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학습지진아 지도하다 힘겨워 며칠 앓았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인사를 이제사 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며칠간 앓았습니다.
두통으로 인하여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뜻한 물만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꼭 체기처럼 느껴진 두통은 목요일 오후부터 나타나 주말내내 앓게 하더니 책임감때문인지 어젯밤부터 조금씩 가라앉더니 오늘 공부방 수업엔 지장이 없게 되었음이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며칠간 아픈 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부방 아이 학습을 돌보다 쌓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보통 아이들과 더불어 작년과 금년에는 학습부진아에 이어 학습지진아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부방을 하면서 몇차례 이같은 아이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던 이유는
첫째 제가 정신수양이 부족해서 자신이 없다는 점과
둘째 저도 힘들지만 다른 아이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자모에게 정중하게 거절했었는데, 제 나이 지천명에 가까워오니 그간 제 입맛에 맞는 아이들만 받은 것이 미안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작년엔 학습부진아에 이어 금년엔 학습지진아를 받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여 수학 한과목으로 1시간~30분 초과정도를 할애함에도 불구하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속으로 여러차례의 한숨을 삼키며 도닦는 심정으로 특별한 아이를 대하고 있습니다. 
세월과 환경이 발전하고 관심있는 부모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에는 학습지진아가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못하는 편이다의 갈림과는 별개로 동학년의 학습을 이해조차 못하는 부류에 속할 뿐만 아니라 분명 정상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사표시가 어눌한 아이입니다. 
비록 수업료를 받고 지도함에도 불구하고, 봉사와 속죄(?-예전에 외면했던 일)하는 심정이 되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학습부진아가 보인 발전으로 맛본 보람과는 달리 학습지진아는 저의 오만이었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의 발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제 속을 태웁니다.
공부는 반복이지요. 똑같은 문제를 놓고 남들은 두어번이면 이해하고 기억할 것을, 이 아이는 아주 구체적으로 한문장 한문장 짚어가면서 해석(한글의 문장을 이해시킴)하고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여 알아들었음을 확인한 후에 다른 문제로 넘어가지만, 다음날 기억되었는지 확인해보면 전혀 기억속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한 계산만 기억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단순한 것만 기억되어 있음을 확인시키며, 이는 동학년의 아이와 수준이 같아질 수 없다는 슬픔을 맛보게 합니다.ㅠ.ㅠ 다른 과목은 아예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학습부진아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학습지진아로 인해, 제 스스로 스트레스 받아 다음날이면 회복되던 가벼운 몸살을 반복하던 중, 지난주엔 두통을 좀 심하게 앓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기울인 노력과 시달리는 두통과는 별개로 아이의 변화는 너무나 더디기만 하니,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저의 무능함을 감지하는 꼴이 되어 제가 아픔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안달하며 아이를 지도하는 모습을 본 딸은 오히려 저를 안타까워하며, 슬슬 하라고 합니다. 보통의 아이 여러명을 가르치는 것보다도 더 힘든 아이와의 시간이 제 건강을 해친다며 예전처럼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건 딸이라서 할수 있는 이야기고 저를 믿고 맡겨준 자모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은 제 몫이기에 이번에는 절대로 제가 먼저 손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 아이와의 시간을 지속하는 것은, 먼 훗날 되돌아 보게 될 저의 공부방 도우미 시절은 행복했고, 최선을 다했노라고 흐뭇하게 회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