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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오빠(아들)가 지어준 아침밥, 밥이 아니라 감동이었다는 여동생(딸)



최근에 딸이 객지에서 홀로 자취하는 아들(오빠) 집에 가서 1박을 하고 왔습니다. 볼일이 있었던 그 도시를 당일치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기 때문에 하루전에 가야만 했지요.
다녀온 딸은 그동안 오빠에 대해 오해했던 점을 미안해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오빠의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l. 오빠(아들)가 자신(딸)의 방문을 거절하지 않았다
는 점에 무척 고마워했지요.
이유인즉, 울아들 복학 후 자취할 원룸을 구하면서 부모인 우리부부가 먼거리를 오가는 수고를 덜어드린다는 배려심으로 효도(?)하는 마음을 내세워 우리부부의 방문을 꺼렸던 아들입니다. 반기지도 않는데 왜 굳이 가보려고 하느냐며 아들을 믿고 그냥 두라는 남편의 만류에 저는 여지껏 한번도 가보지 못했음을 딸도 알기에, 오빠가 자신의 방문을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망설임이 있었기에 승낙이 고마웠던 것입니다.
l. 마중을 나온 오빠
동생이 이용해야 할 차편을 가르쳐 준 점과, 도착시간에 마중을 나와 있던 오빠를 보고 놀랐고 고마웠답니다. 함께 살면서 지켜본 오빠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태도였기 때문이지요.
초등시절 오빠(아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함께 등교하고 싶었던 딸이었지만, 아들은 한번도 여동생과 나란히 교문까지 가본 적이 없었답니다. 집을 나설 때는 함께였으나 등굣길에 친구를 만난 아들은, 여동생의 존재를 잊고 친구와 함께 앞서가는 바람에 오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서운함만 맛본 딸이었기에 뜻밖의 마중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답니다.  
l. 깨끗한 방
남자 홀로 지내는 방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더러운지 그 진수를 알게 될 것이라며, 청소하기 싫어서 대충 지내는 방을 보고 실망하지 말라고 했던 방이었기에 어느 정도 상상했었는데, 뜻밖에도 잘 정리되고 청소된 방을 보고 자신(여동생/딸)을 의식하여 청소한 것처럼 느껴져 기분 좋았답니다.
아들은 말과 달리 지저분한 방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모처럼 청소를 했다고 하더랍니다. 아들이 군대가기전 살았던 원룸(딸과 우리부부도 함께 가봄)보다도 훨씬 깔끔하고 수납도 잘 되어 있으며 방도 따뜻하니, 제가 걱정할 일이 없다며 딸은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내가 손님이라고 오빠가 신경 좀 많이 쓴 것 같더라. 대우가 끝내줬어.ㅋㅋ"
l. 소통이 된 대화의 시간
이 점은 울아들 군복무시절이자 울딸 여고시절에 위문편지를 계기로 조금씩 회복됨을 느꼈던 부분이긴 했는데, 최근 방문을 통해 더 이해하게 된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예전의 울딸은, 네살 위인 아들(오빠)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자신보다 박식한 오빠를 질투하므로써 울아들이 여동생의 시기를 못마땅히 여기며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거든요. 이제 같은 대학생으로써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오빠가 얼마나 신중하고 속깊은 지 알게 되었다면서 오빠가 든든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l. 오빠가 차려준 아침밥은 밥이 아니라, 감동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빠가 언제 일어났는지 먼저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더랍니다. 무척 놀랐답니다.
 "어서 씻고 나와 밥먹어."
오빠의 이 말에 울딸 너무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 뻔 했답니다.
'세상에~ 내가 오빠가 지어준 아침밥을 먹다니... 꿈이야 생시야...'
하는 감격스러움이 밀려왔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우리 모녀 이 일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청소하기 싫어서 동생(딸)이 가는 것을 거부하면 어쩌나 염려했던 우리 모녀였기에 하룻밤 재워줄테니 와도 된다는 승낙만도 고마워했는데... 아침밥이라니... 
 "오빠, 아침밥도 해먹어?"
하고 딸이 물었더니
 "귀찮아서 안할 때가 더 많아. 사둔지 오래된 쌀이라 밥맛이 어떨지 모르겠네. 많이 먹어^^"
 '오빠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오빠는 오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오빠에 대해 서운했던 감정을 모두 털어버릴 정도로 감동받아 아침밥을 먹는지 감동을 먹는지 꿈만 같았답니다. 설거지도 못하게 하더랍니다.
l. 짐을 두고 가라는 오빠의 알뜰함과 배려
볼일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올 딸에게, 아들집에 있는 빈 반찬통을 챙겨올 것을 제가 부탁했습니다. 딱 한번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반찬을 가져간 적이 있었거든요. 알아서 해먹던지 정 못해 먹으면 사먹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아들에게 엄마의 소원이니 반찬 좀 가져가라고 강제로 떠맡겼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아들이 못가져 가게 말렸다며 딸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안가져 왔어? 오빠가 사용하던?"
 "아니"
 "그럼, 없던?"
 "있긴 있었는데, 볼일보고 바로 집으로 올려고 챙겨 나오려고 하는데 오빠가 구질해 보인다며 신경쓰지 말고 볼일만 보고 바로 집으로 가라고 해서. 오빠가 알아서 한다고..."
 "볼일이 끝난 후 다시 오빠집에 가서 챙겨오면 됐잖아."
 "오빠가 짐가지고 다니는 거 보기 싫다고 하기에 나도 엄마가 생각한 대로 그렇게 하겠다고 다시 말했는데... 왔다 갔다 하며 교통비 낭비하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라잖아. 설날때 오빠가 챙겨온다면서..."
 "참 녀석... 알바하더니 더 알뜰해졌네^^"
 "그런것 같아. 오빠 알뜰한 줄은 진작에 나도 알았지만 정말 더 알뜰해진 거 같아. 그런 오빠가 내가 왔다고 저녁때는 외식까지 시켜줬으니... 평소에 내가 알던 오빠와 너무 달라 속으로 놀라고 당황했지만... 멀리서 온 동생을 예우하는 것 같아 기분 좋았어. 암튼 엄마는 엄마아들 걱정 안해도 되겠더라. 뉘집 아들인지 매너 참 좋더구만.ㅋㅋ"
 
울아들 원래 매너 좋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오빠를 경쟁상대로 여기던 여동생의 칭얼거림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무심한 척 했을 뿐이지요. 이에 딸은 오빠의 속깊은 마음을 알지 못함으로써 불만스러워 했구요.
이번 방문을 통해 울딸은 상상외의 대접을 받음으로써 오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음과, 그간의 서운함을 다 털어버릴 정도로 감동받았음을 두고두고 칭찬했습니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오누이로 성장한 것 같아 부모로써 참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