓은 공간입니다. 중간에 고동색 줄이 보이지요. 이 흔적은 교대식을 거행할 때마다 근위병이 정문과 본전을 오가며, 느린 동작으로 박력있게 내디뎠던 발자국이 만든 것입니다.


넓은 공간과 본전 사이에 있는 중간문을 지나면


정면에 본전이 있고, 양옆으로 위패가 빼곡하게 모셔진 부속건물이 있습니다.


위패가 모셔진 실내 모습은 사진촬영금지 구역입니다.


보초서는 근위병 교대는 매시 정각에 이루어지는데, 그냥 나와서 교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대식이라는 엄숙한 예를 치른 후에 근무자가 바뀌더군요. 관광객은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정각이 될 때까지 기다리구요... 이 현대판 교대식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음에 좀 놀라며, 우리 나라 고궁에서 펼쳐지는 수문장 교대식이 우리 전통의 멋을 살려 더 멋짐에 뿌듯했습니다.


정각이 되자, 뒤에 있는 건물에서 청년들이 나와 줄을 맞추며 교대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중앙에 자리잡은 후, 느리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본전까지 걸어가 몇가지 테크닉을 보입니다. 그리고 대표로 보이는 청년이 본전 실내에 대고 뭐라고 보고(알아듣지 못함^^)한 후, 그곳의 보초병 교대가 이뤄지고 다시 정문을 향해 돌아나옵니다.
정문앞에서 또 몇가지 행동을 취한 후 정문 교대가 바뀌고, 나머지 청년들이 건물속으로 사라지면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관광객들도 이곳을 떠나거나 흩어집니다.
이들이 펼치는 교대식은 약 2,30분간 진행되는데, 느린 동작으로 아주 절도있고 박력있는 행동이 압권입니다. 







타이완도 우리 나라처럼 병역의 의무가 있답니다. 군복무기간은 약 1년으로, 외모 준수한 청년들이 근위병으로 뽑힌다고 합니다.
교대식을 마친 후 보초병이 단상에 올라서면 다음 교대식 때까지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더워서 땀이 흘러도, 눈에 티가 들어가도, 눈물이 나도,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엄격한 부동자세로 자신을 마네킹화하여 버텨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안쓰럽게 여겨졌습니다.
만약에 눈이라도 깜박거렸다면 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참을 수 있는 재교육을 받아야한다니... 그 인내가 참으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예전 방문객 중에는 보초병이 진짜 사람인지? 마네킹인지? 궁금한 나머지 직접 건드려 보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보초병 보호차원에서, 정문에 서 있는 근위병에게는 접근금지 빨간선을 표시해 두었더군요.


우리 나라에는 이곳 충렬사와 비슷한 곳으로 국립 현충원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혹시 이곳처럼 눈도 깜박이면 안된다는 엄한 규율에 얽매인 곳은 없으리라 믿고 싶네요.


이틀 후 방문했던 중정기념관에서 본, 또 다른 근위병입니다.
한쪽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로써 어찌나 안쓰럽고 안타깝던지 마음이 짠하여 우리는 차마 그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지요. 친구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습니다.
 "닦아주고 싶다. 너무 가엾다. 저게 인형이지 사람이냐 등등..."
아무리 군인이라고 하지만, 군인도 사람인데 움직임이 전혀없는 부동자세의 답답함에 우리가 숨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저로써는, 이들이 겪을 눈의 피곤함이 헤아려져 마음이 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