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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광화문광장의 다양한 풍경



서울에 사는 사촌언니가 아들을 혼인시켰습니다. 어제 저는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휴일 새벽까지 일했던 남편이 동행하겠다고 했으나, 제가 말렸습니다. 
 "정말 당신 혼자 갈거야?"
 "같이 가면 좋겠지만... 당신은 집에서 잠이나 푹 자. 내가 안부 잘 전할께."
 "섭하지 않겠어?"
 "뭐가 섭해?"
 "과부처럼 혼자 가는 거 말이야."
 "ㅎㅎㅎ 나? 혼자 잘 다니잖아. 염려마셔용. 잠 못자서 눈이 감기는 당신과 함께 가면 내가 더 신경쓰여용."
 "말씀 잘 드려. 미안하다고."
 "알았어. 내 신랑 내가 챙기는데 누가 뭐라 그래. 언니가 오히려 더 다행스러워 할거야. 신랑 잘 챙긴다고."
 "예식보고 바로 올거야?"
 "글쎄... 그건 모르겠네. 가봐서... "
 "예식장은 찾아갈 수 있겠어?"
 "서울 지하철 여러번 이용해 봐서 이제 걱정없어. 볼 줄 아니까."
 "도착하면 전화하고..."
 "출발하면 또 전화하라구? ㅎㅎ 그건 내맘이야."
 
멀리서 온 저를 반기며 사촌언니는, 제 친정오빠내외와 함께 집에 가서 좀 놀다가라고 붙잡았지만, 저는 인사를 마치고 예식장을 나섰습니다.
 "오빠하고 올케언니가 내 몫까지 놀다 가."
 "너는 지금 갈려고?"
 "아니, 촌년이 모처럼 한양왔는데 그냥가면 섭하지.ㅎㅎㅎ"
 "어디 갈려고?"
 "아무데나 발길 닿는 데로 좀 돌아다니며 소화시킨 후 갈거야. 버스 바로 타면 멀미하거든."
 "어디갈건지 정했으면 내가 데려다 줄께."
 "아냐, 정해 둔 곳은 없어. 그냥 발길 닿는대로..."
 "그럼 잘 둘러보고 조심해서 가거라."
 "오빠하고 언니두 잘 내려가. 운전조심하고"
사촌언니는 혼주노릇하느라 피곤했을 텐데도 자꾸만 붙잡았지요.
 "언니야, 손님은 빨리 가주는 게 예의야. 그래야 언니도 좀 쉬지. 나 갈께. 언니 수고 많았어."
 "그래. 고마웠어. 다음에 또 보자."

헤어져 지하철을 탄 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광화문 광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공사 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광화문 광장! 그동안 텔레비전으로, 블로거가 올리는 사진으로, 봤던 그곳을 직접 보니 마음이 설렜습니다. 서울의 도심은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제 심장박동수도 달라짐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올들어 가장 기온이 높았던 5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에 찾아간 광화문 광장엔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맨 먼저 만나게 되는 이순신 장군 동상앞엔 그전에 없었던 분수대가 마련되었고, 아이들의 신나는 물놀이터가 되었습니다.


물줄기를 맞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님이나 이순신 장군이나 함께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을 지나니 새롭게 단장된 광화문 앞에 세종대왕 동상이 보입니다.


지하로 통하게 된 길목에는



남녀노소, 국적, 구분없이 복식 체험을 통해 잠깐이나마 세종대왕이 되어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장소도 있고,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가 다니면서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풍선도 나눠줍니다.


농본사회에 필요한 과학기기를 만들어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던 세종대왕때 만들었던 혼천의, 측우기, 앙부일구도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에게 시청각 교육에 도움이 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세종대왕 동상 뒷쪽에 마련된 잔디광장입니다. 광화문앞인 셈이죠. 분수대와 함께 이곳 잔디 광장이 도심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역할도 해줄 것 같은 이곳 가장자리엔 야생화가 아름다움과 향기를 뽐내며 소풍 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카메라를 유혹합니다 



귀여운 자녀의 모습을 담는 아빠의 손길이 바쁜 곳인 동시에


꽃을 담으려 출사나온 젊은이의 진지한 모습도 볼수 있는 잔디광장 가운데, 경찰들이 접근금지를 요하는 띠를 두른 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많은 경찰들이 첩첩싸고 있는 사연이 무엇인지 참 궁금한 광경입니다.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카메라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아 호기심에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제가 이곳을 떠날 때쯤 이유를 알았습니다.
대학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반값등록금 운운해놓고선 실천하지 않은 채 생색내기에 급급했던 정부의 처신에 쓴웃음이 났고, 몸소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저도 우리애 둘 현재 대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뉴스로 접했는데, 이들은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열었다 해서 경찰이 연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화로운 시위였던 것으로 아는데... 연행까지 하다니... 우리 학창시절 선배때 부터 불기 시작한 민주화 운동으로 시도때도 없이 체류탄 던지며 항의해서 눈코을 내놓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폭신한 잔디에 엎드려 아빠의 모델이 되어주려 애쓰는 어린 꼬마의 몸짓이 아주 귀엽습니다.


차도를 좁혀 도로속 휴식공간으로 변모한 광화문광장에는 참으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을 포진한 경찰, 가족간의 화목한 모습, 어린이 물놀이터가 된 분수대, 관광객들의 가벼운 발걸음, 중년부부의 한가한 데이트 시간, 야생화에 관심보이는 카메라 등등... 2011년 5월의 마지막 휴일을 광화문 광장에서 만끽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