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시절 저의 도움을 받았던 제자(남학생)를 최근에 만났습니다.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 타지에 머물다 주말이라 돌아왔다는 그 아이와의 만남은 참으로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사춘기를 거치며 갑작스레 부쩍 자라기 때문에 제가 미처 못 알아볼 때도 있기에, 아이가 먼저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면 순간 무척 감동을 받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만났던 아이에게 제가 이름을 엉뚱하게 대는 바람에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OO이 참 멋지게 컸구나^^"
"샘~ 저 OO이 아닌데요^^"
"아니라구? 미안해. 그럼..."
"ㅎㅎㅎ 괜찮습니다. 저는 DD입니다."
"아이쿠야, 가만히 있을 걸.. 안답시고 괜히 이름을 대서리... DD야, 정말 미안해^^"
아이의 이름을 착각한 일은 처음있는 일이라 저 자신도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너무나 비슷한 외모의 다른 아이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DD야 시간되면 식사라도 할까?"
저의 제안에
"예 좋아요. 샘... 공부방 시절에 함께 했던 다른 친구가 이 근방에 있는데요 함께하면 안될까요?"
"약속있었구나. 나야 좋지. 누구야?"
"RR과 PP요."
"그래 좋아. 덕분에 그동안 못봤던 애들도 만날수 있고 좋지.^^"
생각지도 못했던 자리였던지라 저는 무척 즐거웠고 반가웠습니다. 중,고 시절에는 각자 공부하느라고 대충 지나쳤던 사이였다가 수능이 끝나자 부쩍 친해졌다는 그간의 안부와 함께, 각기 다른 타지의 대학교로 진학하여 학교생활 적응기를 털어 놓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아이가 제 고향인 대구에 머물게 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고전하고 있는 사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샘 저는 대구에 있어요. 그런데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힘들어요."
"ㅎㅎㅎ 너 초딩때 나랑 함께 하면서 어느 정도 단련되지 않았니?"
"그 때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거 같은데요..."
"내가 공부방 애들한테 늘 부탁하는 게 있잖아^^ 설명 중 억양이 달라서 못알아들을 수도 있을테니 알아듣고 이해될테까지 꼭 질문하라고... 기억나니? 이 부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야.^^"
"직접 대구에 살아보니... 우와 장난이 아니예요. 말도 무척 빠르고 목소리도 크고... 제가 이런 일로 힘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조금 더 지내다 보면 적응될거야. 힘내."
처음 가족들과 떨어져 객지생활을 하게 되면서 걱정하는 것은 대부분 외로움에 대한 것인데, 이 아이는 언어소통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분석해 보았답니다.
ㅣ. 빠른 속도의 말
충청도 말의 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약간 느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지역이 충청도의 중심도 아니고 강원도와 근접한 관계로 그리 느린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구말의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합니다.
ㅣ. 사투리와 억양
단어나 문장을 고장의 고유한 사투리로 표현하는 일은 이제 많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사투리가 섞일 뿐만 아니라, 유난히 다른 억양에는 중국말에 있는 4성조 같은 높낮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ㅣ. 큰 목소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소리도 무척 클 뿐만 아니라, 목소리에 힘까지 들어가 터프함을 넘어 싸우려고 시비붙는 것처럼 여겨져 당황스러웠답니다.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저를 통해 경상도 말이 특이함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생활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는 것입니다.
우리애들도 어린 시절에 외갓집(친정) 분위기를 오해했지요.
"엄마, 외삼촌끼리 왜 자꾸 싸우는 거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눈 것인데 말입니다.
대구에서 학교생활을 하게 된 제자의 고충이 하루빨리 해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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