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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맛집

대구의 대표음식, 동인동 양푼찜갈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친정에 가려고 동대구 지하철역에 내려서면 동인동찜갈비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1박 2일의 홍보효과를 대구시에서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장면입니다.
26년을 고향인 대구에서 살았지만, 육류를 즐기지 않았던 저는 솔직히 동인동찜갈비를 알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1박2일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저는 끝내 모르고 지나쳤을 지도 모를 음식이었는데... 최근에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가려고 했는데, 울엄마는 그곳의 맛이 예전맛이 아니더라며 사양하시는 바람에, 모처럼 선배언니를 불러내 그곳에서 밥을 먹자고 청하니 
 "시끄러운데... 다른 데 가면 안되니?"
하는 뜻밖의 반응에 
 "언니, 동인동찜갈비 골목이 1박2일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대구에서 유명한 먹거리로 소개되더라. 언니 난 그맛이 궁금해."
 "네가 궁금해하니까 그곳에 가긴 해야겠네... 하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마. 예전맛이 아니야."
 "ㅎㅎㅎ 언니도 울엄마하고 똑같은 말을 하네. 언니, 나는 예전에 대구살 때 먹어 본 기억이 없어서 울엄마나 언니처럼 실망할 게 없어."
 "그곳이 꽤 유명해져서 텔레비전에 1박2일 말고도 여러차례 소개되긴 했었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맛이 달라진 것 같아. 타지사람들 한테는 호기심거리가 되나본데 고객접대장소론 좀 그래서......"
 "언니, 난 손님아냐.ㅎㅎㅎ"
 "나한텐 고객이지. ㅎㅎㅎ 자주 볼 수 없으니 더 그렇지^^"
 "고마워 언니."


저의 부탁으로 언니가 그곳을 안내해 주었고, 많은 찜갈비 식당 중에서 낙영찜갈비가 원조일 거라며 안내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신발장위 벽에 걸린 텔레비전 출연 홍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동인동에 자리잡은 찜갈비 식당이라면 어느 식당을 막론하고 홍보효과를 누린 방송출연 사진이 걸려 있을 것이라는 언니의 말에 웃었습니다.
각 고장마다 유명한 음식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원조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을 겪게 하는 홍보사진이 각 식당마다 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상한번 빨리 차려지더군요. 대기라도 하고 있었는지 밑반찬이 놓여지기가 무섭게 주요리인 양푼찜갈비가 바로 나와, 저는 두번 놀랐는데,
첫째는 기가 막히게 빨리 차려진 상
둘째는 찜갈비가 담긴 그릇입니다.
깔끔하게 차려진 밑반찬과는 대조를 이루는, 찜갈비 그릇에 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상위에 올려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지요. 이해됩니까^^
찌그러진 양푼이를 매력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가정집에서도 무용지물 취급을 받아 버려질 정도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을린 양념으로 휘감긴 그릇을 보니 놀라서 선뜻 손이 가질 않더군요.
이 사진을 본 울남편의 반응이 황당합니다.
 "이게 음식이야? 개밥그릇도 이보단 낫겠다."
 "당신도 놀랬지. 나도 첨엔 적응안되서 얼른 손이 안가더라. 그치만 이게 매력이래. 기회되면 당신도 한번 먹어봐."
 "됐어. 눈으로 보기 좋아야 맛도 좋지. 난 사양할래^^" 
 "매운 거 좋아하는 당신입맛엔 딱 맞을텐데... 보기완 다르다고 감탄할 지도 모르고^^"


내가 먹기를 주저하자, 언니가
 "얼른 먹어봐. 이게 찜갈비야."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언니가 시범을 보여줘."
 "고기를 상추 위에 얹어 먹거나 밥은 양념에 비벼먹어."
언니가 갈비를 건드리자, 고기와 뼈가 쏙 분리될 정도로 연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찜갈비는 소갈비에 마늘・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버무려 양은그릇에 담아 끓여내는 대구의 유명음식으로, 50여년 전부터 시작되었답니다.
맛의 특징은, 맵고 달콤합니다.
그리고 마늘향이 아주 강하므로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맛과는 달리 육질이 상상외로 아주 연하여 살살녹는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구지방의 음식에서 느끼게 되는 공통적인 특징으로, 약간 텁텁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제가 타고장으로 시집와서 깨닫게 된 맛입니다.
양푼이의 특징은 빨리 데워지는 대신에 빨리 식는다는 단점이 있어, 느긋하게 이야기하며 식사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음식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답게 식당에 빈자리가 생기자 마자 좌석은 금방금방 채워질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며 유명세를 실감했습니다.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므로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한 음식이자, 대구의 음식맛으로 가장 특징적인 것을 다 내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음식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친정엄마와 선배언니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실망한 그 맛은 지나치게 강한 마늘향 때문이었음을 저도 느꼈습니다. 저야 뭐 예전맛을 모르니 실망할 거야 없었지만 마늘을 약간 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먹으면서 했으니까요.
그러나 대구아지매의 속내에 넘치는 정은, 양념을 아끼지 않는 큰손에 실려 듬뿍듬뿍 넣게 된 것이므로 대구맛이라 여겨야 할 것이고, 또 제가 보고 놀랐고 울남편의 반응이 너무 적나라했던 양푼이는 대구음식인 찜갈비의 매력발산을 돕는 도구로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