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체조선수의 바른자세 부러워한 말에 딸이 발끈한 이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 2의 김연아라고 표현하면 손연재양이 비교당함을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우째 이미지가 이리도 비슷한지요. 예쁘고 야무진데다가 자기 분야에서 똑 부러지게 빛을 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드디어 메달을 걸었습니다. 어제 단체전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쳤음에 눈물 많이 흘렸던 손연재양입니다. 보던 저도 무척 마음이 아팠었는데,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대견스럽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광저우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우리 나라 선수로 빌려왔습니다.)

딸과 함께 광저우 아시안 게임 리듬체조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리듬체조 선수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연기에 감탄하던 제가, 허리통증으로 고생했음을 상기하며 딸에게 리듬체조 선수들의 바른 자세가 부럽다는 심정을 비쳤습니다.
 "리듬체조 선수들은 몸매가 참 예뻐. 울딸도 몸매는 괜찮은 편인데, 자세는 좀 고쳤으면 좋겠어. 저 봐라~ 등과 다리를 곧게 펴고 사뿐사뿐 걷는 모습, 저게 참 탐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 초등시절때 체조부에 몇년만이라도 가입시킬 걸 그랬어. 그랬으면 자세하나는 확실하게 건졌을텐데..."
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가 딸이 발끈하며 뜻밖의 반응을 보여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 그냥 해보는 말이지?"
 "아니 진짠대. 선수는 안시키더라도 저학년때만이라도 잠시 체조부생활하도록 시킬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
 "정말이야? 난 엄마가 체조부 실태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구?"
 "알긴 뭘 알어. 엄마가 뭐 학교일에 관심을 뒀니? 너만 믿고 뒷전에 있었는데"
 "엄마는 단순하게 바른자세가 탐이 나서 나를 체조부에 넣을걸... 하고 아쉬워하나 본데 실상을 알면 가입시켰다가 금방 또 탈퇴시키려고 했을거야."
 "왜?"
 "우리반에 체조부 애가 있었는데 얼마나 불쌍했다구..."
 "불쌍하다구? 왜? 사뿐사뿐 날듯이 걷는 모습이 얼마나 멋지니 울딸도 그렇게 키웠어야 했는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야? 장난이야?"
저는 진심인데 울딸은 자꾸만 제 속마음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나중에 제 말이 진심인 줄 알고는 딸이 기겁하며 전했습니다. 마침 울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엔 여자아이들로 구성된 기계체조부가 있었고,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를 많이 길러내며 유명세를 떨친 학교로 저학년에서 아이들을 많이 뽑고자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은 반에 있던 체조부아이와 이야기나누며 알게 된 실상을 통해 딸의 견해에서 불쌍하게 보인 이유를 간추려서 올립니다.
ㅣ. 친구가 없다.
등교하지만 교실에 머물때보다 체육관에서 연습으로 보낼 때가 더 많다보니 친구가 별로 없어 체조부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았답니다. 그 모습이 쓸쓸해 보였답니다.
ㅣ. 담임선생님이 싫어한다.
수업에는 안들어 올때가 많은 선수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여 반평균 성적만 내려놓는 못마땅한 아이로 여기며 담임선생님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드러냈답니다. 아이는 미안해하는 눈치였고...
ㅣ. 매를 맞는다.
     * 체중조절 실패
이게 가장 큰 숙제랍니다. 맘편하게 먹지 못할 정도로 체중조절이 예민한 사안이랍니다. 코치가 원하는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고 초과하면 맞아서 멍든 부위를 보이곤 해서 무척 의아했답니다. 그만두면 될 것을 왜 계속하는지...
     * 연습소홀
새롭거나 어려운 동작을 익힐 때마다 극도로 긴장하게 되는데, 이 동작이 몸에 익을 때까지 힘겨운 사투를 벌인답니다. 연습을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맞으며 연습에 매진하는 친구가 가여웠답니다.
ㅣ. 망가진 몸.
발목이던 손목이던 그리고 무릎 팔꿈치 등등... 압박붕대가 칭칭 감겨있는 모습이 대부분인 친구가 무척 안쓰럽게 여겨졌는데 어느날 교실에 머문 날엔 파스냄새가 진동을 했답니다.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파스와 아주 친했고, 어떤 날엔 깁스하여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니 부상의 위험이 제일 두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어린 시절 선수생활에선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늙어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걱정하던 친구의 하소연을 들었답니다.
ㅣ. 학습회복이 어렵다
초등시절까지만 체조부에 있다가 중등시절엔 관두면 되잖아... 했다가 또 다른 반박을 받았습니다. 기초학력이 미달이었던 체조부친구가 실제로 중학생이 되어 선수생활을 그만접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지만 원하는 고등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보았답니다.

선수들이 흘린 땀의 고생담은 외면한 채, 외적으로 보이는 데만 관심갖고 단순하게 생각한 저의 속마음을 파악한 딸이 저를 아주 심하게 나무랐습니다. 모든 선수들의 소망은, 부상없는 성장과 메달이라는 결과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인데, 다치지 않고 곱게 성장하는 선수는 복받은 것이지요.
선수로 길러지다가 존재감없이 부상으로 체조를 그만두는 아이도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바른자세에 연연하여 제가 가졌던 아쉬움을 한방에 물리치게 했던 딸의 속마음은, 자신을 체조부에 가입시키지 않아서 다행으로 여긴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