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아이들 중에 초등생 저학년 아이가 연평도 폭격뉴스를 접한 다음날, 공부방에 오자마자 걱정스럽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샘~ 북한이 우리 군인아저씨를 죽였는데 알고 있어요?"
"응. 넌 어떻게 알았니?"
"텔레비전 보니까 나왔어요. 샘 우리 나라 전쟁나면 어떡해요?"
"전쟁은 안날꺼야. 그런데 너 전쟁이 뭔줄 아니?"
"군인들끼리 막 싸우는 거잖아요."
초등생 저학년인 아이가 '전쟁'을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맞아. 자 이제 공부하자."
"샘~ 대답해 주세요."
"뭘?"
"전쟁나면 어떡하는지..."
"안나니까 걱정안해도 돼. 아빠 엄마한테는 물어봤니? 뭐라고 하셨어?"
"아뇨. 안물어 봤어요."
"그럼 아빠 엄마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니?"
"아뇨."
"그런데 왜 그래? 전쟁은 안난다니까."
"만약에요. 만약에 전쟁이 나면 말이예요."
"허참... ㅎㅎ 학교 선생님한테는 물어봤니?"
"......"
"학교선생님한테도 아빠 엄마한테도 안물어봤구나."
"예."
"그란디 왜 나한테 묻는거야? 안난다고 대답했는데도..."
"샘은 뭐든지 다 알잖아요."
"뭐어 내가 뭐든지 다 안다구..."
"예. 샘은 우리가 질문하는 거 다 대답해 주잖아요."
"아닌데... 내가 언제?"
"샘은 뭐든지 다 대답해 줬어요. 그러니까 빨리 대답해 주세요. 전쟁나면 어떡하는지..."
전쟁이 안날거라고 해도 아이는 안심이 안되는지, 아니면 듣고 싶은 대답이 따로 있는지, 자꾸만 제게 대답을 요구했습니다. 더구나 선생님은 뭐든지 다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순진한 아이라서 더 곤란했습니다. 아이가 저한테서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지 모르기에 답답하기도 했고, 전쟁이 안난다는 대답말고 다른 대답을 원하고 있어 더 난감했습니다.
"으... 있잖아. 너 전쟁날까봐 걱정되니?"
"예. 만약에 북한하고 전쟁이 나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되는거예요?"
"음... 만약에 전쟁이 나면 말이야, 우리 나라 군인아저씨들이 싸워서 이길거야. 그러니까 걱정안해도 돼."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듯이 갑자기 울상이 됩니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OO아, 너 왜 그래. 왜 울려고 그래?"
"샘..."
아이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샘... 북한이 쏜 대포에 우리 군인아저씨가 죽었는데 전쟁나면 어떡하냐구요?"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저는 놀라서 아이손을 잡았습니다. 진정시키려고... 그리고 아이가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OO아, 그 군인아저씨는 죽었지만 다른 군인아저씨도 많아. 만약에 전쟁이 나면 다른 군인 아저씨들이 열심히 싸워서 이길거야. 오오 울지마."
아이는 목이 매여서 꺼억꺼억거리며 묻습니다.
"정말 우리 군인아저씨가 이기는 거예요? 진짜요? 또 우리 군인아저씨가 죽는 거 아니죠?"
그제서야 제가 제대로 아이의 질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북한이 쏜 대포에 우리 군인이 죽었다는 게 충격이었던 거 같습니다. 저학년인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이기는 쪽이 죽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군인이 죽었으니 전쟁이 나면 우리 나라가 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전쟁에서 지면 우리 군인들은 다 죽거나, 살아있는 군인은 잡혀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니, 엄마 아빠 그리고 자신에 대한 걱정은 없고, 군인아저씨에 대한 걱정이 무척 되었던 것입니다.
초등생 저학년 아이에게는 우리 나라 군인아저씨가 북한이 쏜 대포에 죽었다는 소식이, 전쟁에서의 패배로 받아들여져 걱정과 슬픔을 맛보게 했습니다. 아이의 우는 모습을 보며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후, 다른 아이들이 와서 전날에 있었던 연평도 이야기를 꺼내면 제가 무조건 막았습니다. 앞시간에 겪은 일은 비슷하게마나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학년이라 저학년과 다른 생각을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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